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해치지않아, 포장지에는 맵다던 표시가 있었는데.

[맛있는 영화] 해치지않아, 포장지에는 맵다던 표시가 있었는데.

 

Good –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

Bad – 원작을 읽은 사람들을 해치는 영화.

평점 - ★★☆ (5점)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만든 HUN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둔 작품이니 만큼 기대가 컸던 [해치지않아]는 그 기대를 완벽하게 망치는 영화였습니다. 애초에 주인공과 얼개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더라도 이토록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기본 설정만 가지고 올 영화라고 하더라도 이토록 허술하게 만들면서 관객들이 사랑을 할 거라고 믿을 수가 있다니? 싶을 정도로 영화는 그 어디에도 집중하지 않고, 그 어느 지점에도 만족도를 선사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보다도 더 빛을 발하는 ‘전여빈’ 배우와 ‘장승조’ 배우의 합이 의외로 좋기는 하였으나, 애초에 두 사람만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요? 가장 기본적으로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변호사인 주인공의 캐릭터가 지나칠 정도로 우유부단하고 아무런 매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영화가 힘을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화에서는 각자의 사명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이건 긴 연재를 가진 것이고, 그냥 간단하더라도 제대로 언급하고 지나갔어야 할 모든 동물원 식구들의 이야기가 마지막까지도 지친 손으로 스토리를 붙잡습니다. 원작의 설정만 가지고 왔다지만 그것도 잘못 가져온 나머지 영화는 더욱 위태롭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더라도 로펌 이야기는 절대적으로 줄였어야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동물원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부족한데 별 의미도 없는 로펌 장면이 너무나도 길게 들어갑니다. 물론 그 안에서 주인공인 ‘태수’의 고민이 드러나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없는 장면이 너무 많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굳이 사무실 안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고 대화를 모두 다 설명한다거나. 주인공이 로펌 사무실 안에서 찰나로만 나와도 될 장면에서 깨달을 것을 굳이 한 씬으로 소화하는 것 같은 부분들 말이죠. 이렇게 변호사로의 역할을 중요하게 할 것이라면 동물원에서의 감정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욕심도 낮췄어야 하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그쪽도 놓치지 못하겠던 모양입니다. 결국 [해치지않아]는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군데군데 보면 가볍게 웃음을 짓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거대한 이야기들의 홍수에 무너지게 되고, 그 안에서 점점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정말 오래된 유행어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맙니다. 영화는 새롭게 반짝이고 싶었겠지만 정작 영화 속에 소개가 되는 ‘동산파크’와 마찬가지로 낡고 허름한 공간이 되고 맙니다.

 

변호사였다가 한 번의 기회를 꼭 잡고 싶은 남자 ‘태수’는 ‘안재홍’ 배우가 연기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영화에서는 그의 발음이 제대로 들리지가 않는 순간이 많습니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대사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빠르게 치고 가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전달이 되지 않으니 더욱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여기에 ‘태수’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데다가 영화 안에서 그 결심의 이유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다보니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단순히 한 여자만으로 자신의 모든 가치관을 던진다고요? 적어도 영화라면 그 이상의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가 설득력을 갖지 못하면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역시 중심을 잃은 듯 합니다.

 

욕쟁이면서 상처가 많은 ‘한소원’은 ‘강소라’ 배우가 연기하는데 생각보다 아쉽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빈 부분이 없던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움직일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까만 코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있을 정도로 강단이 있는 인물인데 어느 순간에는 그저 ‘태수’의 도움만을 바라는 인물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갑자기 자기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캐릭터고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을 것처럼 한 순간 모두 다 해내고. 다시 또 철벽을 띄면서 해맑고. 모든 사람이라는 게 다 그렇기는 하지만 두 시가도 안 되는 영화 안에서 이렇게 흔들리는 캐릭터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소원’은 그저 ‘태수’의 보조적 역할이기에 이런 모습인 것 같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열심히 노력하기는 했지만 그 노력이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캐릭터들을 모두 다루면서도 정작 그 캐릭터들의 상처나 무게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여빈’ 배우의 역할이 좋았던 이유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도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모두 다 보여주고. 실망에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승조’ 배우가 눈에 보인 이유도 그의 연기력 넘어에 그 캐릭터 자체의 비열함이 뚜렷했기 때문이죠. 다른 캐릭터들은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있는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에 그 캐릭터들의 매력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고 그들의 하소연은 그저 투정으로만 들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그 빈 자리가 보이게 되고 그것을 채우지 못하는 것들만 자꾸 보이고 영화의 단점들과 흠결들만 눈에 보입니다. 중간중간 맥락 없는 가벼운 웃음들을 던져 넣으려고 하지만 탄탄히 쌓이지 않은 눈뭉치는 금방 바스라지는 것처럼 그다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설에 무난한 영화를 보며 가족과 보낼 것이 아니라면 괘나 아쉬울 영화 [해치지않아]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못된 남자친구를 습격하는 동물원 식구들

둘 – 코카콜라 먹는 북극곰 이후에 대박난 동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