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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1 - [7화]

권정선재 2009. 3. 13. 18:27
 


 

7화 미안해요.



“야, 이윤호. 너 생각 없니?”

 

 “왜?”
 

“서선생이랑 너랑 사귀는 거 알려지면, 학교에서 가만히 둘 것 같아?”

 “그게 뭐 어때서?”


 “이런 멍청이.”

 

 민용이 윤호의 머리를 가볍게 툭 친다.


 “분명 서선생 학교 그만두게 만들거라고."

 

 "!"

 "너 서선생이 얼마나 교사가 되고 싶어했는지 들었어?“


 윤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너, 서선생이 그렇게 오랫동안 하고 싶어했던 일 그만두게 할 거야?”

 

 윤호의 눈동자가 멈춘다.


 “삼촌.” 


 “너 서선생 좋아한다며, 사랑하면 보내주는 것도 남자가 할 일이야.”


 “!” 


 “놔 줘.”


 윤호의 눈에 눈물이 차 오른다.


 “어쩔 수 없어. 나 이미 너무 좋아해.”


 “그러니까, 보내주는 거야. 임마.”




 “선생님.” 


 “어? 찬성아.”


 민정이 밝게 웃으며 찬성에게 손을 흔든다.


 “윤호랑 사귀신다면서요?”


 “어?”

 

 민정의 얼굴이 붉어진다.


 “에, 부끄러워 하시기는.”


 “그만 놀려.”


 민정이 찬성이를 귀엽게 쥐어박는다.


 “그런데, 윤호는 어쩌고 혼자 가세요?”


 “윤호?” 


 민정이 그제야 윤호와 민용이 갔던 방향을 다시 바라본다.


 “금방 온다고 했는데.”


 “어디 갔어요?”


 “어, 이 선생님이랑 같이 저리로 갔는데."




 "헤어져.“


 “그럼 나 어떡해?”


 윤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윤호야.” 


 민용이 윤호를 끌어 안아준다.


 “그게 네가 어른이 되는 방법인거야.”


 “삼촌.” 


 “당장은 힘들겠지만, 천천히 정이라도 떼.”


 윤호의 눈에 슬픔이 가득하다.




 “저기 오네요.”


 “윤호야!” 


 민정이 밝게 웃으며 윤호에게 다가간다.


 “어? 윤호야 울었어?”


 윤호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있다.


 “이 선생님!”

 

“아니에요. 선생님.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요.”

 윤호가 일부로 씩씩하게 웃는다.


 “나 먼저 갈게.”


 민용이 손을 든다.


 “응. 삼촌.”


 윤호가 쓸쓸하게 대꾸한다.


 “안녕히 가세요!”


 민정도 씩씩하게 손을 흔들어진다.




 “너 왜 갑자기 이렇게 고민이냐?”


 “응?”

 

찬성이 윤호 옆에 찰싹 붙는데도 윤호는 떨어뜨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미친개가 너한테 뭐라 그래?”

 

“아니.” 


 윤호가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왜?”


 “그냥.” 


 윤호가 자리에 엎드린다.


 “야, 이윤호.”


 찬성이 계속 매달리지만, 윤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헤어졌다고?” 


 신지가 멍하니 식탁에 앉아있다.


 “그것도 윤호 때문에?”

 

 신지는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 했다. 기회가 생긴 걸까?


 “오빠.” 


 신지가 휴대전화 액정을 여니, 민용과 준이, 그리고 자신이 함께 웃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신지의 눈에 이슬 한 방울이 맺힌다.




 ‘딩동, 편지 왔어요.’


 “어, 윤호네.”


 민정이 밝게 웃으며 휴대전화의 슬라이더를 연다.


 ‘선생님 오늘 저녁에 데이트해요.’


 “킥.”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민정이다.




 “휴.” 


 “왜?”

 

 윤호의 얼굴이 어둡다.


 “그냥.” 


 자꾸만, 자꾸만 삼촌의 말이 머리에 맴도는 윤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