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PART.2
[여고 4총사]
열세 번째 이야기
모녀간의 이야기
“정말 잘 놀다 갑니다.”
“감사했어요.”
“아니야.”
여인이 고개를 젓는다.
“나도 너희들이 와주어서 정말 고마웠단다.”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세 아이를 바라본다.
“내년에도 꼭 놀러와주렴.”
“네.”
“안녕히 계세요.”
“희은아 안녕.”
서나와 유현, 그리고 하나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든다. 희은의 집에서 밤을 새려고 했지만, 희은의 사정상 그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휴우.”
아이들이 모두 멀어지고 문을 닫으며 여인이 한숨을 내쉰다.
“좋아?”
“응.”
희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좋아.”
“나 참.”
여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희은아 오랜만에 엄마랑 이야기 좀 할까?”
“음.”
희은이 잠시 고민하더니 생긋 웃는다.
“달콤한 초코 퍼지가 있으면요.”
“당연하지.”
여인이 싱긋 웃는다.
“엄마는 희은이가 더 열심히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
“지금보다 더요?”
“물론.”
놀란 희은과 다르게 무덤덤한 여인이다.
“지금 겨우 전교 2에서 3등을 하고 있잖아.”
희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엄마, 엄마가 기대하는 것보다 많이 적다는 건 알지만.”
희은이 어깨를 으쓱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공부를 잘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엄마.”
희은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때로는 나도 평범한 아이이고 싶어요.”
“너 평범해.”
“아니요.”
희은이 고개를 젓는다.
“저 하나도 안 평범해요.”
“어째서?”
“어째서요?”
희은이 여인의 눈을 바라본다.
“나는 부자예요.”
“그게 뭐 어때서?”
“내가 가지고 싶은 걸 단 한 번도 못 가진 적이 없어요.”
“좋은 거잖아.”
희은이 심호흡을 한다.
“하나도 좋지 않아요.”
“어째서?”
여인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른 애들은 네가 부러워서 미치려고 하고 있는 걸?”
“그건 알고 있어요.”
희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나도요. 가끔은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애들을 부러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범한 아이들처럼 말이에요.”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엄마랑 나랑은 평범한 모녀처럼 팔짱을 끼고 영화관을 간 적이 없잖아요?”
“대신 집에 영사기랑 스크린이 있잖아.”
“엄마.”
희은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게 엄마의 문제예요.”
“문제?”
“네.”
희은이 힘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는 모든 걸 다 엄마의 눈으로만 보려고 하시죠. 그게 바로 엄마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요.”
“누구든지 그래. 누구든지 그렇다고, 그 누가 자신의 관점으로 보지 않겠어?”
여인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는 안 그렇니?”
“하지만 엄마 대중이라는 것도 있어요.”
희은이 여인의 눈을 바라본다.
“엄마는 내가 매일 아침마다 기사가 딸린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얼마나 창피한 지 모르시죠?”
“그게 왜 창피해?”
“우리 학교에 그렇게 오는 애들은 아무도 없어요. 기껏해야 승용차를 타고 오는 애들은 모두 부모님이 데려다 주죠.”
“그래서 내가 그 학교를 안 보내려고 그랬어.”
“엄마!”
희은이 재빨리 여인의 말을 끊는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게 아니에요.”
“그러면?”
“저를 조금만 방관하시면 안 돼요?”
“방관?”
여인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네가 내 딸인데 어떻게 그래?”
“엄마. 내가 엄마 딸이니까 부탁을 하는 거예요.”
희은이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엄마는 제가 행복하기를 원하시지 않아요?”
“당연히 원해.”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줘야죠.”
“지금 내가 너에게.”
“알아요.”
희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엄마의 말씀을 잘 따르고 살다보면, 나중에 엄마와 같은 삶을 살 수 있겠죠.”
“그래.”
“하지만 난 싫어요.”
희은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여인을 바라본다.
“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뭐?”
여인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내 삶이 뭐 어때서?”
“엄마 삶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엄마.”
희은이 애절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엄마의 삶이 아닌 연희은의 삶을 살고 싶어요.”
“그게 뭔데?”
“오, 엄마.”
“희은아.”
여인이 희은의 눈을 바라본다.
“지금은 내가 이해가 안 되겠지만.”
“이해는 해요.”
희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엄마.”
희은이 간절한 표정을 짓는다.
“나를 위해서,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면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안 그러니?”
“오, 물론 그러시죠.”
희은이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는 너무 엄마 멋대로에요.”
“뭐?”
여인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날 위해서니?”
“아, 물론 아니죠.”
희은이 아래 입술을 깨문다.
“하지만 나의 행복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신 거잖아요?”
“거듭 말하지만.”
“지금 행복했으면 해요.”
희은이 주먹을 꽉 쥔다.
“나중의 행복을 원하지 않아요.”
“후회해.”
“아니요.”
희은이 고개를 젓는다.
“후회하지 않아요. 저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어요.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태어난 건 정말 커다란 축복이라는 걸요. 하지만 때로는 이 축복이 버거워요. 너무 힘겹다고요.”
“너는 정말 많은 걸 누리고 있잖아.”
“알아요.”
희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힘들어요.”
희은이 여인의 눈을 바라본다.
“나도 내가 어떻게 하면 나중에 더 나은 삶을 살 지 고민을 해요. 하지만 어떤 게 더 나은 삶인 지 알 수 없어요.”
“어째서? 너는 이런 집에서 나중에 살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요.”
희은이 작게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내가 직접 노력을 해서 이런 집에서 살고 싶지 엄마나 아빠의 도움을 얻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내가 진짜로 얻은 게 아니잖아요. 그건 남의 것이잖아요. 그건 내가 내 힘으로 이룬 게 아니니까 싫어요.”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건 다 네 거야. 그런데 네가 갖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어?”
“엄마.”
희은이 여인의 손을 잡는다.
“이제부터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할래요.”
“뭐?”
“저도 아르바이트도 할 거고요. 학교는 버스 타고 다닐 거예요.”
“하, 하지만.”
“제발이요.”
희은이 여인을 바라본다.
“나 이대로 계속 살아가다가는 마치 케이지 속의 작은 햄스터처럼 되어 버리고 말 거예요. 이제는 직접 쳇바퀴도 굴려 봐야죠. 항상 남이 굴려주는 쳇바퀴 속에서 달리는 그런 바보가 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 친구들 때문이니?”
“덕분이에요.”
희은이 미소를 짓는다.
“부탁이에요. 엄마. 제발요.”
“나는 모르겠다.”
여인이 고개를 젓는다.
“나는 네가 정말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
“가출을 하겠다. 뭐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희은이 여인을 안는다.
“제가 제 삶을 만들고 싶어요.”
“희은아.”
“부탁이에요.”
희은이 눈을 꼭 감는다.
'☆ 소설 창고 > 여고 4 총사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고 4 총사 - [Season 1 마지막 이야기] (0) | 2009.03.10 |
---|---|
여고 4 총사 - [열네 번째 이야기] (0) | 2009.03.10 |
여고 4 총사 - [열두 번째 이야기] (0) | 2009.03.06 |
여고 4 총사 - [열한 번째 이야기] (0) | 2009.03.04 |
여고 4 총사 - [열 번째 이야기] (0) | 2009.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