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7:42
그리고 그들은,
“선배!”
“역시나 네가 가장 빠르 구나.”
“그럼요.”
민하 선배가 고개를 젓는다.
“하여간 너의 그 공부에 대한 집념은 대단하다니까.”
“집념은 무슨.”
“왜?”
“킥.”
“그나저나 너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냐?”
“네?”
“동아리 모임을 한 번도 안 나와?”
“아시잖아요. 주말에는 일하는 거.”
“알지.”
민하 선배가 입을 내민다.
“그래도 너 우리 동아리에 너무 신경 안 쓰는 거 아니냐?”
“죄송해요.”
“죄송은.”
민하 선배가 미소를 짓는다.
“아직 점심 전이지?”
“네.”
“내가 점심 사줄게.”
“정말요?”
“네가 열심히 사는 게 예뻐서 사준는 거야.”
“네!”
“으유.”
민하 선배가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다.
“히.”
“웃기는?”
“어서오세요!”
“열심이네?”
“언니.”
“잠깐 시간 돼?”
조심스럽게 점장님을 바라보았다. 점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만요.”
“그래.”
“헤.”
“언니가 엄청나게 사가니까, 점장님도 봐주시는 거 봐?”
“그러게?”
강남의 한 생과일주스 집에서 일하고 있는 진희다.
“그나저나 공부도 하면서 일하는 거 힘들지 않아?”
“힘은 무슨.”
진희가 메론 주스를 맛있게 마신다.
“그나저나 언니 이렇게 자주 회사 비워도 되는 거야? 안 잘려?”
“내가 일 좀 잘 하잖아?”
“어련하시겠어요.”
진희가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너 언제까지 그럴 거야?”
“응?”
“집에 들어와.”
“언니.”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그 이야기는 이제 안 하기로 했잖아요.”
“그래도, 엄마 아빠가 네 걱정 많이 하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잖아요.”
“그래도 여자애 혼자서 이건 너무 위험하잖아.”
“하나도 안 위험해요.”
“진희야.”
“밤 열두시까지 사람들 있어요. 그리고 아침 일곱 시에 문 열고요. 전혀 안 위험하다니까요?”
“그래도 밤에.”
“걱정 뚝.”
진희가 채경의 손을 잡는다.
“언니가 나 걱정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너무 미안해서 그래요. 이제 오빠도 없는데, 내가 무슨 염치로 그 집에 있어요?”
“진희야.”
“괜찮아요.”
진희가 싱긋 웃는다.
“정말 괜찮겠어?”
“그렇다니까요.”
“그래도.”
채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희를 바라본다.
“이렇게 언니도 자주 들러주고 아주 좋아요. 정말 편해요. 몸은 고되도, 마음이 편하니까, 더 편해요.”
“우리가 부담을 많이 줬나보다.”
“아니요.”
진희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좋아서, 미안해서 그랬어요.”
진희가 혀를 내문다.
“언제 한 번 찾아 뵐게요.”
“그래.”
진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너 정말 대단하다.”
“네?”
“이번에 또 장학금 받는 다며?”
“그래요?”
“몰랐냐?”
“네.”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정말 다행이네요.”
“그러냐?”
“네.”
밥이 정말 맛있다.
“그나저나 나는 정말 큰 일이다.”
“왜요?”
“이번 학기에 또 쌍권총 날리게 생겼다.”
“또 F에요?”
“하여간, 그 박진경.”
“또 형 여자친구 때문이에요?”
“내가 걔 레포트 하나 둘 써준 줄 아냐?”
민하가 고개를 젓는다.
“하여간 미치겠다니까.”
“그럼 해주지 말아요.”
“어떻게 그러냐?”
“왜요?”
“여지껏 해줬는데.”
“다 선배가 착해서 그래요.”
“그렇지?”
“네.”
진호가 수저를 놓는다.
“그러면 저는 이제 도서관에 공부하러 갈게요.”
“그래, 가라 가. 이 공부 벌레야.”
“헤헤.”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책을 집어 들었다.
“네?”
윤우가 울상을 짓는다.
“저희는 어쩌구요?”
“둘 정말 대단하잖아.”
“팀장님.”
“이제 둘 중 하나 승진할 텐데, 계속 그럴 거야?”
“흠.”
은호와 윤우가 긴장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내일이면 온다니까.”
