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5월의 여왕 - [Episode. 4]

권정선재 2008. 5. 29. 01:11

 

 5월의 여왕

 

 

 Episode 4. 옷은 가치를 아는 사람이 입어야 한다.

 

 

 

 이번에 의상은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유나의 물음에 세희가 눈을 치켜 뜬다.

 

 당연히 그 분께 부탁을 해야지.

 그 분이 들어주실까?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세희가 유나를 흘겨 본다.

 

 나는 최고의 모델이야. 어떤 디자이너라도 나에게 옷을 입히고 싶어서 난리라고. 그 사람도 당연해.

 

 , 그렇겠지?

 

 유나가 고개를 갸웃한다.

 

 

 

 선생님 부탁합니다.

 

 미안해.

 홍랑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알잖아? 나는 정세희 의상 담당이야.

 

 선생님이 원하셔서 하시는 거 아니잖아요.

 

 하지만.

 

 세희는 의상의 소중함을 몰라요. 세희는 옷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히 몸에 걸치기만 하는 거라고 알고 있어요. 저는 아니에요. 저는 의상을 진심으로 소화하려고 의상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해도 할 수 없어.

 

 선생님.

 

 홍랑이 한솔의 애절한 눈빛을 피한다.

 

 정말 미안해.

 

 선생님.

 

 나는 할 수 없어.

 

 한솔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생님 언제든지 마음 바뀌시면 반드시 연락 주세요.

 

 홍랑이 한솔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어떻게 안 됐어?

 

 혜나의 물음에 한솔이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다른 선생님 옷을 얻으면 되잖아.

 

 아니.

 한솔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젓는다.

 

 홍랑 선생님의 옷은 최고야. 물론 다른 디자이너 분들의 옷들도 최고이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옷은 홍랑 선생님의 옷이야.

 

 하아.

 

 혜나가 한솔의 팔을 쓸어 준다.

 

 어떻게 할 거야?

 

 기다려 봐야지.

 

 그러다 안 되면?

 한솔이 미소를 짓는다.

 

 나 홍랑 선생님 옷이 한 벌 있어. 예전에 모델 대회 나갈 때 얻은 옷. 그 옷을 다시 입고 나가려고.

 

하지만.

 

 알아. 유행에 한참 뒤졌을 거라는 거. 하지만 내가 어떻게든 리폼을 하면 요즘의 옷들에 뒤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리고?

 

 한솔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홍랑 선생님은 반드시 나에게 전화를 주실 거야.

 

네가 어떻게 알아?

 

 홍랑 선생님은 옷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선택하실 테니까.

 

 

 

 어머 세희 씨 왔어.

 

 .

 

 세희가 거만하게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꼰다.

 

 저 이번에 May Queen 선발 대회에 나가요.

 

그래?

 

 그러니까 옷 한 벌만 주세요.

 

 홍랑의 인상이 구겨진다.

 

 그게 지금 옷을 원하는 사람의 태도야?

 

 뭐라고요?

 

 세희가 선글라스를 벗는다.

 

 지금 뭐라고 말씀 하셨어요?

 

 옷을 구하러 왔으면 최소한의 정중함 정도는 갖춰야 하는 거 아니야?

 

 하아?

 

 세희가 코웃음을 친다.

 

 평생 천쪼가리나 만지작 거린 사람이 뭘 알아요?

 !

 나 같은 모델이 입어주는 게 어딘데! 당신 같은 디자이너 따위가 지금 대드는 거예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모델이 누군지 모르는 거예요? 바로 나에요. ! 그런 나한테 옷을 안 줘요?

 그래 안 줄거야!

 

 홍랑이 세희를 노려본다.

 

 내가 그동안은 너한테 굽신 거렸지만,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해야 겠어. 너처럼 그렇게 천박하고 싸게 구는 여자애는 모델 오래 못 해.

 

 !

 

 너는 옷을 존중할 줄 몰라. 모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옷을 만나서 그 시너지를 발휘해야 진정한 모델이라는 거야. 너는 모델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아. 당장 이 가게에서 꺼져!

 

 하아.

 

 

 

 .

 

 승화가 차에 기대섰다.

 

 ?

 

 멍하니 멀리를 바라보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 저거 백승화 아니야?

 

 ?

 

 혜나의 말에 한솔이 뒤를 돌아본다.

 

 !

 

 백승화였다. 자신을 버리고 세희에게 간.

 

 봐서 뭐 해.

 

 그래도 한 때 알던 사이잖아. 인사라도 하는 게 예의 아니야?

 

 하지만.

 

 강한솔.

 

 어느새 승화가 한솔의 뒤로 와있었다.

 

 오랜 만이네.

 

 .

 

 한솔이 껄끄러운 표정으로 승화의 앞에 섰다.

 

 정말 오랜만이야. 너는 요즘 잘 지내?

 

그럼.

 

 승화가 미소를 짓는다.

 

 너 이번에 May Queen 선발 대회 나온다며?

 ,

 

 잘 해.

 

?

 승화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백승화!

 

 그 순간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거기서 뭐해!

 

 미안, 나 가야 겠다.

 

 승화가 재빨리 차로 뛰어갔다. 그리고 뒷 문을 열어 세희를 태우고 차를 몰고 떠났다.

 

승화야.

 

 전화왔다.

 

 한솔아 전화.

 

? .

 

 한솔이 전화기를 꺼내서 액정을 바라본다.

 

 홍랑 선생님

 

 !

 한솔이 조심스럽게 귀에 전화기를 가져갔다.

 

 , 선생님?

 정세희 이길 자신 있지?

 

 한솔의 입가에 미소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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