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쉰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7. 23:14

 

 

 

우리, 사랑해! Season 4

 

- 쉰세 번째 이야기 -

 

 

 

고맙습니다.

 

웨이트리스가 멀어지고 혜지는 카페 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기운이 온 몸에 퍼지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혜지 양.

 

.

 

혜지가 잔뜩 경직된 표정과 몸짓으로 병환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후후.

 

?

 

지난 번에 봤던 그녀의 모습과 다소 다른 것에 혜지는 조금은 신기한 기분이 들었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오늘 보자고 한 건 내가 혜지 양에게 자그마한 부탁이 하나 있어서 보자고 한 거예요.

 

부탁이요?

 

그래요.

 

혜지가 조금은 떨리는 음색으로 되물으며 병환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떤 부탁이신데요?

 

우리 병환이와 결혼해줘요.

 

?

 

혜지의 눈이 동그래진다.

 

, 무슨.

 

알아요.

 

병환의 어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아직 혜지 양은 결혼할 나이가 아니라는 거 말이에요. 아직 젊고 예쁘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죠. 그래서 아직 우리 병환이가 혜지 양의 결혼 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요.

 

병환의 어머니가 혜지를 바라본다.

 

하지만, 부탁이에요. 우리 병환이와 결혼을 해주어요.

 

, 어머니.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저 역시 병환 오빠와 결혼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는 그리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원하는 건 올해 안에 병환이가 결혼을 하는 거예요.

 

?

 

이제 병환이 녀석의 나이도 꽤나 많이 먹었어요. 올해를 지나면 결혼하기 어렵다는 그 아홉 수예요. 그 전에 나는 꼭 병환이 녀석을 장가를 들이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후에는 이미 서른이니 너무 늦어버렸고요. 아직 혜지 양에게는 무리가 되는 것일 지 모르겠지만 부탁합니다.

 

흐음.

 

혜지가 아래 입술을 깨문다.

 

아직 그런 일은 생각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병환의 어머니가 고개를 든다.

 

어머니께서 저를 며느리 후보로 생각을 해주신다는 거 너무나도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도 부족한 저를 말이죠.

 

혜지 양.

 

아직 제가 어리고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결혼 준비를 한다고 하면 아무리 빨라도 12, 정말 빠르게 한다면 11월이 고작일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혜지가 싱긋 웃는다.

 

저 어머니의 청혼 받아들여도 될까요?

 

물론이죠.

 

병환의 어머니가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요. 혜지 양에게 꽤나 모진 이야기를 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결혼을 허락해주다니요.

 

아닙니다.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어머니로써 그런 마음 가지시는 게 당연하세요. 그리고 저를 며느리로 삼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나 역시 혜지 양이 나 같은 사람을 자신의 시어머니로 생각해주어서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병환의 어머니가 자신의 손에서 옥가락지를 뺀다.

 

혜지 양 손을 줘 보아요.

 

?

 

어서요.

 

. .

 

혜지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내밀자, 병환의 어머니가 자신의 손에 들린 그 옥가락지를 혜지의 손에 끼워준다.

 

참 예쁘군요.

 

, 어머니.

 

그건 나의 시어머니가 내가 결혼을 할 때 나에게 준 것이에요. 역시 그 시어머니도 시어머니께 물려받은 거고요.

 

!

 

그런 유서가 깊은 물건이에요.

 

고맙습니다.

 

혜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 눈물은 왜?

 

병환의 어머니가 재빨리 손수건을 건넨다.

 

너무 좋아서요. 좋아서요.

 

혜지가 정말 기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사실 저 오늘도 어머니가 저에게 오빠랑 헤어지라는 말씀을 하러 오실 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잔뜩, 정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이렇게 감사한 말을 들으니까 정말 좋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진짜, 진짜 고맙습니다. 어머니.

 

고맙기는 무지 고맙나 보네?

 

.

 

그래요.

 

병환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이 마음 끝까지 가지고 가주어요. 부탁이에요.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병환의 어머니가 혜지의 손을 꼭 잡는다.

 

절대로 혹독한 시어머니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많은 것들을 약속하지는 못 하겠지만, 이 점 하나는 반드시 약속을 할게.

 

.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살펴 들어가세요.

 

혜지 양도 들어가요.

 

.

 

병환의 어머니를 실은 택시가 멀어지고 혜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헤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끼인 가락지를 본다.

 

예쁘다.

 

옥색이 이토록 맑고 청아한 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혜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옥가락지를 껴보니 옥도 꽤나 예뻤다.

 

기분 좋다.

 

혜지는 정말 마음 속 깊이서 웃음이 스며 나왔다.

 

 

 

잘 됐다.

 

그렇지?

 

.

 

주연은 진심으로 자신의 일인냥 기뻐해주었다.

 

그럼 네 결혼 부케는 누가 받지?

 

당연히 너 아니야?

 

?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내가 그걸 어떻게 받냐?

 

, 못 받아?

 

어떻게 될 줄 알고?

 

떡이 없으면 문제가 있겠지만, 떡이 두 개나 있는데 너는 무슨 걱정을 하고 있어? 당연히 네가 받아야지.

 

그래도 될까?

 

그럼.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네가 얼마나 중요한 친군데.

 

헤헤.

 

칭찬을 받았다고 금새 기분이 좋아지는 주연이다.

 

그러면 너 오빠에게 자랑해야 겠네?

 

당연하지.

 

혜지가 씩 웃는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같이 못 먹을 거 같아.

 

기분이다. 오늘 하루는 네 오빠에게 양보한다.

 

어허.

 

?

 

혜지가 살짝 엄한 표정을 짓자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

 

오빠라니.

 

그러면?

 

네 신랑.

 

어우 야.

 

주연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리 나이 스무 살인데, 그런 징그러운 표현은 좀 그렇지 않냐?

 

싫어?

 

그래, 징그러.

 

.

 

혜지가 웃음을 터뜨린다.

 

너무 좋다.

 

그렇게 좋아?

 

.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무지 좋아.

 

진짜 좋은 모양이네?

 

그렇다니까.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너도 나중에 네 시어머니에게 청혼 받아 봐라, 얼마나 좋은 지.

 

으유.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축하해.

 

승연이에게도 연락해야 겠지?

 

물론.

 

 

 

린지 전화 받아.

 

.

 

승연이 입에 문 볼펜을 빼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이승연 씨인가요?

 

?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주연아.

 

나도 있어.

 

혜지야.

 

승연은 가슴이 기쁨으로 벅차올랐다.

 

너희들이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

 

오랜 만에 듣는 주연의 목소리에 승연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우리 너 놀래켜 주려고.

 

?

 

승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냐고?

 

.

 

두 여인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니 승연은 답답해졌다.

 

뭔데?

 

정말 서프라이즈야.

 

진짜로.

 

승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