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스물두 번째 이야기
“나는 삼촌이 싫어요.”
“어?”
갑작스럽게 내뱉은 윤호의 말에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돌려 윤호의 얼굴을 돌아다 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에요.”
윤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모든 걸 다 빼앗아가잖아.”
“그런 거 아니야.”
“선생님.”
“어?”
민정이 살짝 침을 삼켰다.
“왜?”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저, 사랑하시나요?”
“!”
민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유, 윤호야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선생님께 진지하게 묻는 겁니다.”
윤호의 눈이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그 동안 선생님께 정말 수도 없이 여쭤봤지만 단 한 번도 선생님의 대답을 들어보지 못했어요. 정말 선생님의 대답이 듣고 싶어요. 진짜로 선생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하다고요.”
“후우.”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윤호야. 선생님 이런 거 싫어.”
“제발요.”
윤호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쯤은 대답해도 되잖아요.”
“윤호야.”
“선생님.”
윤호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윤호가 민정의 눈을 들여다 봤다.
“단 한 번도 저를 사랑한 적 없으세요?”
민정이 물끄러미 윤호를 바라봤다.
“꼭 대답해줘야겠어?”
“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물러나지 않을 거예요. 더 이상 여기서 뒤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요. 말씀해주세요. 저를 단 한 번도, 저와 처음 만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저를 사랑한 적 없으신가요?”
“그래.”
민정이 힘겹게 대답했다.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어.”
“하아.”
윤호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군요.”
“너랑 나랑 자그마치 11살 차이야. 게다가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라고, 우리 두 사람 안 되는 거잖아.”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어?”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윤호를 바라봤다.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이라니?”
“단순히 그런 겉으로 드러나는 이유 때문에 저를 사랑한 적이 없으시다는 거예요? 단순히요?”
“그래.”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너 되게 매력적으로 생긴 거. 키도 크고, 늘씬하고, 얼굴도 잘 생겼고. 하지만 안 돼.”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아기라고.”
“하. 나는 바보였네요.”
윤호가 슬픈 눈으로 민정을 바라봤다.
“선생님.”
“응?”
“제 대학 갔어요.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육군사관학교나, 공군 사관학교 뭐 그런 데는 가지 못했지만. 고려대학교. 갔거든요.”
“!”
민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오직 선생님이 다시 돌아오시면,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뻐하실 까, 그 생각하나로만 열심히 공부했어요.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 다시 만나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해야지 했어요.”
“윤호야.”
“하지만 다 헛 공부였네요.”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는 오직 선생님을 위해서 공부했거든요.”
“!”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윤호가 멋쩍게 웃었다.
“그냥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그게 전부였어요.”
“윤호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윤호가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정에게 말했다.
“저 그렇게 불쌍한 놈 아닙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윤호가 씩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께서 단 한 번도 저를 사랑하신 적 없다니요.”
민정이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요 선생님.”
“응?”
“제가 사랑했던 건 알고 계셨나요?”
“어?”
민정이 윤호를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선생님 좋아하고 있던 거 알고 계셨냐고요.”
“그, 그건.”
“모르셨어요?”
민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어?”
“앞으로도 사랑할 거니까요.”
윤호가 민정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그리고 부드러운 입맞춤.
“!”
민정은 윤호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밀쳐지지 않았다.
“후우, 후우.”
잠시 후 윤호의 입술이 떨어지자 민정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
“도장 찍는 짓이요.”
윤호가 슬픈 눈으로 민정을 바라봤다.
“더 이상 어린 애 아니라고요.”
“!”
“선생님도 눈 감았잖아요.”
“어?”
“뒷꿈치 드셨잖아요.”
“그, 그건.”
“선생님.”
윤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저 이제 더 이상 풍파고등학교에 다니는
윤호가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더 이상 피하지 마세요. 도망치지 마세요. 더 이상 선생님 놓치지 않을 겁니다.”
“
“당신의 향기를 따라서 언제든지 쫓아갈 거예요.”
윤호의 목소리가 애절했다.
“더 이상 나에게서 도망가지 말아요.”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하니? 왜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해.”
“당신이야 말로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거예요?”
“윤호야.”
“말했죠.”
윤호의 눈이 이글거렸다.
“나 더 이상 당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뭐, 그런 게 어디 있어?”
“계속 당신은 나를 학생으로 볼 테니까.”
윤호가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했죠. 이제는 아닐 거예요.”
“뭐?”
“이제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하나의 제약은 사라진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사랑하기 수월해진 거 아닌가요? 나 절대로 당신 안 놓칩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바보 같은 짓 안 합니다.”
“이런 거 하지 마.”
민정이 윤호의 시선을 외면했다.
“어린애 장난 같아.”
“하아.”
윤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아직도 그런 말씀입니까?”
“뭐?”
“당신도 끌리지 않았습니까?”
“아니야.”
민정이 도리질쳤다.
“설렜잖습니까?”
“안 설렜어!”
민정이 비명을 지르듯 대답했다.
“윤호 너 이러는 거 너 답지 않아. 무서워.”
“나 다운 것.”
윤호가 자신의 발 끝을 바라본다.
“나 다우면 사랑해주시겠습니까?”
“어?”
“나 다우면 사랑해주시겠냐고요.”
“그. 그건.”
민정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
“그렇다면, 이제 저는 이윤호가 아닙니다.”
“!”
“파티셰
윤호가 힘있게 민정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 이거 놔.”
“못 놓습니다.”
민정은 팔을 빼어보려고 하지만 윤호의 아귀에서 빠져나오기란 불가능이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겁니다.”
“
“사랑하니까.”
“!”
민정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니까.”
윤호의 입술이 다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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