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단편] 보람찬 하루

권정선재 2008. 7. 27. 13:01

 

 

 

보람찬 하루

 

 

 

날도 더운데 어디 들어가서 만나자고 하지.

 

보람이 밝게 웃으며 하루에게 인사합니다.

 

, 그냥.

 

오늘 하루는 평상시와 달라 보이는 군요.

 

흐음.

 

보람이 고개를 갸웃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저 보람아.

 

?

 

하루가 평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습니다.

 

?

 

저기.

 

하루가 눈을 꼭 감더니, 심호흡을 크게 합니다.

 

후우.

 

?

보람이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무슨 일인데?

 

우리 헤어지자.

 

?

 

보람이는 순간 망치로 쾅하고 얻어 맞은 거 같습니다.

 

, 너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보람의 얼굴이 잔뜩 굳습니다.

헤어지자고.

 

하루가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말합니다.

 

, 지금 네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을 해?

 

미안.

 

하루가 고개를 숙입니다.

 

정말 미안해. 나 다른 사람이 생겨 버렸어.

 

!

 

보람의 얼굴이 새 빨게 집니다. 워낙 다혈질은 보람이가 오늘은 꽤나 잘 참습니다.

 

, 지금 그러니까. 네가 바람이 났다?

 

정말 미안하게 되었어.

 

하루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가 하루이틀 사귀니?

 

그러니까. 이렇게 용서를 구하는 거잖아.

 

류하루! 이 나쁜 놈. 나쁜 놈.

 

그 독한 보람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집니다.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보람의 모습에 하루도 당황합니다.

 

, 왜 울고 그래?

 

, 이 나쁜 자식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보람이가 씩씩하게 손등을 눈물을 닦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닦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굴 전체가 눈물 범벅이 될 뿐입니다.

 

나는, 나는.

 

?

 

하루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보람이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던져 버립니다.

 

!

 

케이크? 하루의 눈동자가 커다래집니다.

 

, 이게 무슨 케이크야?

 

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하는 소리야?

 

오늘?

 

보람이의 말에 하루가 생각에 잠깁니다.

 

!

 

설마, 오늘이.

 

그래 이 자식아. 오늘이 우리 만난 지 3년 되는 날이야. 우리의 소중한 기념일이라고. 그래 헤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무딜 수가 있어! 어떻게 오늘 같은 날. 오늘 같은 날!

 

보람이 악을 씁니다.

 

너는 정말 나쁜 자식이야.

, 몰랐어.

 

하루도 당혹스럽습니다. 하필이면 오늘이, 오늘이.

 

너 그 후배지?

 

?

 

강노을?

 

보람이 코웃음을 칩니다.

 

너희가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아?

 

, 보람아.

 

나 너 절대로 용서 안 해!

 

네가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

 

하루의 차분한 목소리에 보람이는 더 화가 납니다.

 

도대체 왜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

 

우리는 안 맞는 거 같아.

 

하루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

 

하루의 말에 보람이 코웃음을 칩니다.

 

우리가 잘 안 맞는 거 같다?

 

보람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떼어놓고 말을 합니다.

 

보람아.

 

내 이름 부르지 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두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너 후회할 거야.

 

보람아!

 

복수할 거거든.

 

보람이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데 그 미소가 미친 듯이 섬뜩합니다.

 

, 보람아.

 

너희가 마냥 행복할 줄 알아!

 

보람이의 마스카라가 번집니다.

 

나쁜 놈.

 

, 보람아.

 

하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나쁜 놈! 나쁜 놈!

 

보람이가 빨간 컨버스화로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와 파란 블루베리를 뭉게버립니다. 짖이겨서, 그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마구마구 짓밟아 버립니다.

 

!

 

너도 이렇게 만들 거야.

 

보람이 하루를 노려봅니다.

 

임보람.

 

?

 

너 이런 애였냐?

 

?

 

하루의 말에 보람은 더 화가 납니다.

 

무슨 뜻이야?

 

실망이다.

 

하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나는 네가 되게 쿨한 애인줄 알았는데.

 

!

 

너도 되게 지저분하다.

 

류하루!

 

보람이 악을 씁니다.

 

지금 한 말 취소해.

 

못 해.

 

하루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

 

보람이 눈이 새빨게 지도록 하루를 노려봅니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보람이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

 

그리고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산산이 찢어버립니다.

 

너 후회해.

 

웃기지 마.

 

선배.

 

순간 들리는 목소리.

 

노을아.

 

노을입니다.

 

!

 

보람의 눈썹이 꿈틀 거립니다.

 

길거리에서 왜 이러고 있으신 거예요?

 

아니야.

 

하루가 애써 미소를 짓습니다.

 

임보람.

 

보람이 하루를 바라봅니다.

 

행복했다.

 

!

 

그리고 하루가 노을을 데리고 뒤돌아갑니다.

 

!

 

보람이 주먹을 쥡니다.

 

류하루.

 

보람이 하루를 강하게 노려봅니다.

 

 

 

'☆ 소설 > 단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 아저씨... 2 - [첫 번째 이야기]  (0) 2008.08.29
시작입니다.  (0) 2008.08.09
5월의 여왕 - [Episode. After]  (0) 2008.05.30
5월의 여왕 - [Episode. Last]  (0) 2008.05.30
5월의 여왕 - [Episode. 6]  (0) 200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