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쉰아홉 번째 이야기 -
“후우.”
소은이 사무실 앞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어쩌지?”
분명히 사무실에 떨어뜨린 듯 했다. 그렇다면 그걸 누군가가 줍기는 주웠을 텐데, 어제 소은과 서우가 퇴근을 하고 나서도 그냥 남아 있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이 병환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휴우.”
부장님이었다.
“주웠을 거 같은데.”
사무실을 들어 가기가 두려운 소은이다. 분명히 사무실을 들어가자 마자 부장님이 생글 생글 웃으며 증거물을 들이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소은에게 해명을 요구하겠지, 그래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 부장님께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그 순간 두 사람은 다른 부서에 배치가 될 것이다. 여태까지 소은이 봐왔던 사내 연애 커플들의 모든 최후는 똑 같았다. 연애 공개, 그리고 부서 재 배치.
“후우.”
지금 하는 일은 정말 자신 있는 일이었다. 일을 한 지도 꽤나 오랜 기간이 되었고, 이제 어느 정도 이 일에 한해서는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자부를 하고 있었는데, 사소한 일로.
“으아.”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자신의 덤벙거리는 성격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운 서우였다. 도대체 어떻게 회사를 갈 지.
“미치겠네.”
자신에게는 그렇게 크게 미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이 부장에게 알려지고 나면 소은이 얻게 될 불이익들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미안했다. 자신이 저지른 너무나도 사소한 실수 때문에 너무나도 좋아하는 우리 둘이 부서가 갈라질 수도 있다니, 서우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으유 멍청아.”
애꿎은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서우다.
“어쩌지?”
서우가 고개를 숙인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겠지?”
하지만 출근할 의욕도 없는 서우다.
“으아.”
회사 앞에 다다라서도 회사를 갈까 말까, 무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서우였다. 돌아가고자 굳이 마음을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것도 퍽이나 우스운 꼴이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소은이 혼자서 그 모든 고초를 겪게 될 것을 생각하니 그것 역시 원치는 않는 서우였다.
“그래 강서우.”
서우가 주먹을 꽉 쥔다.
“까, 까짓 것, 죽기야 하겠어?”
서우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그, 그래.”
서우가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아, 아무도 줍지 못했을 거야. 아, 아무렴.”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그럴 거야.”
그리고 정말로 믿어 버리는 서우다.
“암.”
씩씩하게 걸어들어가는 서우다.
“소은 씨.”
“어, 서우 씨.”
그렇게 계속 망설이고 있는데 서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무실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
“그, 그게요.”
소은이 자신의 구두코를 바라본다.
“들어가면 뻔하잖아요.”
“아.”
“어떻게 해요?”
“죄송해요.”
“휴.”
소은이 한숨을 내쉰다.
“스티커 사진을 찍는 게 아니었어.”
“하, 하지만 스, 스티커 사진은 제가 찍자고 한 게 아니라, 소은 씨가 찍자고 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시간으로 돌리고 싶어요.”
소은이 울상을 짓는다.
“서우 씨가 덜렁 대는 거 잘 알고 있는데, 바보 같이 내가 그런 걸 하자고 한 거잖아요. 서우 씨가 그런 잘 챙길 리가 만무한데 말이죠.”
“말이 좀 심하잖아요.”
“뭐라고요?”
서우가 울컥하고 대꾸하자 소은의 이마에 힘줄이 돋는다.
“뭐가 심해요?”
“내가 일부러 일어버린 거예요?”
“뭐예요?”
“사실 말이 그렇잖아요.”
서우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그 정장 상의를 왜 벗은 건데요? 소은 씨가 춥다고 해서 소은 씨 추울까봐 벗어준 거잖아요.”
“내가 그러라고 했어요?”
“뭐라고요?”
“내가 그러라고 했냐고요?”
소은이 볼을 부풀린다.
“자기가 괜히 오버해놓고는.”
“하.”
