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작입니다.
“야, 넌 친구도 없냐?”
순규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가은에게 투덜거린다.
“친구야 많지. 그래도 베푸는 너 하나 뿐이잖냐?”
가은이 빙긋 미소를 짓는다.
‘이게 무슨 베푸냐? 아주 노비지, 노비.”
순규가 양 손에 잔뜩 들려 있는 쇼핑백들을 가은의 눈 앞에서 흔들어 보인다. 족히 10개는 넘어 보인다.
“야, 그 정도야 베푸라면, 당연히.”
“
가은이 말에 순규가 소리를 뺵 지른다.
“네가 들어 보고 말해. 무슨 구두랑 옷이 이렇게 무거워? 너 일부러 이 속에 돌이라도 집어 넣었지?”
“농담도.”
“농담 아니거든.”
“헤헤.”
순규의 말에 가은이 웃음을 짓는다.
“웃기는.”
순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 우냐?”
“말이라도 못 하면.”
“
순규의 말을 모조리 받아 치는 가은이다.
“으유.”
순규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헤헤.”
그런 순규를 보모 가은이 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가은이 순규를 본다.
“사야 할 건 다 산 거야?”
“음.”
가은이 순규가 잔뜩 들고 있는 쇼핑백들을 본다.
“응!”
“그럼 갈 거지?”
가은의 말이 너무나도 반가운 순규였다. 순규가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가은에게 물었다.
“네가 이렇게 내 짐들을 들어준 게 너무나도 고맙기도 하고, 음.”
가은이 검지를 물더니 빙긋 웃는다.
“내가 저녁 쏜다!”
“오.”
순규가 감탄을 내뱉는다.
“뭐 먹고 싶어?”
“글쎄?”
순규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네가 사는 게 워낙 오랜만이라 말이야.”
“하여간.”
가은이 귀엽게 순규를 흘겨본다.
“알았어. 우리 저기 가자.”
순규가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를 가리킨다.
“응?”
순규의 말에 가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왜? 저거보다 비싼 것도 살 수 있어. 우리 맛있는 거 먹자니까.”
“됐어.”
순규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나는 저걸로도 충분해.”
“진짜?”
가은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두 말 하기 없기다. 사나이가, 알았지?”
“그래.”
순규가 미소를 짓는다.
“오케이!”
“킥.”
혼자 신나서 가는 가은을 보며 순규가 미소를 짓는다.
“어서오세요.”
“너 뭐 먹을 거야?”
“글쎄.”
이것저것 모두 다 맛있게 보였다.
“아줌마 튀김 어떻게 해요?”
“4개에 천 원 씩.”
아줌마가 인심 좋은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한다.
“그래요?”
순규가 가은을 바라본다.
“너 튀김 좋아하잖아?”
“안 돼.”
가은이 울상을 짓는다.
“왜?”
“나 다이어트 해야 한단 말이야.”
“웃기고 있네.”
순규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줌마 튀김 이것저것 섞어서 3000원 어치랑요. 떡볶이 2000원 어치, 비벼주세요. 그리고, 순대도 2000원 어치요.”
“네.”
“너 다 먹을 수 있어?”
가은이 눈이 동그래져서 순규를 바라본다.
“네가 다 먹을 거면서.”
순규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가은을 바라본다.
“내, 내가 뭘?”
순규의 말에 허가 찔린 가은이 당황한다.
“아니야?”
“그, 그럼.”
“웃기네.”
“여기요.”
“고맙습니다.”
때마침, 아주머니가 음식들을 내주었다.
“먹기나 해.”
“치.”
가은이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이쑤시개를 집어 든다.
“그만 씩씩대고 어서 먹기나 하세요.”
순규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가은을 바라본다.
“우와, 맛있다.”
“응.”
그 많던 음식들이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 바보.”
순간 가은을 바라보던 순규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 내가 왜 바보야?”
