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쉰네 번째 이야기 -
“겨, 결혼?”
“응.”
수화기를 타고 흐른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결혼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병환 오빠에게 프러포즈라도 받은 거야? 그런 거야?”
“아니.”
혜지의 너무나도 단순한 대답에 잠시 승연인 당혹스러웠다.
“아니, 프러포즈도 받지 못했는데 갑자기 왠 결혼이야?”
“오빠 어머니께 프러포즈 받았어.”
“시어머니한테?”
“응.”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네 결혼 생활의 행복은 일단 보장 받은 거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킥.”
승연은 웃음을 스며 나왔다.
“그래서 전화 한 거야?”
“응.”
“그래.”
국제 전화 비싸다고 이메일이나 가끔 생각 날 때 한 두통 보내고, 지내는 이런 친구가 그래도 아직 단짝이라고 결혼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것을 보며 승연은 가슴이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결혼은 언제야?”
“왜?”
“가려고.”
“에?”
“왜?”
승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 결혼이라면 몰라도, 너의 결혼에는 내가 꼭 가야지 안 그래? 우리가 그냥 친구 사이도 아니고 말이야.”
“킥.”
혜지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나도 모르지, 우리 엄마한테도 말을 안 했으니까.”
“오, 이거 영광인데?”
“그렇지?”
“응.”
승연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결혼 날짜 정해지면 다시 전화 해주라. 갈 수 있으면 가고, 못 가면 부조라도 확실히 할 테니까.”
“오케이.”
승연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요금 많이 나오니까 끊자.”
“그래.”
전화가 끊기고 승연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 왔다.
“무슨 전화야?”
“응?”
새로운 룸메이트인 나타샤가 고개를 갸웃하며 승연을 본다.
“린지 너, 그렇게 밝게 웃는 보습 거의 볼 수 없잖아. 오늘은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이번에 결혼을 한데.”
“우와.”
나타샤의 눈이 동그래진다.
“너 아직 18살 밖에 되지 않았잖아!”
“한국 나이로는 19살이고, 내 친구들은 20살이야. 충분히 결혼할 수 있는 나이라고.”
“그래도.”
나타샤의 눈에 동경의 빛이 가득했다.
“그 나이에 벌써 결혼이라니 부럽다.”
“부럽긴.”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결혼은 고생길 시작이라고.”
“어머, 린지. 네가 뭘 모르는 구나?”
“뭐?”
나타샤가 미소를 짓는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여자는 진정한 여자가 된다고.”
“얼씨구?”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야.”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부럽긴 하네.”
“그렇지?”
“응.”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우리는 철부지 고등학생 같은데.”
“킥.”
나타샤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우리가 이렇게 어른이 될 지 누가 알았니?”
“그러게.”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그런 기념에 우리 샴페인 마실래?”
“에?”
승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가 되는 거야?”
“아무렴 어때?”
나타샤가 싱긋 웃는다.
“그냥 즐기면 돼지.”
“그래.”
승연도 싱긋 웃는다.
“우리가 그 사람들 몫까지 축하하면 되는 거니까.”
“콜!”
두 여자의 샴페인 파티는 밤새도록 계속 되었다.
“승연이 정말 좋아하네?”
“당연하지.”
주연이 눈을 감고 꿈결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네가 이제 아줌마라니.”
“에?”
혜지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아, 아줌마라니?”
“아니야?”
“그럼!”
혜지가 못을 박듯이 단호히 말한다.
“내가 아직 스무 살인데 무슨 아줌마야.”
“후후후.”
주연이 낮게 웃는다.
“결혼하면 다 아줌마거든요.”
“아니거든.”
혜지가 울상을 짓는다.
“나 벌써부터 아줌마 소리는 듣기 싫다고.”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
“메롱.”
두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캠퍼스를 뛰어 다녔다.
“정말 나랑 결혼해 줄 거야?”
“으음.”
혜지가 싱긋 웃는다.
“그 프러포즈를 어머니가 아닌 오빠에게 들었다면, 사실 고민을 했을 지도 몰라. 하지만, 하지만 어머니에게 들은 프러포즈니까, 어머니의 진심이 담겨 있던 프러포즈니까, 나 허락할래! 나 오빠랑 결혼할래.”
“정말?”
“응.”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뭐 오빠도 나쁘지 않고.”
“사실은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렴 어때?”
혜지가 어깨를 으쓱한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야?”
“그래, 좋은 게 좋은 거다.”
두 사람이 미소를 짓는다.
“저기 서우 씨.”
“네?”
열심히 일에 몰두하던 서우가 고개를 들자 울상을 짓고 있는 소은이 보인다.
“우리 정말 박 대리님께 괜히 이야기 했나 봐요?”
“왜요?”
“오늘도 야근이었잖아요.”
소은이 울상을 짓는다.
“그저께도 야근, 어저께도 야근, 그리고 설마, 설마, 설마 했던 오늘마저도 이렇게 야근을 하고 있잖아요.”
“그 정도야 봐줘야죠. 오늘 병환이 녀석 그렇게 고생한 것도 있고 말이에요. 이 정도는 참아요.”
“그래도 억울하잖아요.”
소은이 볼을 부풀린다.
“가장 친한 친구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이야기해 준 건데, 그렇게 뒤통수를 퍽 하고 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뒤통수 친 건 아니죠.”
“서우 씨!”
“맞아요!”
서우가 싱긋 웃는다.
“뒤통수.”
“아무튼 야근은 너무 싫단 말이에요.”
소은이 자신의 의자에 털썩 앉는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요?”
“방법이요?”
“네.”
“흐음.”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그냥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거에 만족하면 안 돼요?”
“하여간.”
소은이 서우를 가볍게 흘겨 본다.
“항상 말로 그냥 넘어 가려고 하고 말이에요.”
“푸하, 그게 내 특기거든요.”
“치.”
소은이 싱긋 웃는다.
“그냥 넘어가주는 대신에 맛있는 야식, 서우 씨가 한 번 거하게 쏘시는 거 어때요? 그러면 풀릴 거 같은데.”
“음.”
서우가 미소를 짓는다.
“소은 씨 뭐 먹고 싶어요?”
“글쎄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그냥 입이 궁금한데.”
“그러면 우리 치킨 먹을까요?”
“그것도 좋구요.”
“그러면 치킨 시킬게요.”
“네.”
서우가 미소를 지으며 전화기를 꺼낸다.
“몇 마리 시킬까요?”
“흐음.”
소은이 검지를 문다.
“두 마리요!”
“네.”
서우가 미소를 지으며 전화기를 귀에 가져 간다.
“네, 여기가요.”
서우가 열심히 주문을 한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러니까요.”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거기 치킨 맛있기로 소문 났잖아요.”
“네.”
“이렇게 단 둘이 먹어 본 건 처음이네.”
“네?”
갑작스러운 서우의 느끼한 말투에 소은이 당황한다.
“왜, 왜 그래요?”
“왜 이러긴요?”
서우가 느끼한 미소를 짓는다.
“회사에 아무도 없을 텐데.”
“어머?”
소은의 볼이 붉어지는 순간.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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