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여덟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8. 20:34
 




AM 7:42




8화


우리는 다를 지도 모릅니다.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진호다. 자꾸만 채경과 자신의 일이 생각이 난다. 너무나도 다른 지금의 모습에 화가 난다.


“하아.”

“오빠 아침부터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냐?”

“어?”

 

진희가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고민이든지 나에게 털어 놓아.”

“괜찮아.”

 

진호는 애써 미소를 짓는다.


“흠, 나 학교 갈게.”


“그래.”

 

“하아.”


이 답답함 누구에게 털어 놓아야 할까요?



“너 무슨 일 있냐?”

“응?”


“표정이 안 좋다.”


역시, 태균이는 오랜 친구입니다. 저의 마음을 바로 읽습니다.


“사실은.”

 

태균이에게는 모든 것을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 당장 헤어져,”


“태균아.”

 

“네가 뭐가 부족해서!”


“솔직히 부족하잖아.”

진호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봐도, 내가 더 부족한 사람인 걸?”


“진호야!”

 

“그건 부정할 수 없는 거잖아. 내가 그 사람보다 모자른 사람인 거.”


“하아.”

 

태균은 답답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모르겠어.”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아.”


저기 진호가 보이는 데, 채경은 다가가지 못한다.


“어떡하지?”


미안한데, 가서 저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잡으러 갈 수가 없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


“하아.”

오늘은 그냥 회사로 가야 겠다.


“휴우.”

어떡하지?




“그런데 오늘은 왜 안 오지?”


“누구?”


“채경 씨.”


“하.”

 

태균이 코웃음을 친다.


“자기 때문에 네가 그런 수모를 당했는데, 올 수가 있겠냐?”


“설마.”

 

그런 거면 괜찮은데, 나는 괜찮은데.


“너는 속도 없냐?”


“왜?”


“그 상황에서도 그 여자가 보고 싶냐?”


“응.”

 

“미치겠다.”

태균은 고개를 젓는다.


“너란 녀석이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너도 사랑하면 알게 될 거다.”

“웃기고 있네.”

 

“그나저나, 정말 그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진호는 답답하다.




“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어?”

 

윤우가 채경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팀장님, 안 좋은 일 있어 보여요.”


“그래?”


“그 분이랑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에요?”


“아니.”

 

채경은 애써 미소를 짓는다.


“아무 일도 아니야.”


“팀장님, 저희는 항상 팀장님 편인 거 알죠?”

 

은호가 윤우를 거든다. 채경은 마음이 든든하다.


“내가 두 사람 덕에 산다.”

 

“언제든지 저희에게 털어 놓으세요.”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 팀장님 도와 드릴게요.”


“응, 말이라도 고마워. 무슨 일 생기면 가장 먼저 말할게.”


“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니, 나는 행운이다.




‘딩동, 편지 왔다.’


진호는 화색을 보이며, 휴대전화를 열어보았다. 하지만 스팸 문자다.


“야, 그렇게 답답하면 네가 먼저 보내.”

“그래도.”

태균은 이해가 안 된다.


“괜찮은데, 왜 네가 먼저 문자를 안 보내냐?”

“네 말이 맞으면 미안해 할 까봐.”


“웃기고 있네.”

태균은 진호의 휴대전화를 빼앗는다.


“내가 답장한다.”


“어!”

 

진호가 빼앗으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전송 완료’


“야!”

 

“이제 기다리기나 해라.”

태균은 연애 초보인 녀석이 한심하기만 하다.




‘붐’


“!”

 

채경의 눈이 동그래진다. 진호다.


‘혹시 나한테 미안해 하는 거예요? 그런 거면 안 그래도 되는데. 나 정말 괜찮아요.’


“하아.”

 

다행이다. 이 사람이 그렇게 생각 안 한다니.


“휴.”

 

정말 배려가 깊은 사람인 것 같다.




‘딩동 편지 왔다’


‘고마워. 우리 점심 같이 먹을래?’


