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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수다] 스포) 갤버스턴, 세상 모든 슬픔을 담아.

권정선재 2019. 7. 18. 22:17

[영화와 수다] 스포) 갤버스턴, 세상 모든 슬픔을 담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세상 아름다운 영화일 줄 알았건만 이 영화는 너무나도 우울하다. 그런데 이 우울함이라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에 기반을 하고 있으니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고.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니까.

 

암에 걸려 죽을 위기인 루저 남자와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여자. 굉장히 뻔한 조합이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은 이 당연한 이야기도 새롭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분명히 너무나도 우울하고 답답하고 그 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관객이 마지막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하는 이유는 이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의 삶이 앞으로 어디로 향해 나아갈까에 대한 궁금증일 테니까.

 

영화는 가장 낮은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최소한의 연대 역시 그려낸다. 특히나 과거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꽤나 주요한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서 분명한 연대를 하며 서로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이 다른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갤버스턴]의 중요한 특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록키를 포함해서 모든 여성들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연대하고, 남성 중에서는 유일하게 주인공 로이만이 이런 이들의 아픔을 이해한다.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있을 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그 연대의 가치를 알아차리게 되는 건데. 이 멍청한 남자를 보고 웃을 수만 없다는 것이 [갤버스턴]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다만 여성 감독이 만든 작품이고 이토록 훌륭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잔인하게 록키를 성적 학대의 피해자로 만들어서 처참한 최후로 만드는 것은 불편한 순간이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남자들이 나쁜 인간이지만 굳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야 했을까? 삶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영화를 보는 동안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갤버스턴]이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