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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1 - [10화]

권정선재 2009. 3. 13. 18:30




10화. 헤어지기 좋은 날.


“나 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 좋아해주니까.”

“선생님이 왜 보잘 것 없어요?”

“그럼?”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할 걸요.”

윤호가 민정에게 한 발짝 가까이 간다.

“유, 윤호야?”

윤호가 천천히 민정의 입술을 덮는다.

“!”

그렇게 두 사람의 입술이 하나가 되고, 불꽃이 터졌다.

‘펑!’

‘펑!’

두 사람의 마음속에 커다란 불꽃이 터졌다.



“선생님.”

“응?”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윤호가 입술을 뗀다.

“우리 헤어져요.”

“!”

민정의 미소가 사라진다.

“뭐, 뭐라고?”

“선생님, 나 선생님 아픈 거 싫어요.”

“내가 왜 아픈 데?”

“선생님, 저랑 사귀는 거 알려지면 힘들잖아요. 우리 헤어져요.”

“!”

민정의 동공이 흔들린다.

“그, 그런 게 어디 있어?”

“다 알아요. 선생님. 헤어져요.”

“윤호야.”

민정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울지 말아요. 미안해지니까.”

“미안하면, 안 헤어지면 되잖아.”

“선생님이. 선생님이 힘들잖아요.”

윤호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린다.



“민용아.”

“형.”
준하의 얼굴이 자뭇 심각하다.

“나랑 애기 좀 할래?”

“얘기? 뭔데?”

“너 서선생 좋아하냐?”

민용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서선생 좋아하냐고?”
“아니.”
“아니야?”
준하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럼, 나 싫다는 사람, 내가 왜 좋아해?”

“진짜?”

“아이 참, 진짜라니까.”

“그럼, 나도 윤호 편 들란다.”

“뭐?”

민용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니, 네 형수도, 엄마라고 윤호 편 든다는데. 아빠인 나도 윤호 편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형. 지금 윤호랑 서선생 나이 차가 몇인지 알아?”

“그게 중요해?”

“뭐?”
준하의 눈이 다부지다.

“뭐, 네가 좋아한다고 해도, 나는 윤호 편 들려고 했었다.”

“형!”

“나는 아빠니까.”

“형! 형!”

준하니 이미 봉을 타고 내려가버렸다.

“뭐야? 형수랑, 형도?”

두 사람이, 윤호 편이라고?



“여보, 어떻게 해봐요.”

“아니, 내가 뭘 어떻게 해?”

문희는 이제 막 들어온 순재를 붙잡고 투정이다.

“아니, 어떻게 둘이 사귀어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 될 것은 또 뭐야?”

순재는 무심하다.

“아니, 당신은 당신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손주에게 빼앗겼는데 가만히 있을 거예요?”

“준이 엄마 있잖아.”

“신지요?”

“그래.”

순재가 침대에 들어 눕는다.

“신지?”

갑자기 문희의 눈빛이 달라진다.



“민용아.”

“왜요? 엄마.”

“너 오늘 무슨 날인지 아니?”
“오늘?”

민용이 달력을 보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무슨 날인데?”
“오늘, 너랑 준이 엄마 결혼 기념일이잖아.”

“!”

그제야 머리에 뭔가가 툭하고 치고 가는 민용이었다.

“진짜?”

“너 정말 네 맘속에 준이 엄마가 없는 거니?”


“선생님. 안녕.”

“윤호야. 윤호야!”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가지마. 윤호야 가지마!”

민정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윤호야! 제발!”

하지만, 윤호는 뒤도 보지 않고. 그대로 앞만 보고 걷는다.

“선생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