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기곰
“에? 또 안 먹는 거야?”
“싫어. 또 살쪘단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제 남자 친구는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뭐 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옆에 데리고 있기는 한데, 자꾸만 저에게 무언가를 먹이려고 합니다.
“나 이제 곧 60kg 넘을 지도 몰라.”
“그게 뭐가 어때서?”
“맞는 옷이 없다는 말이야!”
저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습니다.
“그럼 그냥 내 옷 입어.”
“정말 말이 안 통한다.”
남자 친구는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인생 길어야 백 년이야. 그 짧은 기간 동안 먹고 싶은 거 다 못 먹고 살면, 어떡하냐? 안 그래?”
“치.”
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재수가 없는 지 모릅니다. 사실 몸무게가 단 한 번도 평균 체중에서 벗어 난 적이 없는 인간은, 뚱뚱하다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 지 모릅니다. 특히나,
“먹어. 아기 곰아.”
이렇게 자기 여자 친구를, 여우도 토끼도, 아기도, 자기도 아닌 곰이라고 부르는 남자는 말이죠.
“내가 한 번만 더 곰이라고 부르면 어떡한다고 했지?”
“어?”
‘퍽’
“으.”
또 아기 곰의 주먹이 저의 등에 작렬했습니다.
“아, 아프잖아.”
“그러게 내가 곰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만 통통한 게 곰 같잖아.”
순간 저는 실수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자 잠깐!”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퍽!’
다시 한 번 작렬.
“으,”
“내가 곰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여자 친구의 볼이 붉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치.”
“그럼 오늘은 곰이라고 부르지 않을 테니까 좀 먹어라.”
“정말?”
“응.”
여자 친구가 조심스럽게 포크를 듭니다.
“정말 곰이라고 안 부를 거지?”
“응.”
여자 친구가 맛있게 음식들을 먹습니다. 정말 예쁩니다.
“야.”
“응?”
여자 친구가 고개를 듭니다.
“너 지금 귀여운 돼지 같아.”
지, 지금 제가 뭐라고 한 거죠?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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