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 찬 하루
“너는 영화 어�어?”
“그저 그랬어.”
찬의 말에 보람이 입을 삐죽거립니다.
“너는 무슨 남자애가 그렇게 무드가 없냐?”
“너희 또 싸우겠다.”
하루가 두 사람을 말립니다.
“아니, 얘가 그렇잖아.”
찬도 발끈합니다.
“너 말 끝마다 자꾸 남자 남자 그러는데, 그러는 너는 얼마나 여자 같길래, 그러는 거냐? 너 되게 웃기다.”
“내가 뭐가 어때서?”
“그만들 하라니까.”
하루가 두 사람을 말리느라 분주합니다.
“너네는 어떻게 고등학교 시절부터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치.”
“이 쥐방울이 자꾸 까불잖아.”
“너 또!”
“그만!”
보람, 찬, 하루는 절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붙어 다니는 세 사람은 조금 이상한 관계입니다. 아무래도 여학생 두 명에 남학생 한 명은 조금 이상한 구도이겠지요?
“오늘 저녁은 네가 쏴라.”
“왜 또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건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 누구야?”
찬은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럼 결정 난 거지.”
“보람아.”
“그래 내가 쏜다 쏴. 더러워서 쏴.”
찬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진작 그래야지.”
보람이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짓습니다.
“위하여!”
“그런데 도대체 누구를 위하는 거냐?”
“그런 거 안 중요하거든요.”
보람이가 싱긋 웃으며 샴페인 한 잔 마신다.
“아 좋다.”
“그러게.”
찬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 그렇게 으르렁 대더니 이제 기분이 좋아진 거야?”
하루도 싱긋 웃는다.
“그러게.”
보람도 싱긋 웃습니다.
“내가 이 녀석보다 생일이 빠르잖아. 그러니까 넓은 아량으로 이 어린 놈을 용서해 줘야지. 암.”
“웃기고 있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찬도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닙니다.
“우리 이런 행복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러게.”
하루의 표정이 조금 쓸쓸해집니다.
“왜?”
“어?”
“너 왜 이렇게 우울해?”
보람이가 하루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봅니다.
“내가 뭘?”
“이상한데?”
그러고보니 하루의 얼굴에 우울함이 조금 묻어 있는 듯 합니다.
“그냥 우리가 그냥 이대로 잘 지낼 수 있을까해서 말이야.”
“당연하지.”
보람이와 찬이 어깨동무를 합니다.
“너는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고 있냐?”
“그런가?”
하루가 어색하게 웃는다.
“그래 위하여!”
“위하여!”
“하아.”
하루는 소중하게 찬이 담겨 있는 사진을 쓸어봅니다.
“우리 정말 이대로 친구만 해야 하는 거야?”
하지만 하루의 마음은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닙니다.
“후우.”
보람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못 자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찬이 녀석 아까 조금 멋있었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보람입니다.
“미쳤어. 미쳤어. 그 녀석이 뭐라고.”
하지만 조금 잘생기기는 한 찬입니다.
“헤헤.”
정말 좋은 친구입니다. 그냥 친구로 두기는 아까운 그런 친구 말이죠.
“참 재밌는 녀석들이야.”
반면 두 사람이 전혀 여자로 보이지 않는 찬입니다.
“언제나 즐거워.”
단순히 보람이와 하루와 어울리는 게 즐거운 모양입니다.
“읏차, 오늘은 참 보람 찬 하루였다.”
찬이는 잠을 청합니다.
“나도 자야겠다.”
하루도 스탠드의 불을 끄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습니다.
“하암.”
보람이는 눈에 눈물이 글썽이더니 어느 순간 조용해 졌습니다. 이렇게 세 사람의 보람 찬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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