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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스포) 칠드런 액트. 베이컨으로 싼 채소 요리

권정선재 2019. 8. 8. 22:42

[맛있는 영화] 스포) 칠드런 액트. 베이컨으로 싼 채소 요리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Good 인간 관계의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

Bad 치열한 법정 드라마를 기대한 사람

평점 - ★★★ (6)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은 예고를 본 후 [칠드런 액트]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종교적 신념과 국가의 의미, 둘 중 무엇이 우선일까?[칠드런 액트]는 질문하며 시작합니다. 사실 일에 대한 대답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에 따라 모두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저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존재의 경우에는 아무리 종교적 신념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나라에서 우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된 이후라면 당연히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하는 거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연히 본인의 선택이 미성숙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영화의 모든 부분이 이런 내용으로 담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칠드런 액트]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조금 더 진지한 법의 대결로 갈 줄 알았는데, ‘피오나는 이를 간단하게 판결합니다.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윤리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죠. 그런데 그는 자신의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선고 대상인 소년을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둘의 만남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죠.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가치관을 흔드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 누구에게도 구원을 받지 못하던 소년이 한 순간 만난 판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의지하고자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공감은 됩니다. 왜 그런 선택을 하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인지 말이죠. 조숙한 아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영리한 아이는 종교적 신념을 넘어선 자신이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이전처럼 자신을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여기에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소년은 자신의 삶에 또 다른 기회를 준 사람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화는 피오나의 시점으로 모두 다 진행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이해하고 그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 안에서 피오나는 혼돈을 느끼면서 두려워하면서도, 흔들리는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이 부적절한 관계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딘지 모르게 에로틱한 관계로 흐를 것 같지만 현명한 피오나의 판단으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도 한 번만 소년을 안아주지. 이런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 가장 외로운 존재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 할 때.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그를 구원했다가 더 높은 곳에서 버리는 행위처럼 느껴집니다.

 

엠마 톰슨은 판사 피오나 메이를 연기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지만 실제로 그는 너무나도 큰 외로울 느끼는 존재입니다. 업무적으로는 모두에게 존경 받는 판사의 지위에 있지만, 남편과의 사이는 그다지 매끄럽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자신과의 성관계를 맺어주지 않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바람까지 피우겠다고 하니. 그의 삶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일 겁니다. 안 그래도 나이도 많고 여기저기 견제를 하는 통에 정신이 없는 상황에 그는 절대 하지 않았던 일. 사건의 대상을 만나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소년을 만난 그는 영화에서 가장 밝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순간을 즐깁니다. 함부로 선의를 베푸는. 그러나 여전히 쓸쓸한 판사의 얼굴이 엠마 톰슨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의지할 곳이 필요한 소년 애덤 헨리핀 화이트헤드가 맡았습니다. 너무나도 쓸쓸하고 외로운 이 소년에게 누구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표현합니다. 어느 지점에서 본다면 분명히 이 소년의 행동은 지나친 구석이 있습니다. 상대에게 위협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죠. ‘피오나의 모든 순간을 따라가는 것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제가 남성이라서 이것에 대해서 공포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도 불쌍한 존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선을 넘은 거였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그릇된 것이라는 것을 배울 기회도 없었습니다. 종교 안에서도 가족에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는 헨리는 비 오는 날 거리의 강아지처럼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와 빙그레의 관계였습니다. 사귀지 않을 거면 잘 해주지 말라는 조금 냉정한 말이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피오나의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너무나도 냉철함을 유지하던 존재가 오지랖을 부리며 누군가의 삶에 관여하게 되는 순간. 이건 또 하나의 책임감을 지게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영화에서는 피오나헨리도 악역이 아니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그저 두 사람의 시간이 제대로 맞지 않았기에 서로를 바라볼 수 없었던 거죠. 조금 더 제대로 된. 알맞은 시간에 만났더라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시간은 이미 어긋난 상태였고, 여기에서 피오나가 보인 친절은 헨리를 흔들리게 만들고. 결국 또 한 번 좌절을 느낀 그는 어른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결정하는 순간을 맞게 되죠. 영화는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나의 사소한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을 해야 하는 건가? 저건 피오나의 잘못이 아닌데. 그렇지만 헨리를 안아주지. 이런 새각들 말이죠. 영화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고 보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 [칠드런 액트]였습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병실에서 노래하는 피오나헨리

- ‘피오나의 출장을 따라 온 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