갑자기 바보 소리를 들은 가은이 당황한다.
“입에 다 묻히고 먹으니까 바보지.”
“응? 어디?”
“여기.”
가은이 열심히 혀로 소스를 닦아보지만, 자꾸만 그 주위를 맴돌기만 하고, 정작 소스는 닦이지 않는다.
“하여간.”
순규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기?”
“아, 아니.”
결국 보다 못한 순규가 휴지를 뜯어서 가은의 입을 닦아 준다.
“으이구 답답해.”
“진작 네가 해주면 돼지.”
가은이 싱긋 웃는다.
“내가 왜?”
“그런데, 순규야.”
“응?”
가은이 울상을 짓는다.
“왜?”
“나 너무 매워. 우유.”
“으유.”
순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알았어.”
“알지? 나 맛있는.”
“알아!”
순규가 투덜거리며 지갑을 든다.
“빨리 다녀와!”
가은이 멀어지는 순규를 향해 소리 친다.
“참 좋겠어요.”
순규가 나가자 아주머니가 빙긋 웃으며 가은에게 말을 걸었다.
“네?”
갑작스러운 아주머니의 말씀에 가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저렇게 든든한 남자 친구가 있으니까 말이에요.”
“네?”
아주머니의 말씀에 가은이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남자 친구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놀라서 되묻는다.
“네. 그냥 친구에요. 좋은 친구.”
가은이 싱긋 웃는다.
“그럼 사겨요.”
“네?”
“둘이 정말 잘 어울려요.”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가은을 바라본다.
“농담하지마세요.”
“농담 아닌데?”
순간 가은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 왔어.”
때마침 순규가 돌아온다. 아주머니는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으신다.
“여기.”
“고, 고마워.”
가은이 우유를 뜯어서 벌컥벌컥 들이킨다.
“무슨 일 있었냐?”
분위기가 이상하자 순규가 고개를 갸웃한다.
“응?”
“너 얼굴이 무지하게 빨개.”
“매, 매워서.”
가은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럼 말고.”
여태까지는 몰랐었는데 순규가 참 멋있게 보이는 가은이다.
“야!”
“응?”
콧잔등에 송글송글 맺힌 땀도 참 예뻐보였다.
“아니야.”
“싱겁긴.”
순규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먹는 것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얼마에요?”
순규가 지갑을 열자 가은이 말린다.
“내가 낼게. 내가 낸다니까.”
“됐네요.”
순규가 미소를 짓고, 가은의 마음에 설렌다.
“7,000원이네요.”
아주머니가 말하자, 순규가 10,000원 짜리를 내민다.
“여기 거스름돈이요.”
“고맙습니다.”
“또 와요!”
“네.”
두 사람은 포장마차를 나왔다.
“되게 잘 먹었다.”
순간 가은의 마음에 불이 하나 들어온다.
“잠깐만!”
“응?”
가은이 포장마차로 뛰어 들어간다.
“아줌마!”
“뭐 놓고 가셨어요?”
두 사람의 자리를 치우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요.”
가은이 미소를 짓는다.
“아줌마! 다음에, 다음에 올땐 꼭 둘이 연인이 되어 올게요. 알았죠?”
“그래요.”
아주머니가 빙긋 웃는다.
“아주머니 말씀을 들으니, 녀석이 괜찮아 보여요. 왜 여태까지 그걸 몰랐는지. 아주머니, 진주를 찾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꼭 다음엔 둘이 연인이 되길 바라요.”
“네!”
가은이 미소를 지으며 포장마차를 나온다.
“뭐하고 왔냐?”
“
“응?”
가은이 싱긋 웃으며 순규를 본다.
“이제 너 남자로 볼 거야.”
“뭐?”
가은이 장난 어린 표정으로 앞장서 간다.
“야,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이제 그냥 친구 아니야. 나한텐, 남자야.”
“뭐?”
가은이 싱긋 웃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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