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네 번째 이야기 -
“혜지야!”
“주연아!”
꽤나 오랜만에 만나는 두 사람이다.
“지지배, 그렇게 바빴냐?”
혜지가 볼을 부풀리며 주연을 바라본다. 사실, 두 사람은 그 동안 몇 번이나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번번히 주연이 약속이 있어서 만나지 못했었다.
“나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아주 선재 씨랑 깨가 쏟아지게 사는 구나?”
혜지가 웃음을 짓는다.
“그래, 요즘에는 두 살 어떻게 지내고 있어? 예전처럼 그렇게 좋게 지내고 있는 거야? 살림 차린
“그 이야기는 하지도 말아.”
주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응?”
혜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정말?”
혜지가 입을 가린다.
“어머니가 아셨다고?”
“그래.”
주연이 한숨을 내쉰다.
“선재 씨가 얼마나 고생 했는 지, 나도 물론이고. 그래도 다행히 선재 씨가 엄마를 잘 구워 삶아 놨더라고, 나중에 대충 일이 끝났을 때쯤 맞춰서 집에 들어가니까 이미 정리 다 되어 있더라.”
“킥.”
혜지가 웃음을 짓는다.
“선재 씨라면 누구든지 좋아할 거야. 사람이 참 좋잖아.”
“그렇지.”
주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너도 병환이 오빠랑 다시 만난 다고? 어떻게 그렇게 된 거야?”
“아, 병환이 오빠가 회사도 가지 않고 나에게 찾아 왔더라고. 그래서 뭐, 다시 받아주기로 한 거지.”
“멋지다.”
“멋있긴.”
혜지가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다.
“사람이 일이 우선이여야지, 으유, 나중에 결혼하고도 그렇게 하면 승진은 다 물 건너 간 거잖아.”
“킥.”
“뭐, 그래도 좋기는 좋더라.”
“하여간.”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우리 동창회 몇 시였지?”
“조금 일찍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은 일찍 모여서 먼저 시작하기로 했어. 그나저나
“어?”
혜지가 주연을 위아래로 훑어 본다.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더니.”
“그게 또 무슨 말이야?”
주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혜지를 바라본다.
“너 정말 예뻐졌어.”
“어?”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너 요즘에 살 빠지고 있지?”
“살?”
생각을 해보니, 티셔츠들이 조금은 헐거워진 듯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살이 빠졌다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던 주연이었다.
“너 원래도 그렇게 뚱뚱한 건 아니고, 딱 보기 좋은 정도였거든. 그런데 지금 살이 빠지니까 인물이 확 산다.”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예뻐지는 거구나.”
“무, 무슨.”
주연이 볼을 붉힌다.
“너 나한테 뭐 얻어 먹을라고 수 쓰는 거면 여기서 그만 두는 게 좋을 거야. 나 돈 하나도 없거든.”
“어머, 얘 좀 봐. 지 친구
혜지가 싱긋 웃는다.
“진심이야.”
“어?”
“너 정말로 많이 예뻐졌어.”
“뭐.”
주연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원래 너보다 조금 더 예쁘지 않았니?”
“으유.”
혜지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주연을 흘겨 본다.
“하여간, 너는 비행기를 태워주면 안 된다니까. 조금만 칭찬을 해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요.”
“헤헤.”
주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면 우리 좀 걷다가 먼저 갈까?”
“그래도 좋고.”
두 친구가 커다란 쇼핑몰로 들어가다.
‘Rrrrrr Rrrrrr’
잠시 잠에 들었던 걸까? 선재가 황급히 일어나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누구 기다리는 전화 있니?”
주연이 아닌 가인이었다.
“어, 엄마.”
“무슨 일인데, 누구를 그렇게 기다리고 있던 거야?”
“아니에요.”
선재가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엄마가 어쩐 일로 전화를 다 거시는 거예요? 엄마 국제 전화 비싸다고 항상 엽서나 이메일 주로 보내셨었잖아요.”
“우리 Son의 Voice가 듣고 싶어서 그래.”
가인의 웃음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흐른다.
“우리 Son은 잘 지내고 있는 거야?”
“그럼요.”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 엄마.”
“응?”
선재가 심호흡을 한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할 말?”
선재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후우.”
벌써 20분 째 사무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소은이다.
“들어는 가야 하는데.”
지금도 들어가려고 하다가 다시 몸을 돌린다.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소은을 이상한 듯이 바라본다. 하지만 그런 눈빛들은 견딜 수 이어도, 서우의 얼굴을 볼 용기는 나지 않는 소은이다.
“미치겠네.”
소은은 사무실 안을 엿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사무실 안에 서우가 있는 지 없는 지 알아야 어떻게 도리가 생길 텐데, 아무런 방도가 없다. 소은은 사무실 앞을 연신 서성인다.
“들어가야 하나?”
한 편 서우도 망설이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서우의 경우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1층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벌써 수많은 회사원들이 타고 내리는 엘리베이터, 하나 같이 서우를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오히려 편한 서우였다. 소은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면, 절로 긴장이 되어서 온 몸이 뻣뻣하게 굳는 서우였다. 그 동안 소은이 좋다고 덤비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키스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던 서우였다. 나쁜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꽤나 많이 당황했었다.
“강서우!”
“어?”
그 순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서우가 화들짝 놀란다.
“뭐, 나쁜 짓이라도 하고 있던 거야?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
병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서우에게 다가온다.
“무, 무슨 나쁜 짓?”
서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병환을 맞는다.
“말까지 더듬고, 정말 수상한데 그래?”
“아니야.”
서우가 애써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왜 안 올라가고 여기서 서성이고 있는 거야?”
“어?”
서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병환을 바라본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 머리를 굴려 보아도 아무런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 사, 사람이 많아서.”
“그래?”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띵’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한다.
“지금 사람 없네. 이제 타고 가자.”
병환이 자연스럽게 서우의 팔을 잡고 이끈다.
“그, 그래.”
울며 겨자 먹기로 엘리베이터에 타는 서우다.
“그나저나 다행이다.”
“어?”
“나만 지각인 줄 알았거든.”
병환이 씩 웃는다.
“지각?”
서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시계를 바라본다.
“!”
“나 참.”
벌써 출근 시간이 한참이나 늦은 소은이다. 하지만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
소은이 발만 동동 구른다.
“미치겠네.”
그렇게 사무실 앞을 서성이고 있을 때.
‘띵’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소은이 고개를 돌린다.
“어, 소은 씨!”
반갑게 손을 드는 병환. 그리고 그 뒤로.
“!”
소은의 얼굴이 붉어진다.
“서, 서우 씨 안녕하세요.”
“소은 씨도 안녕하세요?”
“응?”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 이것들이 다들 나를 엿 먹이는 거야? 왜 다 출근 안 하고 난리야!”
그 순간 사무실 안에서 부장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
“설마?”
“소은 씨도 지금 온 거예요?”
세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우, 우리.”
소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오늘.”
병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서우를 바라본다.
“죽은 거죠?”
세 사람이 한숨을 내쉰다.
강서우
28살. 남자
사랑이란 하양이다. 무한한 변화가 가능하니까.
'☆ 소설 창고 > 우리, 사랑해!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여섯 번째 이야기] (0) | 2008.09.15 |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다섯 번째 이야기] (0) | 2008.09.12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세 번째 이야기] (0) | 2008.09.10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두 번째 이야기] (0) | 2008.09.09 |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한 번째 이야기] (0) | 2008.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