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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달지 않은 초콜렛을 먹은 기분

권정선재 2022. 11. 29. 22:02

[맛있는 영화] 동감, 추억의 음식을 표방하는 PB제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Good - 멜로 소재라면 무조건 좋아

Bad - 명작 [동감]의 감성을 기다리는 사람

평점: ★★☆ (5)

 

무전기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는 매력적인 소재의 [동감]은 원작을 기대한 사람에게도 불만이고 새로움을 기대한 사람에게도 아쉬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전 플롯을 고스란히 따라갔더라면 이 정도로 지루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선택에 대해서 전혀 공감이 가지 않으니 뭘 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이야기의 맥락이 뚝뚝 끊어지는지, 과거에서 사는 ''의 이야기와 현재를 사는 '무늬'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시간의 이야기를 공평한 비중으로 나누자는 선택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은데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의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두 개의 시간이 하나의 이야기로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짧은 웹드라마 몇 편을 이어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러다 보니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차피 관객들의 경우 [동감]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반전 코드를 알고 있는 이상 이것을 얼마나 더 효과적이고 세련된 방법으로 풀어내는지가 영화의 가장 주요한 지점이었을 텐데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거라면 이걸 어떤 놀라운 비밀처럼 묘사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느 정도 드러낸 다음에 이에 대한 유대를 그려나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반전을 풀어내는 형식을 취하다 보니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따라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고 그들의 선택이 왜 그런 선택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크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인물들의 마음에 동감이 가지 않으니 영화 자체에 동감이 가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너무 많은 배우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한 시간대에 묶여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보여야 하는데 영화는 전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관객들이 지레짐작으로 배우들의 관계를 예측해야 하고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예상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그들의 선택이 대해서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 두 시간대를 완벽하게 다른 것처럼 묘사를 하려고 했다면 그 시간 안에서는 관객들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영화는 그러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뚝뚝 끊어지며 그 안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나 그 사이에 틈새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적어도 관객들이 그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유기적인 관계를 그려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나름 얼굴을 알린 배우들이 꽤나 많은 수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그저 소모적인 역할로 낭비하고 마는 것도 너무 아쉽습니다. 그들의 캐릭터와 관계성들만 제대로 그렸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시대를 완벽히 구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시대를 제대로 묘사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냥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 같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과거에 사는 인물들이 현재에 존재하게 할 때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이가 들게 분장하는데 이 역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부분입니다. 그저 장면장면에 어떤 캐릭터가 필요하고 그 시간에 적당히 알맞은 배우를 채워넣은 것 같은 느낌인데 꽤나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여진구'가 연기한 '김용'이라는 인물은 과거에 살면서 순정을 꿈꾸는 청년입니다. 현재에 사는 '무늬'와 무전기를 통해서 소통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나가고 자신의 감정 등도 솔직하게 말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그다지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미래에 살고 과거에 살고 그 시절이 더더욱 순진했던 시대였다고 하나 이것을 믿는 것이 너무나도 쉽게 그려집니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너무 술술 자신의 연애 고백을 하고 모든 감정을 다 드러낸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작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 하는 친구들에게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말이죠. 아마 영화에서 과거와 현재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다 보니 많은 부분이 축약된 것 같은데 이런 부분까지도 모두 다 생략된 것은 지나치지 않나 생각됩니다. '여진구'라는 배우 자체가 차분하게 이 역할을 소화하려고 하지만 영화는 그가 배우로 무언가를 선보일 수 있는 여지를 두지 않은 채 지질한 남성으로 묘사하는데 그칩니다.

 

현재에 사는 '무늬'는 '조이현' 배우가 연기하는데 과연 현대에 사는 여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답답한 모습을 보입니다. 조금 더 진취적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로 바꾸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영화는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성별을 역전했다면 조금 더 앞서나가는 모습을 통해서 과거의 '용'이 당황하고 '무늬'가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어나가도 되었을 것 같은데 영화는 전혀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대학생답지 못한 바보 같은 모습만 선보이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아무리 어린 나이의 대학생이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순진한 것이 멍청한 것이 아닌데 영화는 그 차이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배우 자체의 매력은 도드라지지만 극 중 인물 자체가 그다지 중심에 나서지 못하는 데다가 끌려가기만 하는 캐릭터라서 아쉽게 다가옵니다.

 

[동감]은 굳이 왜 이 시대에 돌아왔을까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 영화입니다. 아무리 멜로 영화가 없는 시대라고 하더라도 조금의 만듦새 정도는 지켜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달까요? 특히나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를 좋아하는 관객으로써 더더욱 아쉬운 마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정작 이 영화는 멜로적인 모습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합니다. 그저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무전기를 통해서 소통하고 거기에 따르는 반전이 얼마나 특이한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모든 것을 몰두하다 보니 정작 중요하게 해야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말하지 못합니다. 로맨스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엄마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할까요?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삼다 보니 반전이 공개가 되고 난 이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 자체의 힘이 빠지는 것도 너무 아쉬운 부분입니다. 각각의 상처를 가진 인물이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통해서라도 로맨스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이런 선택도 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잔잔한 매력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리지널 [동감]을 기억하는 관객이라거나 잔잔한 멜로 영화의 향수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전혀 만족하지 못할 느낌의 영화입니다. 나름 상징적으로 넣은 장면들 역시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그저 작위적으로만 느껴지니 영화가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워낙 오랜 기대를 했던 영화이니 만큼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기대를 전혀 충족하지 못합니다. 멜로 영화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라도 좋은 관객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영화 [동감]입니다.

 

영화 보는 남자 권정선재 ksjdoway@gmail.com

 

Poongdo: 풍도 http:poongdo.tistory.com/

 

 

맛있는 부분

하나. '용'이 '무늬'의 말이 모두 다 사실임을 깨닫는 순간

둘. 비 내리는 날 우산을 건네준 사람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