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여고 4 총사 [완]

여고 4 총사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1. 7. 00:14

 

 

 

우리, 사랑해! PART.2

 

[여고 4총사]

 

 

첫 번째 이야기

 

친구가 되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

 

 

 

아 완전 짜증나.

 

아침부터 왜 그래?

 

유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반으로 들어오자, 단짝인 서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잔뜩 찌푸리고있는 유현의 얼굴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오늘 달력을 보고 왔거든.

 

유현이 가방을 내려 놓으며 볼을 잔뜩 부풀린다.

 

달력이 왜?

 

서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11월에는 휴일이 하나도 없잖아.

 

유현이 잔뜩 퉁퉁 부은 표정을 짓는다.

 

나는 또 뭐라고.

 

서나가 싱긋 웃어 보인다.

 

, 그래도 나름 쉬는 날이 많잖아. 3들 예비 소집일에 일찍 끝나고, 수능 날에도 쉬잖아.

 

그리고 우리는 야간 자율 학습을 11까지 하지.

 

유현이 또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건 미친 짓이야.

 

뭐가 또 아침부터 미친 짓이야?

 

하나가 핑크색 외투를 벗으면서 유현에게 묻는다.

 

그냥.

 

유현이 잔뜩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11월에 노는 날이 없다고 저러잖아.

 

서나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만해라 진서나. 재미 없거든.

 

유현이 미간을 찌푸린다.

 

솔직히 우리 고등학생들에게는 그런 게 낙인데 그런 거 없으면 어떡해.

 

? 그래도 학교는 재미 있잖아.

 

하나가 싱긋 웃으며 대꾸한다.

 

나는 너희랑 노는 거 무지하게 좋은데. 너희는 안 그래? 나는 너희 얼굴 보느라고 학교에 오는 거 되게 좋은데.

 

네 얼굴 보는 건 좋지.

 

희은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너희 얼굴은 쉬는 날에 극장이나 놀이공원에서도 볼 수 있잖아.

 

하여간, 연희은.

 

서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희은의 어깨를 주무른다.

 

10월에도 노는 날 별로 없었는데 왜 그래?

 

개천절과 시험기간이 있었잖아.

 

희은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무렴 어때?

 

서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싱긋 웃는다.

 

우리가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그렇지.

 

그러니까 기분 좀 풀어.

 

하나 역시 희은의 팔을 주물러준다.

 

우리 그런 의미로 매점에 갈까?

 

싫어!

 

절대!

 

.

 

하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을 가졌다. 키는 160 38로 굉장히 마른 편이다. 서나와 희은이 다소 억울해 하는 것은 하나가 서나와 희은의 먹는 양이 두 배 혹은 세 배 가량 먹지만 전혀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처럼 신이 내린 체질이 아니거든.

 

맞아.

 

.

 

하나가 볼을 부풀린다.

 

두 사람 다 너무해.

 

네가 너무 한 거지.

 

서나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네 체질이 훌륭하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매일 매점을 가자고 조르면 안 돼.

 

알았어.

 

하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이런 의미로?

 

정하나!

 

서나와 희은이 동시에 하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한다.

 

알았다고.

 

하나가 볼을 잔뜩 부풀린다.

 

 

 

알았다니까요!

 

복도에서 들리는 고함 소리, 하지만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냥 가만히 자습을 한다. 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시작이네.

 

그러니까.

 

하나와 서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저 공주님은 돈도 많으면서 왜 이런 학교에 다닌다고 난리를 피우는 거냐?

 

그러니까.

 

유현의 말에 서나가 맞장구 친다.

 

선생님들도 정말 난감해 하신다니까, 항상 제 멋대로이고 매일 같이 지각을 하고 저렇게 당당하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니.

 

흐음.

 

하나가 어깨를 으쓱한다.

 

너희 그런데 오늘 과제는 했니?

 

과제?

 

서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긴.

 

하나가 눈을 깜빡거린다.

