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 번째 이야기 -
“찌질하다는 말 취소해요.”
“싫어요.”
소은이 입을 내민다.
“서우 씨 솔직히 쪼잔하잖아요.”
“뭐라고요?”
서우의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 왜 쪼잔해요!”
“그럼 안 쪼잔해요?”
“네, 저 안 쪼잔한 사람입니다!”
서우가 미간을 찌푸린다.
“제가 얼마나 가슴이 넓은 사람이라고요?”
“하! 그래요?”
소은이 서우를 노려본다.
“그러면 다른 좋은 사람 만나시면 되겠네요!”
“물론입니다!”
소은이 서우를 노려본다.
“흥!”
“흥!”
둘이 신경질을 내며 사무실을 들어간다.
“그래, 나를 속였다 이거지?”
부장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이것들 오기만 해 봐.”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고 소은과 서우가 들어온다.
“어이, 소은 씨, 강 대리!”
“왜요!”
소은이 신경질을 내며 대꾸하자 부장이 움찔한다.
“아, 아니 왜 화는 내고 그래?”
“뭐가요?”
부장이 입을 꾹 다문다.
“그, 그게 두, 두 사람 사귀는 거.”
“아니에요!”
소은이 소리를 친다.
“제가 저렇게 쪼잔한 사람이랑 사귈 거 같아요?’
“저기 서우 씨?”
“아니거든요!”
늘 얌전하기만 하던 서우 마저 까칠하게 돌변하자 부장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 그게.”
“제가 그렇게 한심스러운 놈으로 보이세요? 저 싫다는 여자나 졸졸 따라다니게요?”
“그, 그렇지?”
증거는 있는데 이상하게 말에 힘이 안 들어가는 부장이다.
“마, 말도 안 돼.”
병환이 뚱한 표정을 짓는다.
“사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런 걸로 헤어진다는 거야? 그건 정말 아니잖아?”
“아니긴?”
서우가 볼을 부풀린다.
“나는 내 가치를 몰라주는 그런 여자랑은 사귀고 쉽지 않다고.”
“나 참.”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나는 잘 모르겠다.”
“으유.”
서우가 이를 박박 간다.
“그래서요?”
“그래서는요?”
소은이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헤어졌다는 이야기, 강 대리님께 못 들으셨어요?”
“아니, 서우 녀석에게 헤어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들었는데 말이죠. 그게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왜 말이 안 돼요?”
“네?”
“왜 말이 안 되냐고요? 저 그렇게 여자한테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까칠하게 구는 남자 별로 매력 없어요.”
“하.”
병환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두 사람 정말 좋아하잖아요?”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소은이 볼을 부풀린다.
“우리 정말 안 맞는 거 같아요.”
“후회 안 하겠어요?”
“제가 후회는 왜 해요?”
소은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말이죠. 제가 강 대리님 보다는 몇 배, 아니 몇 천 배는 더 아깝단 말이에요. 제가 왜 꿀리게 강 대리님이랑 사귀어야 하는 거예요. 저는 절대로, 싫답니다.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로 싫어요!”
“그래요.”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소은 씨가 그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병환이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헤어져야죠.”
“솔직히 그 사람이 너무한 거잖아요.”
소은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자기가 잃어버려놓고는.”
“맞아요.”
병환이 연신 고개를 끄덕여 댄다.
“다 그 녀석 죄예요.”
“맞죠?”
“네.”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사무실에서는 그렇게 서로 골 내고 있지 마세요.”
“네?”
“부장님이 조금은 불쌍해서 말이에요.”
병환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여태까지 일하면서 부장님 저렇게 시무룩한 거 본 적 없거든요.”
“아.”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죄송해요.”
“아니에요.”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소은 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저는 말이죠.”
소은이 멀리 바라본다.
“연애라는 건 늘 달콤하기만 하고 기분 좋기만 한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직접 진짜 연애를 해보니까 그게 아닌 걸 알았어요. 정말, 말도 안 돼요. 무조건 여자를 배려해주는 게 연애인 건데. 서우 씨는 그렇지 못해요.”
“연애는 둘이 맞춰야죠.”
“네?”
병환이 아차 싶다.
“아, 아니에요.”
“말씀 계속 해보세요.”
“사실 소은 씨가 말하는 건 연애가 아니잖아요.”
“어째서요?”
소은이 병환을 바라본다.
“어째서 그게 연애가 아닌 건데요?”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째서요.”
“어째서긴요.”
병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게 연애니까요.”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소은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사귀기만 하면, 이 사람이 내 남자 친구다 찜하고 나면, 무조건 그 사람의 모든 모습들이 다 좋아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진짜로 사귀어 보니까, 진짜 사귀니까 그게 아닌 걸 아니까. 후우.”
“소은 씨.”
“네?”
“그 사람의 하잘 것 없고 보잘 것 없는 모습 마저도 사랑하는 그 순간이 진짜 사랑인 거래요.”
“?”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 그게 무슨?”
“누가나 사귀다보면 그 사람의 아쉬운 점이나 결점이 보이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진짜 오래 가는 커플들의 공통점은요. 그 작은 아쉬운 점이나 결점들 마저도 사랑을 해버린다는 거예요. 그게 사랑이에요.”
“하아.”
소은이 한숨을 내쉰다.
“그 전에 그 사람이 싫어지면요?”
“네?”
“거기까지도 가지 못하면요.”
“그건.”
병환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절대로, 죽어도 그 사람과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면 헤어져야, 겠죠?”
“그렇겠죠?”
소은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 거죠?”
“네.”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야죠.”
병환이 소은을 바라본다.
“정말, 정말 못 견디겠어요?”
“네.”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정말 못 견디겠어요.”
“그래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그러면 헤어져야죠.”
“고마워요.”
“뭐가요?”
“내 마음 들어줘서요.”
“아무 것도 아닌 걸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서우 녀석이랑 잘 지내줘요.”
“네.”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휴.”
“다행이에요.”
“그러니까요.”
소은과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고 박 대리님까지 속일 건 없잖아요.”
“이렇게 해야죠.”
서우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이래야 편하죠.”
“킥.”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서우 씨는 정말 똑똑해요.”
“제가 한 똑똑하죠.”
서우가 허리에 손을 척하고 올린다.
“하여간, 말을 못 한다니까.”
소은이 싱긋 웃자 서우도 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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