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Good -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엄청난 재난 스릴러를 기대한 사람
평점: ★★★ (6점)
[데시벨]은 소음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터지는 폭탄을 통한 테러를 다루는 재난 스릴러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극장에서 만난 [데시벨]은 재난 스릴러 영화라기 보다는 그 재난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집중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굉장히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이것이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빠른 템포로 사건들을 해결하고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집중하는 방식이었다면 조금 더 흥미롭게 영화에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영화의 결이 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굳이 넣었어야 하는 코믹한 설정에 가족까지 더해지다 보니,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느라 더 어지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 자체가 훌륭한 편이었던 만큼, 그들을 믿고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도 끝까지 밀고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또한 영화가 과거에 어떤 일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을 말을 하려다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 것도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 영화가 모두 끝이 나고 난 이후에는 왜 그런 일들을 한 것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중간중간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존재했습니다. 사건이 존재하고 굳이 그 사건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고 가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계가 뚜렷했고 가시화되기 전까지 지나치게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영화가 진행이 되다 보니 후반부로 가게 되면 감정적으로 지치게 되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테러범이 왜 그 일을 했는지 당위성을 부여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데, 개인적으로 지나친 설정임과 동시에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이 왜 그 일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 배경 설명은 하지만, 그 안의 유대 같은 것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김래원'의 역할 역시 그다지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아내와 어떤 이유로 인해서 이혼은 했찌만 여전히 까칠함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이고,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 등을 보이기는 하지만 딱 여기까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 범인의 존재에 대해서 유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아무런 예방을 하지 않는 것 역시 크게 이해가 가지는 않는 행동입니다. 가족을 협박 수단으로 삼고 있기에 그에 대해서 패닉에 빠지고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못하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테러 장소 등에서 테러를 막기 위한 행동이 너무 쉽게 이뤄지는 것 역시 신기할 정도로 단순하게 그려집니다. 꽤나 중요한 사람들이 테러의 희생자가 되었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 다른 조치를 쉽게 취하지 않는 것 역시 영화적으로 다소 걸리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 많은 배역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배역들이 그 상황에 어울리는 소품 정도로만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빠지고 그저 기능적인 작용만을 하다 보니 안 그래도 덜그덕거리는 영화에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김래원'이 연기한 '강도영'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전직 군인입니다. 국가의 감시를 받고 있는 전직 부함장이 그의 직함인데 이 비밀이 나오기 전까지는 꽤나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입니다. 테러의 원인과 이유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않고 스스로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여기에서 어떤 영웅적인 면모만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답답한 모습이 보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기에 아쉬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끌어드리연 안 된다는 테러범의 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이지도 않고 다른 인물을 사건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역시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특히나 군인 출신으로 그 행위로 인해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민간인을 위험으로 끌어들이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또한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이혼한 아내를 챙기는 모습 등은 아무리 '김래원' 배우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더라도 뻔하게 보이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사연이 있는 테러범 '전태성' 역은 '이종석' 배우가 연기합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니 만큼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다만 극 중 캐릭터 자체에 배우가 움직일 수 있는 폭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배우가 보일 수 있는 것도 적습니다. 게다가 특정한 사건을 통해서 테러범이 되었다는 건데, 이것을 감정적으로 쌓아가는 것을 보여주지 않고 단편단편적인 모습만 보이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유추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워낙 배우의 연기가 괜찮은 편이라 이 간극을 어느 정도 메워주기는 하지만, 굳이 주연급으로 테러범을 키우면서 테러범의 사연까지 만들어야 했을까 싶습니다. 그가 아무리 가족을 잃은 상태에 슬퍼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까지 관객에 강요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차라리 빌런으로의 모습만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배우 '이종석'의 열연은 빛났지만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워낙 부족해서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기자 역할이지만 기자로 보다는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웃음 코드로 작용하는 '오대오' 역은 '정상훈'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배우가 가지고 있는 코믹한 모습 이상을 선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배우가 다른 매체 등에서 보였던 모습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 굳이 왜 이런 역할을 넣은 건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진지한 분위기를 보이는 테러 영화의 모습을 보이는데 그의 역할은 지나치게 허술할 뿐더러 주인공에게 적극적인 조력자로 작용하지도 않기 때문이죠. 또한 주인공이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하는 전형적인 방해꾼 역할도 하는데, 기본적인 배경이 기자로 설정이 되어 있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울 뿐더러 그 직업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저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빠뜨리는 부분에 필요한 사람이 있어서 억지로 꿰어맞춘 느낌이랄까요?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캐릭터 중에 하나이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가장 크게 드는 인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이게 촘촘하게 엮여야 하는 영화인데, 그저 소모품처럼 사용하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더 지치는 영화였습니다. 새로운 인물이 나오게 되면 그 인물과의 관계 같은 것을 고려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를 짜맞춰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또한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다 보니 그들에 대한 전사를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관객들이 그 관계를 어느 정도 유추하게 만들고, 그들의 유대감이 매우 깊었다고 짐작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차라리 하나의 관계에 몰입을 해서, 가족이라면 가족에 집중한다거나, 전우애라면 전우애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보기가 더 편했을 텐데 여화는 양쪽 그 어디도 만족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방황하며 관객들도 혼돈에 빠뜨립니다. 나름 지루하지 않게 이것을 밀고 나가려고 노력한 것 같기는 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늘어지는 것은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고, 결국 끝에 다다라서는 육탄전으로 가다 보니 초반의 스케일에 비해서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들도 역시 영화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사실 이런 것들이었고, 정말로 그런 거였어. 같은 방식으로 풀다 보니 이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결말의 해결도 너무 흐지부지하고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그저 이런 이야기면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짧은 단락에서만 이야기가 뻗어나온 것 같습니다. 나름 참신할 수 있는 소재이고 잠수함 등의 묘사도 잘 하기는 했지만 이걸 보여주는 방식이 효율적이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난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재난이 부족하고 드라마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영화라고 기억됩니다.
영화 보는 남자 권정선재 ksjdoway@gmail.com
Poongdo: 풍도 http://poongdo.tistory.com/
맛있는 부분
하나. '김래원'의 안정적인 연기
둘. 꽤나 실감나는 테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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