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쉰여섯 번째 이야기 -
“진짜 부장님도 대단하세요.”
“그러니까요.”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까지 나오실 줄은 전혀 몰랐다니까요.”
“우리가 사귀는 게 그렇게 못마땅하신가?”
“그건 아닐 걸요?”
“아니긴요.”
소은이 울상을 짓는다.
“분명히 우리 사귀는 거 알면 우리 갈라놓으실 게 분명해요.”
“흐음.”
서우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렇게까지 하시려고요?”
“아무렴요.”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나 원칙에 입각하신 분인데요. 분명히, 분명히 그러실 거라고요.”
“아니에요.”
서우가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까지 하시려고요.”
“맞다니까요.”
“아, 네.”
소은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움츠러 드는 서우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이미 다 아시는 거 같은데.”
“숨겨야죠.”
“네?”
서우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 뭘 어떻게 숨겨요?”
“뭘 어떻게 숨기긴요.”
소은이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을 짓는다.
“철저히 숨겨야죠.”
“아, 네. 철저히.”
서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대연아.”
“왜?”
“골 내지 말고.”
주연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대연이 주연을 바라본다.
“무슨 일 있어?”
“응.”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 무슨 일 있으니까 대연이 네가 상담 좀 해줄래?”
“흠.”
대연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고마워.”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무슨 고민인데?”
“누나 고백 받았어.”
“당연한 거 아니야? 선재 형이.”
순간 대연의 얼굴이 굳는다.
“무슨, 말이야?”
대연의 얼굴이 무표정해진다.
“고백을, 받다니?”
“동창회 갔었잖아.”
“응.”
“거기서.”
“하아.”
대연이 한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지금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거야?”
“응.”
주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
주연이 고개를 들자, 원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대연이 보인다.
“나는, 나는.”
대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대, 대연아.”
“누나 정말 나쁜 사람이야.”
“대연아.”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 속도 모르고 선재 형한테 이것저것 부탁하고 그런 거잖아. 내 얼굴 보기 얼마나 힘들었겠어? 아팠겠어? 난 그것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대연아.”
주연이 손을 내밀지만 대연은 그 손을 거절한다.
“만지지 마.”
“!”
“누나 형 잡아.”
주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형 잡으라고!”
“미안.”
“!”
대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누, 누나.”
“아직은 몰라.”
주연이 힘없이 웃는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만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미리 미안하다고 이야기할게.”
“!”
당황해 하는 대연의 머리를 주연이 쓰다듬는다.
“너에게 좋은 형을 빼앗아서 미안.”
주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누나는 어쩔 수 없어.”
주연이 싱긋 웃는다.
“누군가를 선택해야 만 하는 거니까.”
“하아.”
대연이 한숨을 내쉰다.
“누나가 내 여자 친구였다면 정말 미웠을 거 같아.”
“그러니까.”
“휴우.”
주연이 싱긋 웃는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이야기 해주는 건데?”
“어?”
주연이 고개를 든다.
“왜?”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거냐고.”
“음.”
주연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마음이 무거워서.”
“...”
“너무 마음이 무거워서 잠시 내려 놓은 곳이 필요했어.”
“여기 내려 놔.”
“응?”
대연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자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내가 아무리 어려도 남자는 남자다. 가끔씩은 누나에게 위로가 되고 든든한 사람이고 싶어.”
“대연아.”
“그러니까 내려 놔.”
그 말과 동시에 주연의 눈에서 눈물이 터졌다.
“쯧쯧.”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운 부장이 혀를 찬다.
“이렇게 칠칠지 못해 놓고는 도대체 누구를 속여 먹겠다고 그러는 거야?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
부장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서우와 소은의 스티커 사진이었다.
“서우 씨.”
“네?”
밥을 먹던 서우가 소은을 바라본다.
“왜요?”
“우리 스티커 사진 어디 있어요?”
“스티커 사진이요?”
“네.”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갑에도 안 붙어 있고, 휴대 전화에도 안 붙어 있잖아요.”
“아.”
서우가 싱긋 웃는다.
“그런데 붙이면 그 물건을 바꿀 수 없잖아요. 한 장 뿐인 소은 씨와 나의 특별한 추억인 건데요.”
“아.”
소은이 싱긋 웃는다.
“그러면 어디 있어요?”
“언제나 잘 보기 위해.”
자신의 양복 안 주머니에 손을 넣던 서우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
“왜 그래요?”
소은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우를 바라본다.
“없어요.”
“네?”
소은이 반문하자 서우의 얼굴이 더 어두워진다.
“스티커 사진이 없어졌어요.”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모르겠어요.”
서우가 울상을 짓는다.
“분명히, 분명히 제가 여기에 넣어 두었는데.”
“어디 다른 데 잘 둔 거 아니에요? 멀쩡한 스티커 사진이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떻게 없어져요?’
“그게.”
서우가 미친 듯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다.
“없다니까요.”
하지만 만져지지 않는다.
“그, 그러면 그게 어디를 가요? 발이 달린 것도 아닐 텐데.”
“어디 갈 수가 없는데.”
서우가 아래 입술을 깨문다.
“분명히 이 상의에 잘 넣어 두었거든요.”
“설마!”
순간 소은의 얼굴이 굳는다.
“왜 그래요?”
“아까 말이에요.”
“아까요?”
“네.”
소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야근할 때.”
“!”
순간 서우의 머리가 아차 한다.
“야, 야근 할 때요?”
“그래요.”
소은이 울상을 짓는다.
“내가 춥다고 해서 옷 벗어 줬었잖아요.”
“!”
서우의 얼굴이 굳는다.
“그,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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