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예고된 아픔
“선생님.”
“어, 윤호야.”
민정의 얼굴에 한 가득 미소가 지어진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선생님이야 말로,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나? 그냥.”
민정의 웃음이 햇살처럼 눈부시게 부서진다.
“선생님, 걸을까요?”
“어?”
윤호가 자연스레 민정의 손을 잡는다.
“어. 윤호야.”
“치, 뽀뽀도 했으면서.”
민정의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서선생!”
“이, 이 선생님.”
민정이 황급히 손을 놓으려 하자, 윤호가 더 꽉 잡는다.
“윤호랑 어쩐 일이에요?”
“네?”
“나 할 얘기 있으니까 나랑 가요.”
민용이 민정의 손을 잡고 이끌자, 윤호가 그 손을 친다.
“야, 이윤호 너 뭐야?”
“삼촌이야 말로 뭐야?”
“뭐, 이 자식이!”
민용의 주먹이 윤호의 얼굴로 날아간다.
“너 뭐야, 이 자식아.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다잖아!”
“이, 이선생님!”
“이게, 너 자꾸 까불래!”
“삼촌이 뭔데 날 때려!”
윤호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오른다.
“삼촌이 뭔데 나를 때리냐고!”
“뭐? 이자식이!”
“이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네. 이 선생님.”
“민호야.”
“범아.”
민호와 범이 꼬옥 껴안는다.
“그런데 윤호는?”
“윤호?”
민호가 슬쩍 윤호의 자리를 본다.
“몰라.”
“민호야, 나 어제 이상한 거 봤어.”
“이상한 거?”
“엄마! 엄마!”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엄마, 큰 일 났어.”
민호가 커다랗게 숨을 고르며 말한다.
“아유, 뭐가 그렇게 큰 일인데.”
“유, 윤호랑. 선생님이랑 키스했대.”
“뭐?”
“그게 무슨 말이냐?”
문희가 입 안 가득 호박고구마를 먹으며 반문한다.
“할머니, 그러니까 윤호랑 선생님이랑 사귄다고요.”
“어떤 선생님?”
“우리 담임 선생님.”
“그만하세요!”
민정이 민용의 뺨을 때린다.
“서선생.”
“왜, 자꾸 윤호 때려요! 이 선생님. 왜 자꾸 윤호 때려요!”
“왜, 그래?”
“헤어지자고 했잖아요! 왜요!”
“서선생.”
“윤호야 가자.”
민정이 윤호의 손을 이끌고 민용에게서 멀어진다.
“윤호야 괜찮아?”
“네.”
윤호의 왼쪽 광대가 파랗게 멍들었다.
“아휴 아프겠다.”
민정이 슬픈 눈빛으로 윤호의 뺨을 어루만진다.
“괜찮아요.”
윤호가 씩 웃는다.
“뭐 먹을래?”
“선생님이 사주시게요?”
“당연하지.”
“저, 꺄라멜 마끼아또요.”
“그게 진짜니?”
“네, 제가 봤어요.”
“이범, 그거 정말이야?”
준하가 입에 무언가를 물면서 어슬렁 어슬렁 걸어 나온다.
“진짜에요. 아저씨.”
“윤호, 이 자식이.”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어. 이 선생님이네.”
“받아요.”
윤호가 아이스크림을 한입 물면서 말한다.
“여보세요.”
“나예요.”
“네.”
“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요?”
“헤어지자니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민용이 답답한 듯 소리 친다.
“말 그대로에요. 헤어지자고요.”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고요?”
“이유는,”
민정이 윤호를 바라본다.
“윤호랑 사겨요.”
“뭐, 뭐라고?”
민용이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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