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밀키스 연인

권정선재 2008. 3. 13. 15:47

 

 

 

 밀키스 연인

 

 

 

 역시나 오늘도 오는 군요. 저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매일 같이 편의점을 들르는 소녀고 있습니다. 저기 저 소녀입니다.

 

 딸랑

 

 어서오세요. 미니스톱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아무런 고민도 없이 쿨러 쪽으로 걸어가서 밀키스 캔 하나를 집어 듭니다.

 

 여기요.

 가격을 말하기도 전에 동전을 건네는 군요.

 

 오늘도 밀키스시네요.

 

 뭔가 말을 건네야 할 거 같아서 말을 건네보는데 어색한 질문일까요?

 

 , 제가 밀키스를 좀 좋아해요.

 

 .

 

 그녀가 싱긋 웃습니다. 참 예쁘군요. 그런데 여고생이 다니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 같은데, 학원이라도 다녀오는 걸까요?

 

 이제 학원 끝나신 거예요?

 

 야간 자율학습 끝나고 학원 다녀오거든요.

 , 힘드시겠네요.

 

 별로 안 힘들어요.

 

 말을 하면서 소녀는 가방에 밀키스를 집어 넣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안녕히가세요!

 

 그런데 왜 먹지도 않을 밀키스를 사는 걸까요? 그녀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참 좋기는 하지만 말이죠.

 

 

 

 하아.

 

 또 사버렸습니다. 밀키스를 말이죠. 오늘은 말을 해야지, 하면서도 결국 밀키스만 사들고 왔습니다.

 

 다녀왔어?

 

 부모님이 없는 우리 집. 저를 반기는 것은 열심히 카트라이더를 달리고 있는 중학생 남동생입니다.

 

 먹어.

 

 어라? 또 밀키스네?

 

 중학생 남동생이 밀키스를 뜯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 매일 밀키스야? 나는 마운틴듀가 더 좋은데.

 

 먹기 싫음 말던가.

 

 누가 싫다고 했나?

 

 나 잔다.

 

 .

 

 동생을 뒤로하고 방에 들어왔습니다. 매일 똑 같은 것을 사면 알아볼 거 같아서 산 밀키스인데, 이제는 다른 걸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럼 조금 어색해질 거 같은 분위기랄까요? 그리고 마운틴 듀는 여학생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잖아요. 우유맛의 달콤한 밀키스가 소녀스러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어서오세요.

 

 17,600원입니다.

 

 , 카드세요? 카드는 이쪽에서 도와드릴게요. 그 쪽에는 카드 긁는 게 없거든요.

 

 봉투 필요하세요? 봉투는 20원 내셔야 합니다.

 

 레종 파란 거야? 아 파란 거 말고 까만 거. 여깄습니다.

 

 현금 영수증 필요하세요? 잠시만요. 먼저 거슬러드리고, . 번호 불러주세요.

 

 , 한참을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주말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굉장히 바쁩니다. 뭐 그런만큼 시간은 빨리 지나지만요. 그런데 오늘은 그녀가 좀 늦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딸랑

 

 어서오세요. 미니스톱입니다.

 

 , 그 소녀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소녀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하아.

 

 너 안색이 안 좋아.

 머리가 조금 아파.

 

 감기라도 오려는 걸까요?

 

 조퇴라도 할래?

 아니 괜찮아.

 

 겨우 학원이 끝나고, 편의점을 향해서 걸어갑니다. 그런데 편의점이 이렇게 멀었나요? 아니면 몸이 아파서 이런 건가요. 다소 멀게 느껴지네요. . 그런데 지금 이 사간은 굉장히 바쁘군요. 지금 들어가면 이 사람에게 실례일 거 같죠. 조금만 기다렸다고, , 이제 조금 빈 거 같아요. 들어가야죠.

 

 어서오세요, 미니스톱입니다.

 

 언제나 반겨주는 이 목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저는 익숙하게 냉장코너로 가서, 밀키스 캔 하나를 꺼냅니다. 그리고 계산대에 내려놓는데,

 

 

 

 어디 아프세요?

 

 , 제가 무슨 짓을 한 거죠? 그냥 계산만 해주면 되는데.

