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세 번째 이야기 -
“흠, 흠.”
“뭐 좋은 일 있니?”
화영이 주연의 방으로 들어와서 묻는다.
“좋은 일은.”
하지만 주연의 얼굴 한 가득 미소가 지어져 있다.
“오늘 선재 군이라도 만나는 거야?”
“아니, 고등학교 동창회.”
“고등학교 동창회?”
화영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좋아?”
“신기하잖아요. 우리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벌써 고등학교 동창회라는 말도 쓰고, 왠지 더 어른이 된 거 같고 말이에요. 나 되게 설레. 엄마도 저라면 엄청 설레셨을 걸요? 분명해요.”
“그래, 듣기만 해도 많이 설렐 거 같다. 그나저나 너마저 나가면 나는 점심 혼자 먹어야겠네?”
“에? 대연이는요?”
“너 몰랐지?”
화영이 애써 미소를 참으며 주연을 바라본다.
“뭘, 몰라요?”
“대연이 여자 친구가 생겼더라?”
“네?”
주연의 눈이 커진다.
“정말?”
“어.”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녀석도 꼴에 남자라고 말이야.”
“킥.”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아싸,
“으유.”
화영이 고개를 젓는다.
“그나저나 그러면 많이 늦을 거야?”
“몰라요. 가 봐야 알지.”
“그런데 왜 그렇게 일찍 가?”
“아 가기 전에 혜지랑 먼저 만나서 쇼핑 좀 간단히 하려고요.”
주연이 귀걸이를 착용하면서 대꾸한다.
“혜지도 사정이 있어서 요즘에 잘 못 만났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동창회 가기 전에 서로 친목 좀 더 다져 놓고 가려고요.”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술도 마시겠네? 콩나물 국이라도 좀 끓여 둘까?”
“엄마는 무슨 딸을 술 꾼으로 알아요?”
“어머, 아니었니?”
화영이 주연을 바라보자 주연이 정색을 한다.
“엄마.”
“알았어.”
화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술은 아마도 안 마실 거고요. 만약에 마시게 된다고 해도, 제가 알아서 조절해가면서 마실게요.”
“정말?”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이제 어른이에요.”
“어른 같아야, 어른이지.”
“어머?”
주연이 가방을 든다.
“엄마도 제가 여자인 걸 인정해주셨으면 해요.”
“뭐, 때가 되면 알아서 네가 여자라는 걸 인정해주겠지?”
“치.”
주연이 신발을 신는다.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고.”
“네.”
주연이 신발을 다 신고 화영을 바라본다.
“그럼 엄마 저 다녀올게요.”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녀와.”
“네.”
주연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좋을 때지.”
화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들어 선다.
“으왓!”
병환이 일어나서 휴대 전화의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직 자명종이 울리지 않은 줄 알고 일찍 일어났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왕창 늦게 일어나 버렸다. 회사에 출근하기도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나 참.”
순간 병환의 머리에 한 가지 사실이 퍼뜩 떠오른다.
“오빠, 나 내일 아침에 도서관에서 친구들하고 스터디하기로 했으니까, 일찍 깨워줘야 해. 할 수 있겠어?”
혜지의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흘러나온다.
“당연하지.”
병환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오빠 어차피 회사 일찍 가잖아. 그러니까 내가 깨워줄게.”
“그래 주면 정말로 고맙고, 나 오빠의 모닝콜로 기상하면 정말 하루 온 종일 기분이 좋을 거 같아.”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 내가 당연히 해줄게.”
“진짜?”
“너 속고만 살았냐?”
혜지의 웃음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흐른다.
“오 로맨티스트인데?”
“킥.”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너 내가 낭만주의자인 거 여태까지 몰랐냐?”
“으, 노인네.”
혜지가 투덜거린다.
“그런 말 좀 쓰지 말라니까.”
“아, 조심 조심.”
병환이 재빨리 사과를 한다.
“그나저나 내가 내일 아침에 꼭 깨워줄게.”
“그래.”
혜지가 행복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그러면 나 오빠만 믿고 잔다.”
“그래, 이 오빠만 믿어.”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하암.”
“우리 애기 졸려?”
“조금?”
시계를 보니 졸릴 시간입니다.
“그럼 잘 자.”
“그래, 오빠도 잘 자.”
병환이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어라? 그냥 끊는 거야?”
“응?”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왜?”
“사랑해.”
혜지가 조심스럽게 병환에게 말을 하자, 병환이 씩 웃는다.
“나도 사랑해.”
“잘 자.”
“그래.”
병환이 전화를 끊는다.
“킥.”
오늘 밤에는 좋은 꿈을 꾸며 잘 수 있을 것 같은 병환이다.
이렇게 어젯밤에 혜지와 통화를 했던 내용이 떠오르자 병환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깨워준다고 했으니, 분명 혜지는 전화기로 시간을 맞춰놓지 않고 잤을 것이다. 조금 늦었을 텐데.
“으유.”
병환이 머리를 긁적이며, 전화의 버튼을 눌렀다.
“그럼 우리 내일 아침에 보자.”
“그래!”
“좋은 하루 보내!”
“너도.”
혜지가 다른 스터디 그룹 친구들과 손을 흔들었다.
‘Rrrrrr Rrrrrr’
병환이었다.
“치, 양반은 못 되네.”
혜지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물론 졸린 듯 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런, 낭패였다. 혜지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제 막 일어난 듯 했다.
“혜지야 지금 일어났어?”
병환이 물어보나한 질문을 혜지에게 던졌다.
“응. 지금 여서 시야?”
병환은 당황했다. 지금 이미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그, 그게.”
혜지는 애써 웃음을 참았다. 자신의 능청스러운 거짓말에 지금 당황을 하고 있을 병환의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혜지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몇 신데 그래?”
병환은 단박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몇 시야?”
혜지가 웃음을 참으며 재차 묻자, 병환이 조심스럽게 대꾸를 한다.
“
“
혜지가 놀란 척 말을 한다.
“이제 깨우면 어떡해?”
“미안.”
병환은 정말 놀란 듯 하다.
“오빠 때문에.”
“정말 미안.”
너무나도 재미 있기는 하지만, 분명 이 일로 인해 오늘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이쯤에서 장난을 끝내야 했다.
“오빠. 나 이미 스터디 다 끝내고 강남이거든. 으유 이 잠보야. 내가 지금 깨우려고 전화기 들었었어.”
“그러니까 걱정말라고.”
혜지의 말을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는 병환이다.
“그래, 정말 다행이다.”
“대신 저녁 쏘기다.”
“물론이지.”
병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8살. 여자
사랑은 주황이다. 언제나 따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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