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찬 하루
“날도 더운데 어디 들어가서 만나자고 하지.”
보람이 밝게 웃으며 하루에게 인사합니다.
“그, 그냥.”
오늘 하루는 평상시와 달라 보이는 군요.
“흐음.”
보람이 고개를 갸웃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저 보람아.”
“응?’
하루가 평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습니다.
“왜?”
“저기.”
하루가 눈을 꼭 감더니, 심호흡을 크게 합니다.
“후우.”
“?”
보람이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무슨 일인데?”
“우리 헤어지자.”
“어?”
보람이는 순간 망치로 쾅하고 얻어 맞은 거 같습니다.
“너, 너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보람의 얼굴이 잔뜩 굳습니다.
“헤어지자고.”
하루가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지, 지금 네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을 해?”
“미안.”
하루가 고개를 숙입니다.
“정말 미안해. 나 다른 사람이 생겨 버렸어.”
“!”
보람의 얼굴이 새 빨게 집니다. 워낙 다혈질은 보람이가 오늘은 꽤나 잘 참습니다.
“지, 지금 그러니까. 네가 바람이 났다?”
“정말 미안하게 되었어.
하루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가 하루이틀 사귀니?”
“그러니까. 이렇게 용서를 구하는 거잖아.”
“류하루! 이 나쁜 놈. 나쁜 놈.”
그 독한 보람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집니다.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보람의 모습에 하루도 당황합니다.
“왜, 왜 울고 그래?”
“이, 이 나쁜 자식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보람이가 씩씩하게 손등을 눈물을 닦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닦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굴 전체가 눈물 범벅이 될 뿐입니다.
“나는, 나는.”
“?”
하루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보람이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던져 버립니다.
“!”
케이크? 하루의 눈동자가 커다래집니다.
“이, 이게 무슨 케이크야?”
“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하는 소리야?”
“오늘?”
보람이의 말에 하루가 생각에 잠깁니다.
“!”
설마, 오늘이.
“그래 이 자식아. 오늘이 우리 만난 지 3년 되는 날이야. 우리의 소중한 기념일이라고. 그래 헤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무딜 수가 있어! 어떻게 오늘 같은 날. 오늘 같은 날!”
보람이 악을 씁니다.
“너는 정말 나쁜 자식이야.”
“모, 몰랐어.”
하루도 당혹스럽습니다. 하필이면 오늘이, 오늘이.
“너 그 후배지?”
“어?”
“강노을?”
보람이 코웃음을 칩니다.
“너희가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아?”
“보, 보람아.”
“나 너 절대로 용서 안 해!”
“네가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
하루의 차분한 목소리에 보람이는 더 화가 납니다.
“도대체 왜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
“우리는 안 맞는 거 같아.”
하루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하.”
하루의 말에 보람이 코웃음을 칩니다.
“우리가 잘 안 맞는 거 같다?”
보람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떼어놓고 말을 합니다.
“보람아.”
“내 이름 부르지 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두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너 후회할 거야.”
“보람아!”
“복수할 거거든.”
보람이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데 그 미소가 미친 듯이 섬뜩합니다.
“보, 보람아.”
“너희가 마냥 행복할 줄 알아!”
보람이의 마스카라가 번집니다.
“나쁜 놈.”
“보, 보람아.”
하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나쁜 놈! 나쁜 놈!”
보람이가 빨간 컨버스화로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와 파란 블루베리를 뭉게버립니다. 짖이겨서, 그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마구마구 짓밟아 버립니다.
“!”
“너도 이렇게 만들 거야.”
보람이 하루를 노려봅니다.
“
“왜?”
“너 이런 애였냐?”
“뭐?”
하루의 말에 보람은 더 화가 납니다.
“무슨 뜻이야?”
“실망이다.”
하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나는 네가 되게 쿨한 애인줄 알았는데.”
“!”
“너도 되게 지저분하다.”
“류하루!”
보람이 악을 씁니다.
“지금 한 말 취소해.”
“못 해.”
하루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하.”
보람이 눈이 새빨게 지도록 하루를 노려봅니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보람이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
그리고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산산이 찢어버립니다.
“너 후회해.”
“웃기지 마.”
“선배.”
순간 들리는 목소리.
“노을아.”
노을입니다.
“!”
보람의 눈썹이 꿈틀 거립니다.
“길거리에서 왜 이러고 있으신 거예요?”
“아니야.”
하루가 애써 미소를 짓습니다.
“
보람이 하루를 바라봅니다.
“행복했다.”
“!”
그리고 하루가 노을을 데리고 뒤돌아갑니다.
“!”
보람이 주먹을 쥡니다.
“류하루.”
보람이 하루를 강하게 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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