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나의 아기곰

권정선재 2008. 4. 4. 11:53

 

 

 

 나의 아기곰

 

 

 

 ? 또 안 먹는 거야?

 

 싫어. 또 살쪘단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제 남자 친구는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뭐 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옆에 데리고 있기는 한데, 자꾸만 저에게 무언가를 먹이려고 합니다.

 

 나 이제 곧 60kg 넘을 지도 몰라.

 

 그게 뭐가 어때서?

 

 맞는 옷이 없다는 말이야!

 

 저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습니다.

 

 그럼 그냥 내 옷 입어.

 

 정말 말이 안 통한다.

 남자 친구는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인생 길어야 백 년이야. 그 짧은 기간 동안 먹고 싶은 거 다 못 먹고 살면, 어떡하냐? 안 그래?

 .

 

 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재수가 없는 지 모릅니다. 사실 몸무게가 단 한 번도 평균 체중에서 벗어 난 적이 없는 인간은, 뚱뚱하다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 지 모릅니다. 특히나,

 

 먹어. 아기 곰아.

 

 이렇게 자기 여자 친구를, 여우도 토끼도, 아기도, 자기도 아닌 곰이라고 부르는 남자는 말이죠.

 

 내가 한 번만 더 곰이라고 부르면 어떡한다고 했지?

 

 ?

 

 

 

 

 

 .

 

 또 아기 곰의 주먹이 저의 등에 작렬했습니다.

 

 , 아프잖아.

 그러게 내가 곰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만 통통한 게 곰 같잖아.

 

 순간 저는 실수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자 잠깐!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

 

 다시 한 번 작렬.

 

 ,

 

 내가 곰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여자 친구의 볼이 붉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

 

 그럼 오늘은 곰이라고 부르지 않을 테니까 좀 먹어라.

 

정말?

 

.

 

 여자 친구가 조심스럽게 포크를 듭니다.

 

 정말 곰이라고 안 부를 거지?

 

 .

 여자 친구가 맛있게 음식들을 먹습니다. 정말 예쁩니다.

 

 .

 

 ?

 

 여자 친구가 고개를 듭니다.

 

 너 지금 귀여운 돼지 같아.

 

 , 지금 제가 뭐라고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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