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 고백하기 좋은 날!
“뭐 하냐?”
“어?”
소년이 친구의 물음에 고개를 듭니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아니긴.”
친구도 소년의 눈을 따라 봅니다.
“어라? 너 쟤 좋아해?”
“어?”
“부정할 생각은 하지 마라. 얼굴에 딱 써있으니까.”
친구가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그럼 뭘 고민해? 가서 그냥 고민해버려. 너랑 쟤랑 오랜 소꿉친구 사이라며.”
“고백했다가 차이면 그 소꿉친구도 못 할까봐.”
“으유.”
친구가 고개를 젓습니다.
“그러니까 만우절을 이용해야지.”
“만우절?”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만우절을 왜?”
“만우절에 고백해서 뻥 차이면, 거짓말이지롱. 사귀지고 하면 아싸고. 어때? 손해 볼 거 없는 날이잖아.”
친구의 제안에 솔깃한 소년입니다.
“만우절.”
소년은 천천히 만우절을 되뇌입니다.
“하아.”
소년이 한숨을 쉽니다. 등 뒤에는 꽃다발을 숨기고 말이죠. 소년이 열심히 시계를 봅니다. 드디어 결심히 선 모양인 가요? 시간이 흐르고 소년의 표정이 조금씩 상기되어 갑니다.
‘딩동댕동’
울리는 종소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소년의 마음도 점점 두근두근 거립니다.
“야!”
멀리서 한 소녀가 고개를 돌립니다.
“어? 네가 무슨 일이야?”
“그게.”
그 순간 소녀의 친구가 소년의 뒤를 보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어머, 너 너무 낭만적이다.”
“어?”
이런 그 친구에게 소년의 의도가 들켰나보군요.
“얘 너한테 고백하러 왔나봐.”
소녀의 얼굴도 붉어집니다.
“뭐야?”
“쟤 누구야?”
순식간에 소년과 소녀의 주위에 수많은 학생들이 둘러싸입니다. 소년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집니다.
“나 너 좋아해!”
그리고 소년은 눈을 질끈 감고, 꽃을 내밀었습니다.
“치, 바보.”
소녀가 싱긋 웃습니다.
“너 일부러 만우절에 고백하는 거지?’
“!”
이런 소년의 마음이 들켜버렸습니다.
“무드없게 이게 뭐냐? 그래도 여학교 앞에서 쪽팔림을 무릅쓰고 서있었으니까, 내가 받아 준다.”
“저, 정말?”
소년의 얼굴이 기쁨으로 차오르려는 찰나.
“뻥이지!”
“어?”
소년이 울상을 짓습니다.
“그럼 내 고백 거절하는 거야?”
“다른 날 고백해. 만우절처럼 빠져나갈 구멍 만들지 말고.”
소녀가 싱긋 웃습니다.
“내가 하는 고백은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니까 상관 없어!”
돌아서는 소녀에게 소년이 소리 칩니다.
“그러니까 지금 대답해줘. 반드시.”
소녀가 싱긋 웃더니, 소년에게 다가 옵니다.
“정말 대답을 원해?”
“응.”
‘쪽’
갑자기 다가온 소녀의 입술. 소년의 얼굴이 붉어집니다.
“지, 지금.”
“오늘 전화할게.”
소녀가 손을 흔들며 사라집니다.
“헤헤.”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소년의 고백이 성공한 건 맞는 거겠죠?
4월 1일 만우절, 고백하기 좋은 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