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우리랑 나라

권정선재 2008. 4. 3. 17:55

 

 

 

 우리랑 나라

 

 

 

 너 이번에는 꼭 나와야 한다. 정말이야. , !

 

 정화의 신신당부, 나라는 한숨을 쉽니다.

 

동창회는 무슨.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라고는 정화와 진 뿐이었던 나라는 동창회 같은 자리가 불편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

 

 순간 머릿속으로 어떤 기억이 지나가는 나라입니다.

 

 그래도 그 녀석은 한 번 보고 싶은데? 어떻게 변해 있을까?

 

 

 

 우리야!

 

 태우 너 뭐하는 거야?

 

 우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태우에게 다가갑니다.

 

 너 동창회 잡아가려고.

 

 태우가 브이를 그립니다.

 

 나 오늘 야근 있다니까.

 

 우리!

 

 기가 막히게 부장이 우리를 부릅니다.

 

 !

 

 오늘 동창회 다녀와요.

 

 ?

 

 그 깐깐한 부장이 어쩐 일이죠?

 

 저 친구가 나에게 부탁하더군요.

 

 태우가 씩 웃습니다.

 

 저 일할 게 남았는데.

 

 우리 씨 능력이면 금방 해치우잖아.

 

 그래도.

 그래서 가겠다는 거야? 안 가겠다는 거야?

 

 부장이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내가 이런 기회를 주는 거 어쩌다 있는 거 알아? 몰라?

 

 알겠습니다.

 

 

 

 고맙지?

 

 뭐가?

 

 회사에서 탈출시켜 줬잖아.

 

 우리가 한숨을 쉽니다.

 

 그 일은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고. 오늘 안 하면 일이 더 많아지잖아. 그러면 더 귀찮아 진다고.

 

 아무튼 오늘은 피한 거잖아.

 

 태우의 낙천주의에 우리가 고개를 흔듭니다.

 

 

 

 하아.

 

 막상 동창회 장소에 오니 한숨만 나오는 나라입니다. 벌써 30분 째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만 서성이고 있습니다.

 

 , 잠시만요.

 

 , .

 두 남자가 가게로 들어가고 나라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쟤네도 내 동창인가?

 

 

 

 , 우리 왔다.

 

.

 

 태우의 말에 친구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립니다.

 

 최우리.

 너 멋있게 변했다.

 

 하하.

 

 우리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입니다.

 

 그나저나 우리의 반쪽은?

 

 경림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봅니다.

 

 ?

 

 우리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누구?

 

 나라 말이야.

 다른 친구가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하하.

 

 땀이 나는 우리가 살짝 넥타이를 풉니다.

 

 여기 좀 덥다.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래.

 

다행히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흐음.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나라입니다.

 

 어쩌지?

 

 으 더워.

 

 

 

 아야.

 

 괜찮으세요?

 

 우리가 재빨리 손을 내밀어 나라를 일으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못 봤는걸요.

 

 나라가 자신의 분홍 쉬폰스커트를 보더니 울상을 짓습니다. 얼룩이 잔뜩 들었습니다.

 

 , 죄송해요. 제가 세탁비 드릴게요.

 

괜찮아요.

 

 나라가 싱긋 웃습니다.

 

 전화왔어요.

 

 여보세요?

 

 너 왜 안 와?

 

 정화입니다.

 

 그게.

 

 나라가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나 오늘 못 갈 거 같아.
 

나라 너 그러면 어떡하냐?

 

 생각보다 큰 소리가 우리에게까지 들린 모양입니다. 우리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미안.

 

 나라가 전화를 끊습니다.

 

.

 

 혹시, 유나라 씨 되세요?

 

 우리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런데, 저 아세요?

 

 나라가 고개를 갸웃하고 우리가 미소를 짓습니다.

 

 나야 우리, 최우리.

 

 우리?

 

 나라의 눈이 커다래집니다.

 

 그 코흘리개 땅꼬마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멋있는 우리라고?

 그래.

 

 우리가 손을 내밉니다.

 

 반갑다.

 

.

 

 나라가 손을 잡습니다.

 

 너 잘 지냈어?

 

 너는?

 

 두 사람이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 어디 카페라도 갈까?

 

 좋지.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봄날입니다.

 

 

 

 우리랑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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