“이거 봐라.”

 

진호가 미소를 짓는 걸 보니 태균도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좋냐?”

“응.”


“네가 좋으면 그게 사랑이지.”

태균도 이제 진호와 채경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렇지?”

“하여간 뭔 말을 못 해요.”


“히히.”

진호가 태균을 갑자기 껴안는다.


“얘, 얘가 왜 이래?”

“역시 넌 나의 베스트 프렌드야.”

“참 나.”


태균은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어? 팀장님 이번에는 웃고 계시네요?”

“어?”

“화해하셨구나?”


“내가 그렇게 다 보이나?”


“네.”

 

윤우가 미소를 짓는다.


“점심이라도 같이 하시기로 하셨나봐요?”


“어?”

채경의 눈이 동그래지자, 윤우와 은호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우리 팀장님, 너무 잘 보여서 걱정이라니까요. 아유, 어떡하나?”

“뭐, 뭐가?”


“팀장님 여자는 적당히 내숭도 있어야 하는데, 팀장님은 너무 뻔히 보이잖아요. 내숭은 커녕, 아유.”

“내, 내가 그래?”

 

“네.”

윤우와 은호의 말에 울상이 지어지는 채경이다.


“그러면 어떡해?”

 

“어떻게 하면 되냐면요.”

지난 번에 한 번 당했으면서, 또 귀를 기울이는 채경이다.




“후우.”

 

채경은 심호흡을 했다. 윤우와 은호에게 받은 특강.


“아자!”

 

그 순간 모든 시선이 채경에게 쏠린다.


“하하.”

 

채경은 얼굴이 붉어진 채, 식당으로 들어섰다.




“후우.”

 

진호는 아까 태균이 말해준 것을 다시 곱씹어 보았다. 약간은 거만해 보이라는 태균의 충고.


“하아.”

 

진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먼저 와있었네요?”


“네.”


진호는 살짝 건들거리며 대답을 했다.


“늦었네요?”

“아, 미안해요.”


채경이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뭐, 드실래요?”


“여기요!”


그리고 채경의 것까지 주문해 버린다.


“그냥 먹으란 거 먹어도 되죠?”

 

“아, 네.”


채경은 고개를 갸웃한다. 평상시 진호와 다르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러시든지요.”


채경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진호는 한숨을 내쉰다.


“힘들다. 그런데, 채경 씨 평상시와 다른 거 같아.”


태균이 가르쳐준 진행 방향과는 다르지만, 진호는 미소를 짓는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흐음.”

채경은 화장을 고치며 고개를 갸웃한다.


“진호 씨가 왜 그러지?”

윤우와 은호가 가르쳐 시나리오와 다르게 전개되는 지금의 상황이, 어렵기만 한 채경이다.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요.”

“네.”


그렇게 두 사람은 어색한 식사를 끝냈다.


“안녕히 가세요.”

 

“네.”

진호는 계속 기분이 찝찝하다. 이게 아닌데, 싶다.




“흠.”

 

채경 역시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자기 내숭이 너무 보였나?

“하아.”

 

진호의 표정이 많이 어두워보였다.


“휴.”




“이건 내가 아니야.”

진호는 고개를 젓는다.


“나 답지 않은 행동이야.”




“채경 씨!”

“?”

채경은 고개를 돌린다. 진호가 뛰어오고 있다.


“진호 씨.”

“미안해요. 내가 너무 거만하게 군 거 같아요. 사과할게요.”

“진호 씨?”


“이번에도 태균이 녀석이 시킨 건데, 다시는 녀석 말 안 들을 거예요. 괜히 너무 미안하잖아요. 솔직히 오늘도 미안해하지 말라고 부른 건데, 또 미안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사실 그 정도 늦는 거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진호 씨!”


채경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우리는 아마 많이 다를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 같을 거예요.”

 

진호가 채경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린다.


“사랑 하나요.”


“!”

 

“사랑해요.”

“진호 씨.”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진호와 채경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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