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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1 - [2화]

권정선재 2009. 3. 13. 18:23


 

2화 : 예고된 아픔



 “선생님.” 


 “어, 윤호야.”


 민정의 얼굴에 한 가득 미소가 지어진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선생님이야 말로,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나? 그냥.”


 민정의 웃음이 햇살처럼 눈부시게 부서진다.


 “선생님, 걸을까요?”


 “어?” 


 윤호가 자연스레 민정의 손을 잡는다.


 “어. 윤호야.”


 “치, 뽀뽀도 했으면서.”


 민정의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서선생!” 


 “이, 이 선생님.”


 민정이 황급히 손을 놓으려 하자, 윤호가 더 꽉 잡는다.


 “윤호랑 어쩐 일이에요?”


 “네?” 


 “나 할 얘기 있으니까 나랑 가요.”


 민용이 민정의 손을 잡고 이끌자, 윤호가 그 손을 친다.


 “야, 이윤호 너 뭐야?”


 “삼촌이야 말로 뭐야?”


 “뭐, 이 자식이!”


 민용의 주먹이 윤호의 얼굴로 날아간다.


 “너 뭐야, 이 자식아.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다잖아!”


 “이, 이선생님!”


 “이게, 너 자꾸 까불래!”


 “삼촌이 뭔데 날 때려!”


 윤호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오른다.


 “삼촌이 뭔데 나를 때리냐고!”


 “뭐? 이자식이!”


 “이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네. 이 선생님.”



 “민호야.”


 “범아.”


 민호와 범이 꼬옥 껴안는다.


 “그런데 윤호는?”


 “윤호?”


 민호가 슬쩍 윤호의 자리를 본다.


 “몰라.” 


 “민호야, 나 어제 이상한 거 봤어.”


 “이상한 거?”




 “엄마! 엄마!”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엄마, 큰 일 났어.”


 민호가 커다랗게 숨을 고르며 말한다.


 “아유, 뭐가 그렇게 큰 일인데.”


 “유, 윤호랑. 선생님이랑 키스했대.”


 “뭐?” 


 “그게 무슨 말이냐?”

 문희가 입 안 가득 호박고구마를 먹으며 반문한다.


 “할머니, 그러니까 윤호랑 선생님이랑 사귄다고요.”


 “어떤 선생님?”


 “우리 담임 선생님.”


 “그만하세요!” 


 민정이 민용의 뺨을 때린다.


 “서선생.” 


 “왜, 자꾸 윤호 때려요! 이 선생님. 왜 자꾸 윤호 때려요!”


 “왜, 그래?”


 “헤어지자고 했잖아요! 왜요!”


 “서선생.”


 “윤호야 가자.”


 민정이 윤호의 손을 이끌고 민용에게서 멀어진다.



 “윤호야 괜찮아?”

 

“네.” 


 윤호의 왼쪽 광대가 파랗게 멍들었다.


 “아휴 아프겠다.”


 민정이 슬픈 눈빛으로 윤호의 뺨을 어루만진다.


 “괜찮아요.” 


 윤호가 씩 웃는다.


 “뭐 먹을래?”


 “선생님이 사주시게요?”


 “당연하지.” 


 “저, 꺄라멜 마끼아또요.”



 “그게 진짜니?”


 “네, 제가 봤어요.”


 “이범, 그거 정말이야?”


 준하가 입에 무언가를 물면서 어슬렁 어슬렁 걸어 나온다.


 “진짜에요. 아저씨.”

 “윤호, 이 자식이.”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어. 이 선생님이네.”


 “받아요.” 


 윤호가 아이스크림을 한입 물면서 말한다.


 “여보세요.” 


 “나예요.” 


 “네.” 


 “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요?” 


 “헤어지자니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민용이 답답한 듯 소리 친다.


 “말 그대로에요. 헤어지자고요.”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고요?”

 

 “이유는,” 


 민정이 윤호를 바라본다.


 “윤호랑 사겨요.”


 “뭐, 뭐라고?”


 민용이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