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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달지 않은 초콜렛을 먹은 기분

권정선재 2022. 11. 27. 22:30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Good - 마블 영화라면 꼭 봐야지.

Bad - 블록버스터 다운 면모를 보이겠지.

평점 - ★★★☆ (7)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이하 [블랙 팬서 2])는 많은 궁금증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블랙 팬서]의 주인공인 '채드윅 보스만'의 사망 이후 이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 지에 대해서 걱정과 기대를 함께 가졌기 떄문이죠. 실제 뚜껑을 연 [블랙 팬서 2]는 남은 자들이 떠난 자들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안에서 성장이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동안 마블 영화들이 취했던 상실에 대한 방식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이를 다루고 있어서 조금 더 위로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나 최근 10.29 참사로 인해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는 느낌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를 기억하고 누군가를 위로할지. 그리고 우리의 추모는 어느 방식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마블 영화들에서 캐릭터들만이 죽음으로 처리된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실제 배우 자체의 유고로 그 자리가 비게 되어서 더욱 진지한 시선을 가졌던 것 같은데, 그런 만큼 잔잔한 느낌도 있기는 하지만 서서히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2시간 41분이라는 꽤나 긴 러닝 타임은 사실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을 선사하기보다는 떠나간 자들에 대해 남은 자들이 취해야 하는 태도가 어느 모습인지를 보여주는데 조금 집중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것은 좋지만 그 안에서 함께 감정의 지침을 느끼게 되니 쉼을 위해서 극장에 간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추모를 하고 존중을 보내야 맞지만 영화의 주제 자체가 거기에 오롯이 맞춰진 부분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블랙 팬서 2]의 주인공인 '슈리'가 상실을 딛고 성장하기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보니 답답함이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송했던 [미즈 마블]에서도 느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다 보니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 꽤나 지지부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조금 더 빠른 성장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마블 영화들 모두에게 보이는 모습들인데 지나치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마블 영화가 변화를 겪어가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예행 연습과도 같은 영화들을 보이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각각의 히어로 영화들이 새롭게 나오고, 그 영화들을 통해서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만큼 주인공들의 성장을 그려내는 것이 마블, 그리고 각각의 영화를 담당한 감독들의 생각으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블에서 가장 크게 간과하는 것은 마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경우 이것을 모두 다 따라간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흐름을 모두 따라가면서 이것들을 모두 다 지켜보는데, 뭐 하나 성장하는 영웅들이 없이 다 망설이기만 한다면 도대체 어떤 영웅에게 영웅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히어로 영화를 보는 것이지 육아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파악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블랙 팬서 2]에서는 이게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게, 성장해야 하는 주인공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의 등장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여전히 [블랙 팬서 2]는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 느낌입니다.

 

오빠의 부재를 통해서 강인해져야 하는 왕국의 새로운 통치자 '슈리' '레티티아 라이트'가 연기했습니다. 오빠가 존재했을 때도 불안하고 부딪치는 모습을 많이 보이던 캐릭터인데, 오빠의 부재 이후에 더 많이 흔들리고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망설이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칠 정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 당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우리는 [스파이더맨] 등을 통해서 성장해나가는 10대 캐릭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걸 한 나라를 통치해야 하는 공주라는 신분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서도 다시 보여준다는 게 지루하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까지도 뚜렷하지 않게 그려지다 보니 후반부로 가서도 그의 행동이 왜 이런 결과를 낳는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선이 잡히지 않는 기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의 명확성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 인물이었습니다.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가 연기한 '네이머' 역시 한 왕국을 통치하는 왕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아둔하게 그려집니다. 안티 히어로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인데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슈리'가 중심적인 인물이다 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해낼 수 없기에 더더욱 아쉬운 면모를 보이는 인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낯선 캐릭터라서 잘 알지 못하는데 이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다짜고짜 나오는데 우리가 그 짧은 시간에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다 이해하기 바라니 더 어렵습니다. 국민들을 아낀다고 하는 것치고는 정말 국민들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빌런적 면모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이 뚜렷하게 보여야 하는데 이게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약점이 너무 뚜렷해서 그 아쉬움이 더 도드라지는 것 같습니다. 속편에도 등장을 예고했는데 조금 더 선명한 캐릭터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도미니크 손' '리리'를 연기했는데 새로운 아이언맨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조력자로의 역할도 하지 못하는 역할입니다. 자신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서 전혀 책임을 지지도 않고 깨달음 같은 것도 보이지 않기에 더욱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도대체 왜 그를 위해서 그런 희생을 한 것인가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새로운 히어로라고 하기에는 '슈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인해서 더 도드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린 나이에 천재 과학자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 정도의 어린 나이의 소녀 천재 과학자는 '슈리'가 하고 있었으니까요. '아이언 하트'라는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굳이 이 시리즈에서 이런 역할로 나왔어야 하는 건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반부에는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보일 것처럼 나오다가 후반부로 가면 급속도로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캐릭터에서는 자신의 고뇌가 조금 더 선명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본적으로 오빠에 대한 부재를 통해서 성장해야 하는 '슈리'와 더불어 그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이이언하트' 그리고 '네이머'까지 세 영웅이 동시에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며 성장을 준비하다 보니 더 답답한 마음만 듭니다. 모든 캐릭터가 동시에 성장하고 자신이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모르다 보니 이게 영화를 보는 건지 육아를 하는 건지 헷갈립니다. 이 와중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자체가 '슈리'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다른 인물들의 모습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서 억지로 여성 히어로의 수를 늘리지 않은 것은 [블랙 팬서 2]만이 가지고 있는 영리함인 것 같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여성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결말은 더더욱 아쉽습니다. 실컷 여성 서사를 쌓고 나서 그것을 무너뜨리는 숨겨둔 '티찰라'의 아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오롯이 새로운 시대의 영화를 만들어 놓고 구시대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이죠.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통성이라는 것은 결국 남성이 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슈리'가 아무리 나라를 이끌어나가려고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는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기 때문이죠. [블랙 팬서 2]는 개인적으로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인 들지 않습니다. 2시간 41분이라는 엄청나게 긴 러닝타임이 오로지 다음 이야기를 위한 예고편처럼 보이기 떄문이죠. 앞으로 '슈리'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까요? 마블 팬을 제외하고는 흥미가 꽤나 떨어질 것 같은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입니다.

 

영화 보는 남자 권정선재 ksjdowa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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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부분

하나. 거대하고 화려하며 충분히 고인을 기리는 장례식 장면

. '네이머'가 왕궁를 침공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