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랑 나라
“너 이번에는 꼭 나와야 한다. 정말이야. 꼭, 꼭!”
정화의 신신당부, 나라는 한숨을 쉽니다.
“동창회는 무슨.”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라고는 정화와 진 뿐이었던 나라는 동창회 같은 자리가 불편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킥.”
순간 머릿속으로 어떤 기억이 지나가는 나라입니다.
“그래도 그 녀석은 한 번 보고 싶은데? 어떻게 변해 있을까?”
“우리야!”
“태우 너 뭐하는 거야?”
우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태우에게 다가갑니다.
“너 동창회 잡아가려고.”
태우가 브이를 그립니다.
“나 오늘 야근 있다니까.”
“
기가 막히게 부장이 우리를 부릅니다.
“네!”
“오늘 동창회 다녀와요.”
“네?”
그 깐깐한 부장이 어쩐 일이죠?
“저 친구가 나에게 부탁하더군요.”
태우가 씩 웃습니다.
“저 일할 게 남았는데.”
“우리 씨 능력이면 금방 해치우잖아.”
“그래도.”
“그래서 가겠다는 거야? 안 가겠다는 거야?”
부장이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내가 이런 기회를 주는 거 어쩌다 있는 거 알아? 몰라?”
“알겠습니다.”
“고맙지?’
“뭐가?”
“회사에서 탈출시켜 줬잖아.”
우리가 한숨을 쉽니다.
“그 일은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고. 오늘 안 하면 일이 더 많아지잖아. 그러면 더 귀찮아 진다고.”
“아무튼 오늘은 피한 거잖아.”
태우의 낙천주의에 우리가 고개를 흔듭니다.
“하아.”
막상 동창회 장소에 오니 한숨만 나오는 나라입니다. 벌써 30분 째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만 서성이고 있습니다.
“저, 잠시만요.”
“아, 네.”
두 남자가 가게로 들어가고 나라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쟤네도 내 동창인가?”
“야, 우리 왔다.”
“오.”
태우의 말에 친구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립니다.
“
“너 멋있게 변했다.”
“하하.”
우리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입니다.
“그나저나 우리의 반쪽은?”
경림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봅니다.
“어?”
우리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누구?”
“나라 말이야.”
다른 친구가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하하.”
땀이 나는 우리가 살짝 넥타이를 풉니다.
“여기 좀 덥다.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래.”
다행히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흐음.”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나라입니다.
“어쩌지?”
“으 더워.”
‘쿵’
“아야.”
“괜찮으세요?”
우리가 재빨리 손을 내밀어 나라를 일으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못 봤는걸요.”
나라가 자신의 분홍 쉬폰스커트를 보더니 울상을 짓습니다. 얼룩이 잔뜩 들었습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세탁비 드릴게요.”
“괜찮아요.”
나라가 싱긋 웃습니다.
‘전화왔어요.’
“여보세요?”
“너 왜 안 와?”
정화입니다.
“그게.”
나라가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나 오늘 못 갈 거 같아.”
“나라 너 그러면 어떡하냐?”
생각보다 큰 소리가 우리에게까지 들린 모양입니다. 우리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미안.”
나라가 전화를 끊습니다.
“휴.”
“혹시, 유나라 씨 되세요?”
우리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런데, 저 아세요?”
나라가 고개를 갸웃하고 우리가 미소를 짓습니다.
“나야 우리,
“우리?”
나라의 눈이 커다래집니다.
“그 코흘리개 땅꼬마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멋있는 우리라고?”
“그래.”
우리가 손을 내밉니다.
“반갑다.”
“응.”
나라가 손을 잡습니다.
“너 잘 지냈어?”
“너는?”
두 사람이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 어디 카페라도 갈까?”
“좋지.”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봄날입니다.
우리랑 나라
<끝>
'☆ 소설 > 단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 아저씨 (0) | 2008.04.04 |
---|---|
보람 찬 하루 (0) | 2008.04.03 |
[단편 소설] 4월 1일 만우절, 고백하기 좋은 날! (0) | 2008.04.01 |
[단편 소설] 음성사서함 (0) | 2008.03.14 |
밀키스 연인 (0) | 2008.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