서우가 코웃음을 친다.
“그렇다고요?”
“그리고 그런 걸 벗어줄 때는 중요한 것은 모두 빼 놓는 게 정상 아니에요? 칠칠 맞지 못하게 그게 뭐하는 짓이에요?”
“나중에 소은 씨가 나에게 옷 돌려줄 때 제대로 돌려줬으면 되었던 거잖아요. 아무렇게나 버려둬 놓고.”
“내가 언제 버렸어요?”
“그럼 그게 버린 거 아니에요?”
서우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에게 어떻게 돌려주었어요?”
순간 할 말을 잃는 소은이다.
“소은 씨.”
“그, 그건.”
생각을 해 보니, 둘둘 뭉쳐서 의자에 내려 놓았던 것은 분명히 서우가 아닌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일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시한 것은 서우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것이란 말인가?
“그래도 서우 씨가 잘 챙겼어야죠.”
하지만 여기서는 물러날 수는 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모든 죄를 혼자서 독박 쓰게 된다. 절대로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는 소은이다.
“하?”
서우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지금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았더니 보따리 도로 내놓으라고 하는 식이잖아요.”
“이게 어째서요?”
“그렇잖아요.”
서우가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소은 씨 위해서 그런 건데.”
“그러니까 서우 씨가 자기 물건 잘 챙겼으면 좋잖아요.”
“나 참.”
서우가 자신의 이마를 짚는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했다?”
“그, 그래요.”
“그래요.”
서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잘못했다는 거죠?”
“?”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가, 갑자기 왜 그래요?”
“됐어요.”
서우가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
“나 정말 소은 씨에게 많이 참아줬거든요.”
“!”
“우리 연애 이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었던 건 줄 모르겠네요.”
“!”
소은의 얼굴이 굳는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사귀는 거 다시 생각해 봐요.”
“!”
서우의 단호한 표정에 소은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알다시피, 우리는 너무나도 갑자기 사귄 거잖아요. 사실 제대로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가 서로 좋아하고 있는 건지도 자세히 모르겠어요. 그냥 서로가 직장 동료라서 정이 든 건 아닐까 생각도 들고요.”
“서, 서우 씨.”
“소은 씨.”
서우가 소은을 바라본다.
“지금 또 우리 싸워보니까 더 잘 알겠네요.”
“!”
“나는 말이죠, 소은 씨가 이런 사람인 줄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아니요.”
서우가 고개를 젓는다.
“나는 말이예요. 소은 씨가 이해심이 많고 배려심이 풍부한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좋아했던 거 거든요. 하지만 지금 소은 씨를 보니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네요. 자기 고집만 강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그런 어린 아이 같은 고집 불통이라니.”
“서우 씨.”
“네.”
서우가 소은을 바라본다.
“왜요?”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말이 심해요?”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소은 씨는요?”
“서우 씨.”
“소은 씨도 같잖아요.”
서우가 소은을 바라본다.
“우리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사귀어요. 우리 사귀는 거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하.”
소은이 코웃음 친다.
“누가 그러면 무서워할 줄 알아요?”
“그게 소은 씨 문제점이에요.”
“뭐라고요?”
“그게 소은 씨 문제점이라고요.”
“무슨 말이에요?”
“소은 씨는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죠.”
“!”
소은의 얼굴이 굳는다.
“하지만 소은 씨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강서우 씨.”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건 좋은 거예요.”
서우가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는다.
“하지만 그 자부심이 자만심이 되면 안 돼죠.”
“!”
“소은 씨 잘 생각해 보아요.”
“됐네요.”
소은이 서우를 노려본다.
“나야 말로 바보가 아니었나 싶네요.”
소은이 자신의 핸드백을 꽉 쥔다.
“이렇게 찌질한 남자를 좋아하다니.”
“뭐예요?”
서우가 소은을 바라본다.
“이 씨.”
소은도 지지 않고 서우를 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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