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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1 - [3화]

권정선재 2009. 3. 13. 18:24


 

3화. 아파도 웃자



 민정이 윤호를 바라본다.


 “윤호랑 사겨요.”


 “뭐, 뭐라고?”


 민용이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에요.”


 “서선생.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네.”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전화 끌게요.”


 “이, 이봐!”


 민정이 슬라이더를 닫았다.


 “선생님.” 


 “어? 윤호야. 왜?”


 “괜찮아요?” 


 “뭐가?” 


 민정이 밝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는다.


 “네?” 


 “삼촌 말이야?”


 “네.” 


 윤호가 민정의 눈을 피한다.


 “윤호도, 선생님 좋다며.”


 “네.” 


 윤호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다녀왔습니다.”

 “민용아.” 


 “왜요? 엄마.”


 문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민용의 옆에 다가온다.


 “무슨 일인데요?”


 “서방님, 서선생이랑 헤어지셨어요?”


 “네?” 


 민용의 눈이 어두워진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유, 정말인가보네.”


 “뭐가요?” 


 “도련님. 그게요.”




 “휴.” 


 민용이 한 손을 머리에 괸다.


 “서선생.” 


 민용이 손전화를 만지작 거린다.


 “윤호.” 




 “선생님, 이제 가세요.”


 “어. 윤호야.”


 민정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먼저 가.”


 “아니에요.” 


 “그럼, 윤호야 내일 학교에서 보자.”


 “네!” 


 민정이 들어가고 윤호가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나 왔어.”


 “왔어.” 


 신지가 양 볼에 밀가루를 가득 묻히고 있다.


 “뭐 하고 있었어?”


 민정이 살짝 부엌을 쳐다본다.


 “어? 아, 아니야.”


 신지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래, 내가 뭐 도와줄까?”


 민정이 소매를 걷자, 신지가 황급히 막는다.


 “아니야, 나 혼자 할게.”


 “그래?” 


 민정이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그럼, 나 씻을게.”


 “그래.” 


 민정이 가운을 들고 욕실로 향한다.


 “휴.” 


 신지가 한숨을 쉬며 의자에 걸터 앉는다.


 “오빠는 기억하려나?”


 달력에 작게 글씨가 쓰여 있다.


 ‘결혼 기념일’



 “다녀왔습니다.” 


 윤호의 활기찬 인사에도 불구하고 집안이 냉랭하다.


 “왜 이래?”


 윤호가 제 방을 열고 들어가서 침대에 털썩 눕는다.


 “야, 이윤호.”


 “왜?” 


 “할아버지가 너 좀 나오래.”


 “왜?” 


 윤호가 귀찮다는 듯 돌아눕는다.


 “빨리 나와. 이 자식아.”


 “아이씨.” 


 윤호가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부르셨...” 


 ‘퍽’ 


 순재가 던진 쿠션이 윤호의 얼굴로 정확히 날아간다.


"할아버지.“


 “네가 미친 놈이야!”


 “네?” 


 갑작스런 욕에 당황한 윤호가 반문했다.


 “윤호야. 너 정말 선생님이랑 사귀니?”


 해미가 다정스레 묻는다.


 “!” 


 윤호의 눈이 멈칫한다.


 “왜 대답을 못 해! 이 자식아!”


 순재가 다시 한 번 쿠션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