“오늘 일이 완전 많잖아요.”
“팀장님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응?”
“일 하기 싫으셔서 도망치시는 거야.”
“딱 보이네.”
“하하.”
채경의 등으로 식은 땀이 흐른다.
“나는 커피라도.”
“팀장님!”
“어서오세요!”
태균이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 낸다.
“아주 바쁘네요.”
“채경 씨.”
“시간 없죠?”
“잠시만요.”
태균이 재빨리 손님의 구두를 닦는다.
“일은 잘 돼요?”
“네.”
태균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진호 녀석이 없으니까 장사가 배는 잘된다니까요.”
“이상하네?”
“그렇죠.”
태균이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채경 씨는 요즘 어때요?”
“저요?”
“요즘 나오는 광고가 다 채경 씨 거라고 하던데?”
“헤.”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어쩌다가 상 하나 받은 거 가지고, 계속 광고가 들어오네요?”
“그거 지금 자랑이죠?”
“들켰나?”
“하여간.”
“좋아 보인다.”
“저야 늘 그렇죠.”
“되게 미안해요.”
“뭐가요?”
“내가 진호 씨 빼돌린 거 같아서.”
“무슨.”
태균이 미소를 짓는다.
“그 녀석이 잘 되면 저도 좋아요.”
“정말 부러운 우정이에요.”
“실상을 알고 나면 그렇지도 않을 걸요?”
“풋.”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손님이 정말 많네요.”
이제는 줄까지 서서 있다.
“어유.”
“저는 이미 가볼게요.”
“일부러 오셨는데.”
“아니에요.”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럼 다음에 뵈어요.”
“네.”
채경이 지하도를 벗어 난다.
“여보.”
“아유, 당신 또 회사를 왜 나왔어?”
“이거 내 회사에요.”
정수가 주현을 노려본다.
“어이쿠, 그랬구만.”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회사 운영이 답답하다는 소리가 들려서 나와 봤어요.”
“뭐?”
“너무 올바르게 기업을 운영해서 돈이 안 남는다잖아요.”
“무슨.”
주현이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 괜찮아 졌나 보네.”
“그럼요.”
정수가 주현을 가볍게 흘긴다.
“하나 뿐인 부인이 죽었으면 좋겠어요?”
“왜?”
“네?”
“젊은 여자랑 새 장가 들면 좋지.”
“누가 온대요?”
“그거야 모르지.”
“풋.”
정수가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 오늘 무슨 날인 지 알아요?”
“당연히 알지.”
“무슨 날인데요?”
“우리 결혼 기념일.”
“어머, 기억하고 계시네요?”
“내가 누구야?”
“알겠습니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우리 참 오래 살았어요.”
“그러게.”
“앞으로도 딱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훗.”
주현이 정수의 어깨를 감싼다.
“나도.”
“여보.”
“사랑해.”
“저도요.”
부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오른다.
‘빵’
도서관을 나오는데 누가 경적을 크게 울린다. 하여간 기본 예의가 없다니까. 저런 사람은 무시하고 가는 게 상책이다.
“빵!”
더 큰 경적. 도대체 뭐야?
“진호야!”
채경 씨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보고 싶어서.”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정말 공부 벌레인가보네?”
“제가 좀 그래요.”
“풋.”
채경의 미소는 언제나 싱그럽다.
“점심 같이 하려고 부리나케 왔는데, 점심 벌써 먹었지?”
“아니요.”
“그래? 그럼 우리 같이 점심 먹자.”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런데요.”
“응?”
“정말 나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
“그럼.”
“이거 감동이네.”
“그렇죠?”
“네.”
진호가 싱긋 웃는다.
“그런데 우리 텔레파시가 통하나봐요.”
“텔레파시?”
“내가 막 채경 씨 보고 싶다고 텔레파시 보냈거든요.”
“아, 내가 받는 게 그거구나.”
“거짓말은. 나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뭐라고요?”
“헤헤.”
“진호 씨, 그럼 누나에게 혼나요.”
“누나요?”
“앞으로 누나라고 해요.”
“왜요?”
진호가 울상을 짓는다.
“싫음, 나 서울 가고.”
“치.”
진호가 마지못해 입을 연다.
“누, 누나.”
“킥.”
채경이 진호를 돌려세워서 입술을 덮는다.
“사랑해. 동생.”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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