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다섯 번째 이야기 -
“무슨 이야긴데 말을 못 해?”
가인이 선재를 재촉한다.
“저, 엄마 제가 여자 친구 있는 건 알고 계시죠?”
선재가 힘겹게 입을 연다.
“물론이지.”
“엄마. 그래서 말인데요.”
선재가 힘겹게 마음을 다잡는다.
“저 제 여자 친구랑 같이 살아도 될까요?”
“어?”
가인의 목소리에 당황스러움이 묻어 난다.
“그게 무슨 말이니?”
“저, 제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하고 싶어요.”
“동거?”
가인이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선재야.”
“네.”
“이미 동거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
가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선재는 잠시 멈칫한다.
“선재야?”
가인이 선재를 재촉한다. 선재는 마음을 정했다.
“아직 동거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냥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하고 싶어서 어머니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는 지 궁금해서요.”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그래?”
가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 사는 게 아니라면 이 엄마는 네가 동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선재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꽤나 개방적인 성격이라고 생각을 한 어머니였다. 캐나다에서 워낙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왜, 왜요?”
“이상하게 내가 그 부분에서는 꽤나 보수적이구나.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면 그만이지만, 네가 그리고 지금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면 내가 너의 동거를 막을 권리는 없을 거 같다만, 물론, 네가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내가 너의 동거를 막을 권리가 있다는 건 아니야. 다만 엄마는 네가 정말로 네 여자 친구를 좋아한다면 동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
“한국이라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는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니? 물론 네가 정말로 원한다면 나는 막을 생각은 없어. 다만 네가 나중에, 정말로 만약에 두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게 될 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니?”
“네?”
“한국에서라면 분명, 지금 네가 동거를 원하는 네 여자 친구는 큰 곤란을 겪게 될 거란다. 분명해.”
선재는 그 점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엄마는 최대한 네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어.”
가인이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네 생각은 틀렸다고 밖에 말을 하지 못하겠구나.”
“그렇군요.”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점은 미쳐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
가인의 목소리가 살짝 밝아 진다.
“네가 그 여자 아이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만일 생길 지도 모르는 나중의 일을 생각을 해 두어야 한다. 그게 정말 남자인 거니까.”
“네.”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말씀을 드리니, 동거는 일단 무리인 것 같네요. 아무래도, 말이에요.”
“그래.”
“엄마.”
“응?”
“거기서는 행복하신 거죠?”
선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물론이지.”
가인이 웃음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선재의 물음에 대꾸를 한다.
“너도 알고 있잖니? Dr. Jason이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 지 말이야.”
“알고 있죠. 아버지는 엄마를 정말로 좋아하니까요. 그게 눈으로 다 보이는 사람이니까 어느 정도 안심은 돼요.”
“그러니까 너는 엄마 걱정은 하지 마.”
가인의 목소리에 걱정이 한껏 묻어 난다.
“네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선재가 싱긋 웃는다.
“그럼 엄마, 전화 비 많이 나와요.”
“그래.”
“끊어요.”
“다음에 다시 전화 하마.”
“네.”
전화가 끊겼다.
“하아.”
그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헤헤. 그러면 동거는 그만 둬야겠네.”
선재가 오른 쪽 검지로 코 아래를 비빈다.
“그나저나. 이제 나는 또 뭐하지?”
오후의 무료한 시간을 뭘 하고 보내야 할 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선재다.
“하암.”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신문 편성표를 보다가 잠에 빠지는 선재다.
“너 살 정말 많이 빠졌구나.”
혜지가 탄성을 내지른다.
“내, 내가?”
주연은 살짝 당황한다.
“나 전혀 모르겠는데.”
“모르기는.”
혜지가 가볍게 눈을 흘긴다.
“너 예전보다 한 10kg은 가벼워진 거 같아.”
“정말?”
“그래.”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학교 다닐 때부터 나랑 승연이가 살을 빼라고 그렇게 말을 했을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남자 친구가 생기니까 달라지기는 달라지는 구나? 으유, 너도 곰이 아니라 여우긴 여우구나.”
“으유.
주연이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너는 옷 안 골라?”
“옷?”
혜지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난 됐어.”
“왜?”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 어쩌면 나랑 병환이 오빠랑 결혼 할 지도 모르거든.”
혜지가 싱긋 웃는다.
“그러니까 미리 아껴야지.”
“뭐?”
주연이 웃음을 짓는다.
“너 김칫국 너무 이르게 마시는 거 아니야.”
“김칫국 아닐 걸?”
“그럼?”
주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오빠가 청혼을 한 거야?”
“아직 청혼은 아니고.”
혜지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곧 할 거 같아.”
“어머!”
순간 백화점의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바라본다. 주연은 재빨리 입을 가린다.
“언제?”
“그냥 그럴 분위기?”
혜지가 싱긋 웃는다.
“좋겠다.”
“응.”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연아!”
“대연 군!”
지연이 밝게 웃으며 대연을 향해 손을 흔든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요.”
지연이 고개를 젓는다.
“그나저나 많이 덥지는 않으셨습니까?”
“덥기는.”
대연이 싱긋 웃는다.
“아유, 이마에 땀방울 좀 봐요.”
지연이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서 대연의 얼굴을 닦아 준다.
“!”
“어디 아파요?”
“어?”
대연이 당황한다.
“아, 아프기는.”
“얼굴이 빨개져서요.”
지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연을 바라본다.
“너무 더운데 자전거를 타고 와서 그런가?”
“그, 그런가 보다.”
대연이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 버스를 타고 오라고 이르지 않았습니까?”
“네가 자전거 뒤에 타는 게 좋다며?”
대연이 싱긋 웃는다며.
“그래서 일부러 자전거 끌고 왔다고.”
“대, 대연 군.”
이번에는 지연의 얼굴이 붉어 진다.
“너도 어디 아픈 거야?”
“네?”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아무 거 아니야.”
대연이 싱긋 웃는다.
“가자.”
“어, 어디를요?”
지연이 대연을 바라보자 대연이 웃고 만다.
“나도 모르지. 그냥 아무 대나 일단 가보는 거야. 싫어?”
“아니요.”
지연이 고개를 젓는다.
“대연 군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상관 없답니다.”
“그럼 타.”
“네.”
지연이 대연의 뒤에 탄다.
“꽉 잡아.”
“네.”
지연이 대연의 허리를 꼭 안는다.
“킥.”
대연이 미소를 짓더니, 자전거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14살. 남자
사랑은 검정이다.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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