 

오늘 글쓰기 숙제 있잖아. 그래서 해야 하잖아. 잊은 거야?

 

아마도?

 

그런 모양인데?

 

서나와 유현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완벽하게?

 

와우.

 

하나가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 정말 완벽한 우정이야. 말이 척척 맞잖아.

 

그런 거 하나도 안 신기해.

 

맞아.

 

알았다고.

 

하나가 어깨를 으쓱한다.

 

드르륵

 

진짜 짜증난다니까.

 

그 순간 교실 앞 문이 열리고 투덜거리면서 들어오는 희은이 보인다.

 

지가 무슨 담임인 줄 알아.

 

그러니까. 앞 문으로 들어오고 난리야.

 

짜증나.

 

그러게.

 

희은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비난의 말들을 쏟아내는 반 아이들이었다.

 

뭘 노려봐!

 

희은이 한 번 반 아이들을 노려보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지가 짱인 줄 알아.

 

그러게. 소리 지르면 무서울 줄 아나보지?

 

지 부모가 귀하다 귀하다 하니까 정말로 자기가 귀한 줄 아나봐.

 

웃기다니까.

 

그러니까.

 

유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다들 왜 저렇게 난리인 거야?

 

싫으니까.

 

서나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다.

 

솔직히 쟤가 좀 밥맛이기는 하잖아.

 

그래도 심하잖아.

 

유현이 아래 입술을 깨문다.

 

우리 반에 왕따가 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그냥 참아.

 

하나가 유현의 손을 잡는다.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 걸? 희은이 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이야. 자기가 왕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거기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거나 그런다면 모르겠지만 본인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데 우리가 신경을 쓸 필요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아무리 희은이 쟤가 아무렇지 않게 느낀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이제 지겹기 않냐? 이제 그만할 때도 됐는데. 안 그래?

 

우리 반 애들이 좀 유별나기는 하지.

 

서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러게.

 

서나의 말에 하나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있어. 어차피 바뀌지도 않을 거고.

 

그러게, 우리가 말을 해서 바뀔 거면 모르겠지만 변하지도 않을 거 우리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잖아.

 

나는 못 그러겠어.

 

?

 

하나가 다시 묻기도 전에 유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들 너무한 거 아니야?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유현에게로 몰린다.

 

다들 너무한 거 아니냐고?

 

뭐가?

 

유현이 너 왜 그래?

 

그러게 왜 갑자기 오버하고 그래.

 

오버가 아니잖아. 다들 희은이 쟤 기분은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인간적으로 너무들 하잖아.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어.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우리 반이야. 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하잖아. 인간적으로 그만할 때도 됐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이들이 모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우리 반에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원하지 않아.

 

아이들이 모두 그냥 유현을 바라본다. 얼마나 그렇게 조용히 있었을까? 희은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

 

유현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희은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 지금 사람 쪽 팔리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 모르니? 내가 언제 너에게 이런 일 부탁한 적 있어?

 

연희은.

 

너 정말.

 

희은이 유현의 얼굴을 노려 본다.

 

너 정말 웃긴 애구나?

 

너야 말로 웃긴 거 아니야?

 

듣다 못한 서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금 유현이는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

 

희은이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친다.

 

누가 해달라고 했어?

 

?

 

서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 성인 군자인 척 하지마.

 

순간 서나는 할 말을 잃었다. 희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기 때문이었다.

 

외면할 거면, 끝까지 외면해! 괜히 나서서, 괜히 나서서 위로해주는 척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어차피, 어차피 너는 내 친구도 아니잖아! 너 정말 무지하게 웃긴 거 알아? 어차피 외면한 거 끝까지 외면하라고!

 

미안.

 

순간 무뚝뚝하던 유현이 한 발 앞서 나가서 희은을 꽉 끌어 안는다. 눈물이 얼굴 가득 흐르든 희은의 모습도 난생 처음 보는 일이었지만 유현이 누군가를 따스히 안는 것도 보기 힘든 일이라 반 아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