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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올빼미, 아몬드인 줄 알고 먹었는데 땅콩일 때

권정선재 2022. 12. 20. 22:58

[맛있는 영화] 올빼미, 아몬드인 줄 알고 먹었는데 땅콩일 때

 

Good - 역사가 담긴 영화가 좋은 사람

Bad - 영화적 상상력이 새로운 걸 보여주겠지?

평점: ★★★ (6점)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과 실제 사이에 어느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올빼미]는 그 사이에서 한쪽으로 완벽하게 치우친 영화였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침술사가 사실은 밤에 볼 수 있다면? 그래서 어떤 사건을 목격한다면? 이라는 소재로 시작된 영화는 매우 흥미로운 생각에서 자라난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 이상은 보여주지 않은 채 마무리됩니다. 기본적으로 역사를 소재로 삼은 영화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극의 전면에 내세운 만큼 그냥 새로운 상상력만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갔더라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올빼미]의 경우 초밴에는 이렇게 신선한 이야기가 있을 수가 있나? 싶어서 놀라운 흡인력을 지닌 채 관객들을 이끌어갑니다. 그 안에서 관객들은 다음에 또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까 흥미를 갖게 되죠. 하지만 영화가 일정 순간을 지나치게 되면서 그저 흘러가는 역사 안에서 주인공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욱 더 답답하고 갑갑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거죠. 감독의 선택이 그 방향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선한 소재를 만들어낸 만큼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라서 조금 지치는 구석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밤에만 볼 수 있다는 설정을 하려다 보니 영화 자체가 많이 어두워진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등장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매력적인 사극 영화의 탄생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올빼미]는 결국 안전한 선택을 하며 뻔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기존 역사로 영화가 치우치다 보니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영화는 내리막길을 달리는 축구공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립니다. 인물들이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기 떄문이죠. 이것 자체가 불만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이미 짜여진 상황에서 그대로 진행을 하려다 보니 인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움직일 수 없다 보니 영화 속에서 그저 소품처럼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한 방이 있을 것 같은 인물들도 그저 안전한 선택만을 하고, 분명히 주인공에게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부분이 보입니다. 조금 더 긴박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도 실제 역사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존재하게 되는 거죠. 실제 역사적 사실로 영화가 흘러가다 보니 조금 더 영화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에서도 가볍게 지나가는 부분들이 생깁니다. 또한 사건이 만들어지는 초반에는 천천히 이야기가 진행이 되다가, 실제 역사와 만나는 부분에서는 다급하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니 긴박함은 느껴지지 않은 채로 이야기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서사를 촘촘하게 쌓아가면서 기대를 쌓아가는 영화이기에 이런 식으로 무너져버리는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보다 사건이 더 크게 작용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해진' 배우나 '류준열' 배우가 꽤나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정도의 인상만 남게 되는 이유 같기도 합니다. 어두운 분위기로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사건 속에 던져 놓았다면 마지막까지 감독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끝을 내도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류준열' 배우는 밤에만 눈이 보이는 침술사 '경수'를 연기합니다. 밤에만 앞이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인데 정작 인물은 정작 이것을 그다지 감추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데 대놓고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하는 등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선보입니다. 게다가 그가 눈이 보이는 것을 들키는 순간에도 별로 절실하게 그것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이야기의 흐름 안에 인물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좁아져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초반에 꽤나 단단하게 이야기를 만들기에 아쉽게 느껴집니다. 특히나 '류준열'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매력으로 주맹증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납득이 간 상황에서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숨기지 않은 채로 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어린 동생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인물로 초반에 설정된 것에 비해서 어느 순간부터 동생이 전혀 주요하지 않게 작용한다는 느낌 등이 들어 더 아쉬웠습니다.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인조'는 전체적으로 한 인물이 아니라 장면마다 각각의 인조가 따로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 이야기 자체가 영화를 끌고 나가기 때문에 느껴지는 부분 같은데 그러다 보니 '유해진' 배우가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도드라지지 않아서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그저 단순한 악역처럼 그려지면서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어느 정도 유추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데, 물론 배우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기에 보는 것 자체가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의 인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존재처럼 보이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적어도 '인조'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지 않고 그냥 축약을 통해서 보여주니 더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후반부로 가면 유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초반에 차라리 조금 더 지독하게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올빼미]는 잘 만든 드라마의 주요 부분을 편집해서 보여준 느낌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힘 자체가 좋다 보니 더욱 아쉬움이 큰 작품입니다. 차라리 이 정도로 이름이 있는 배우가 아니었더라면 어느 정도 균형을 잡고 이야기에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오히려 영화적인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기분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든 사극 영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주맹증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서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는 이야기는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입니다. 특히나 그 살인을 목격하는 방법이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것도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너무 잔인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맹인이 살인사건을 깨닫게 되는 방법을 새로운 감각을 통해서 묘사합니다. 그 잔혹함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 등이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살아나니 관객으로 이 부분부터 앞으로 영화가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야기는 더 진행되지 않고 멈추게 됩니다. 꽤나 흥미롭게 느꼈기에 이 부분은 더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든 사극 영화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극장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사극 소재가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올빼미]는 분명 만듦새가 좋은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서 애정이 있다면 [올뺴미]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힘이 있기에 영화는 끝까지 지루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다소 뻔하게 흘러가고 우리가 아는 역사가 나오는 순간에도 배우들은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시선을 뗴지 못하도록 꽉 붙잡고 있습니다.

 

영화 보는 권정선재 ksjdowa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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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부분

하나. 세자가 침술사가 앞을 본다는 것을 아는 순간

둘. 왕손을 지키기 위해 달리는 침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