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하아.”
몸무게가 또 늘었습니다. 나름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는데, 60kg이었던 몸무게가 어느덧 61kg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왜? 또 몸무게가 늘었냐?”
“어?”
“과일도 살이 찌거든. 어제 과일 너무 많이 먹더라.”
“이미 절실하게 깨달았거든.”
살이 덜 찐다고, 어제 딸기와 바나나를 너무 많이 먹은 게 화근인 듯 합니다. 그래도 그동안 금식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저에게 배신을 하는 군요. 이런 나쁜 과일 녀석들?
“그냥 너도 나처럼 살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마, 그러면 살이 안 찐다니까.”
“너 잘났다.”
키캣을 먹으며, 제가 말을 하는 제 친구는 제가 아는 한 단 한 번도 살이 찐 적이 없습니다. 사실, 언제나 아름다운 퀸카였습니다.
“너 그런 말하면 정말 재수 없는 거 알지?”
“어.”
그나저나, 얘도 애인이 생겼다고 말을 하고, 다른 제 친구도 누군가가 고백을 할 거 같다고 하는데, 저는 완벽한 싱글입니다.
“하아.”
“왜?”
“나만 완벽한 싱글이잖아.”
“난 또 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는 군요.
“네가 살만 빼면.”
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입니다. 저 오늘 이 친구 여러 번 죽이고 싶군요.
“쟤 귀엽지 않냐?”
“누구?”
“저기 저 통통한 여자애 말이야.”
친구가 고개를 젓습니다.
“너 취향 정말 독특한 거 알고 있지?”
“내가 뭘?”
“저게 뭐가 귀엽냐? 굴러다닐 거 같게 생겼구만.”
“통통한 게 말랑말랑할 거 같잖아.”
“웃기고 있네.”
“쟤한테 사귀자고 해볼까?”
“정말?”
“그럼.”
저렇게 통통하고 귀여운 애가 제 여자친구라면 정말 행복할 거 같습니다.
“하아.”
역시 스트레스에는 웰치스 스파킹 소다 딸기가 제격입니다. 청량감이 저의 우울함을 날려주는 군요.
“저기요.”
“네?”
“저, 시간 있으세요?”
아, 뻔합니다. 이런 사람은 십중팔구 ‘도를 믿으십니까’이거나. 퀸카인 제 친구를 소개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말이죠. 조금 서럽다고 해야 할까요?
“무슨 일이신데요?”
최대한 까칠하게 남자를 노려보았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옆에 어떤 여자가 따라 다니지 않는 것을 보니, 도를 믿으십니까? 는 아닌가 보군요. 그렇다면 뻔합니다. 제 친구를 소개시켜 달라는 겁니다.
“걔 남자 친구 있거든요.”
“네?”
“걔 남자친구 있다고요.”
“누구 말씀하시는 거예요?”
“네?”
아닌 거야?
“저 도 안 믿는 걸요?”
“도도 아닌데.”
“?”
그럼 이 사람 정체가 뭘까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네?”
지금 이 사람 저 약올리고 있는 거 맞는 거죠?
“왜요?”
“아, 아니 그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건데요?”
“저 지금 시간 좀 내주세요.”
뭐 두가지 다 아니라니, 시간을 굳이 내주지 않을 이유도 없겠군요. 일단 이 사람을 따라가봐야 겠습니다.
“좋아요.”
“정말요.”
그런데 웃는 이 남자, 조금 바보 같은 거 아니에요?
휴, 다행입니다. 일단 함께 커피를 마시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이 여자 제가 고백을 하려고 하는데 조금 무서워 보이는 걸요?
이 남자 뭘까요? 일단 커피를 사준다고 해서 따라오기는 했는데 말이죠.
“무슨 일이신데요?”
“남자친구 있으세요?”
“없는데요?”
처음부터 조금 기분 나쁜 질문이랄까요?
“그래요?”
지금 이 미소의 의미는 뭐죠?
“그럼 저랑 사귀실래요?”
“!”
자, 잠깐만요. 지금 이 남자 뭐라고 말을 한 거죠? 저랑 사귀자고요?
“농담이시죠?”
“진담인데요.”
어디 미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 데 말이죠.
“저랑 사귀자고요?”
“네.”
이 남자 정말 생글생글입니다.
“농담 아니라고요?”
“네.”
하, 저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니요.
“혹시나 제 친구를 건너가는 다리로 사용하시려는 거면, 지금 그만 둬주세요. 걔 정말로 애인이 생겼다니까요.”
“저는 통통한 여자가 좋아요.”
“?”
통통한 여자가 좋은 남자도 있나요?
“지금 장난치시는거라면, 삼가주시기 바라요.”
“진심이에요.”
이 남자의 눈, 조금은 진실된 건가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부족해요?”
아니, 아니어서 문제입니다. 이 남자 정말 왕자님이거든요.
“제가 싫으시면 이 자리에서 거절해주세요.”
“하아.”
이거 진심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왜 좋은 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네?”
“정말 저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가 있으실 거 아녜요.”
“그거요.”
남자가 미소를 짓습니다.
“사랑하니까.”
좋습니다. 이 남자 진실입니다. 사랑,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가 따를 수 없습니다. 이 남자가 주렁주렁 이유를 달고 나왔다면 단박에 거절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산뜻하게 사랑 하나만을 이유로 대니,
“좋아요.”
“정말요?”
남자의 미소를 보니, 거짓같지는 않습니다.
고백에 바로 허락, 이것 참 놀라운 일이죠? 봄이라는 건 참 여러 사람들을 들뜨게 만드는 건가요? 제 사랑인 귀여운 곰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물론 제 여자친구는 제가 곰이라고 부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곰처럼 귀여운 걸 말이죠. 앞으로도 곰이라고 부를 겁니다.
“곰.”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너무 행복합니다. 모든 것은 다 사랑하니까, 그 한 마디로 통하는 거 같죠?
사랑하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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