 

 감기에 걸렸어요.

 

 다행히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주는 군요. 그녀의 볼이 굉장히 붉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제 손을 그녀의 뺨에 가져갔습니다.

 

 !

 

 그녀가 움찔합니다. , 잠깐 그건 그렇고, 제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죠?

 

 으앗, ,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지금 이 소녀 웃고 있는 건가요?

 

 

 

 .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실성했냐?

 하지만 집에 들어가자 마자 들리는 동생의 핀잔, 이게 정말 제 동생이 맞을까요?

 

 죽을래?

 

 그가 저의 뺨에 손을 대다니, 아직까지도 두근 거립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제 뺨에 손을 가져가 봅니다.

 

그나저나 아프다면서 왜 편의점 다녀온 거야?

 

 ?

 어떻게 아는 거죠?

 

 유미 누나가 전화했었어.

 

 , 유미. 정말 고마운 친구입니다.

 

 수상해.

 

 뭐가 수상해?

 

 제 동생 혹시 무슨 눈치라도 챈 걸까요? 저는 황급히 제 방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 아직까지 두근 거립니다.

 

 

 

 하아.

 

 아주 미쳤습니다. 거기에 손을 왜 가져 갑니까? 하아, 그녀가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아까 비웃는 거 보셨죠? 그런데 그게 비웃는 거 맞았나요? 그 비웃음을 보았는데 기분은 썩 나쁘지 않습니다. 손에 아직까지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게 혹시 사랑인가요? 그런데 내일부터 그녀가 오지 않으면 어쩌죠? 저 완전 바보 되는 거죠? 하아, 혹시 그녀가 학교에 변태라고 소문내면 어쩌죠?

 

 

 

 누나 괜찮아?

 

 .

 

 제가 외투를 걸치자, 동생이 현관으로 나옵니다.

 

 오늘 학교도 쉬었으면서, 어디 가는 건데?

 

 너는 몰라도 되네요.

 

 저는 미소를 지으면서 문을 나섰습니다.

 

 .

 

 누나!

 동생이 황급히 저를 붙잡아 줍니다.

 

 , 괜찮아?

 

 조금 어지럽네요. 조심해서 다녀와야 겠습니다.

 

 뭐 먹고 싶은 건 없지?

 누나 조심해.

 

 .

 

 

 

 그녀가 오지 않네요. 어제의 그 일 때문인가요? 이러면 다소 곤란한데 말이죠.

 

 딸랑

 

 , 그녀입니다.

 

 어서오!

 그녀가, 그녀가!

 

 

 

 삐요 삐요

 

 ,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여기는 어디죠?

 

 괜찮은 겁니까?

 

 열이 높아서 그런거니,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아, 다행이군요.

 

 제 이야기인가요? 제가 쓰러졌군요. 저는 힘겹게 눈을 뜹니다.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

 

 , 정신이 들어요?

 .

 

 편의점 오빠입니다.

 

 , 여기는 어디에요?

 

 지금 구급차 안이에요. 편의점 들어오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요. 휴대전화도 없고, 연락처도 없어서 일단 바로 119불렀어요.

 

 .

 

 얼마나 놀랐다고요. 그렇게 열이 높은데 왜 편의점은 온 거예요. 좀 쉬지.

 

 왜 화를 내는 걸까요?

 

 

 

 하아, 제가 왜 화를 내는 걸까요? 그녀가 걱정이 되어서인가요?

 

 , 오빠가 보고 싶어서요.

 

 !

 지금 그녀가 뭐라고 한 거죠? 다소 고백의 타이밍은 아니였는데, 지금 그녀가 저에게 고백을 한 거맞죠? 지금 구급요원 누나도 웃고 있으니까 그런 거 맞는 거죠? 저 저를 좋아하는 거 맞는 거죠?

 저도요!

 

 ?

 

 저도 좋아한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저는 멋지게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짤렸습니다. 자리를 너무 오래비워둬서라나요? 사실 그만 두고 싶었는데, 좋은 핑계가 생긴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똑똑

 

 어서오세요.

 

 밀키스 배달왔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밀키스 연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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