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쉰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7. 23:13

 

 

 

우리, 사랑해! Season 4

 

- 쉰두 번째 이야기 -

 

 

 

너 정말 후회할 지도 몰라.

 

알고 있어.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거잖아.

 

나라면 쉽게 끝낼 수 있는 고민을 너는 왜 그렇게 붙잡고 있는 거니?

 

내가 더 바본가봐.

 

원주연.

 

나 두 사람 다 좋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혜지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한 마음이라는 그릇에 두 사람을 오롯이 다 담을 수 있니, 정확히 반 반 갈라서 무언가를 담을 수는 없는 거잖아. 네 마음이 무슨 짬짜면 그릇이냐?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

 

나도 원래는, 나도 원래는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은 줄 알고 있었거든? 이런 마음을 가진 애들이 주위에 있으면 정말 독한 년, 나쁜 년, 미친 년 그러면서 욕을 했었거든. 그런데, 그런데 막상 내가 이 상황에 되어 보니까, 그 아이들이 이해가 가더라. 그 아이들이 공감이 가더라. 마음이라는 게 원래 한 조각이지만 나누려고 하면 두 개, 세 개, 아니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로도 나눠지는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진정한 사랑은 하나 뿐인데, 어떻게 그 마음을 그렇게 가르고, 또 가를 수기 있는 거야? ?

 

나도 잘 모르겠어.

 

주연이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정말, 정말 나도 정말 내 마음이 원하는 걸 선택을 하고 싶은데 마음에서부터 이렇게 헛갈리고 있으니까 정말 돌아버릴 거 같아. 나 정말 웃긴 년인 거 아는데, 그런 거 아는데 정말 못 하곘어.

 

하아.

 

혜지가 한숨을 내쉬며 주스를 다 들이킨다.

 

선재 씨가 너에게 얼마나 잘 해줬어?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냐고!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그래?

 

그렇게 잘 해줘서, 그렇게 나에게 너무나도 잘 해주니까 선재 씨를 택하지 못하겠는 거야.

 

?

 

혜지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너에게 그러게 잘 대해주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선택을 해야 하는 거지, 왜 그런 사람이라서 선택을 하지 못하겠다는 건데?

 

내가 부족하니까.

 

?

 

내가 부족하니까.

 

주연의 한 마디에 혜지는 순간 할 말을 잃는다.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사람 나보다 무지하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 말이야. 그래서, 그래서 더 못 사랑하겠어.

 

이 바보야.

 

알아, 나 무지하게 바보인 거, 하지만 나 그 사람과 내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래서 더더욱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겠어.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나도 부족하니까.

 

그래도 너한테 너무나도 잘해주잖아. 선재 씨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선재 씨에게는 너의 돈이나 재산, 명예가 필요한 게 아니라, 바로 원주연 너 자체가 필요한 거라고. 그런 거라고.

 

그래서 더 미안해.

 

주연이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그렇게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그 사람을 숨기려고 했잖아.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나 남자 친구 있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했잖아. 그 정도도 해주지 못했잖아. 그래서, 그래서 너무나도 미안해. 그래서 더더욱 그 사람을 못 보겠어. 내가 너무나도 큰 죄를 지어 버렸으니까, 그 사람에게 그랬으니까. 그래.

 

으유.

 

혜지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주연ㅇ르 바라본다.

 

나도 선재 씨 어떻게 보니?

 

후우.

 

그럼 네 마음 결정 내린 거야?

 

아니.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아직, 아직도 잘 모르겠어. 어떤 것이, 정말 어떤 것이 더 옳은 선택인 지, 어떤 것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끝낼 수 있는 방법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정말로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다.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결국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린 거잖아. 너의 그 말 한 마디 때문에 그런 거잖아.

 

주연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내가 죄인이다. 내가 죄인이야.

 

네가 왜?

 

너를 그 동창회 자리에만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 아니야? 정말, 정말 내가 죄인이야. 내가 죄인이야.

 

혜지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너는 좋겠다.

 

?

 

나 죄인으로 만들어서.

 

그런 말이 어디있어?

 

주연이 혜지의 눈을 바라본다.

 

원주연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미치겠어.

 

나도.

 

으휴.

 

혜지가 한숨을 내쉰다.

 

너 이번 주말까지 그 결정 내릴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거냐고?

 

모르겠어.

 

하아.

 

모르겠어.

 

모른다는 말로 그게 다 해결이 돼?

 

아니.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거잖아. 이미 두 남자의 마음은 아파오기 시작했어. 나라는, 원주연이라는 너무나도 하찮은 사람 때문에, 그러니까, 그러니까 모르겠어.

 

너 왜 갑자기 신파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거야? 그냥 명랑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살면 안 되는 거야? 궁이나 신데렐라 그런 것 처럼 부잣집 도련님 만나서 행복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

 

그런 가봐.

 

원주연.

 

주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그만 갈래.

 

?

 

그냥.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갈래.

 

가지 마.

 

싫어.

 

원주연.

 

혜지야.

 

주연의 눈이 흔들린다.

 

나 너랑 있으면, 너랑 이런 이야기 계속 하고 있으면 그냥 울어버릴 거 같거든. 더는 못 견딜 거 같거든?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갈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먼저 갈게. 괜찮지?

 

후우.

 

혜지가 가슴 속 깊이서 나오는 한숨을 내쉰다.

 

정말 너는 미친 년이야.

 

알아.

 

.

 

그래.

 

주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진다.

 

하아.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정말 원주연 때문에 미치겠다. 지금 나도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구 걱정을 해야 하니, 정말 원주연 사람 머리 아프게 만드네. 도대체 왜 그런 바보 같은 대답은 해서, 하여간 원주연 정말 미워.

 

혜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흐윽.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눈물을 흘리는 주연이다.

 

흐윽. 흐윽.

 

눈물이 끈임 없이 흘러 나온다.

 

흐윽, 흐윽.

 

참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눈물이 나온다.

 

 

 

Rrrrr Rrrrrr

 

그렇게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 어머니.

 

그래 근처에 다 왔다.

 

벌써요?

 

원래 일이 있었다고 하지 않느냐?

 

.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학교 앞에 커피 숍이 있구나.

 

.

 

거기로 오거라.

 

.

 

전화가 끊어졌다.

 

후우.

 

혜지가 심호흡을 한다.

 

조혜지, 아자! 아자!

 

 

 

딸랑

 

혜지가 들어가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다.

 

후우.

 

멀리 병환의 어머니가 보인다.

 

아자.

 

혜지가 작게 중얼거린다.

 

 

 

어머니.

 

?

 

고개를 드니 혜지가 있다.

 

바쁠텐데 불러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혜지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나저나 저는 왜 보자고.

 

숨 좀 돌려요.

 

, .

 

손을 들자, 웨이트리스가 왔다.

 

혜지 양은 뭘 들겠어요?

 

저는 카페 모카요.

 

바닐라 모카요.

 

.

 

눈 앞에 있는 혜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 .

 

내가 그렇게 어려운 사람인가?

 

혜지 양.

 

?

 

내가 그렇게 어려워요?

 

?

 

눈이 커다래지는 것을 보니 그런 모양이군요.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나는 한 번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