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쾅’
“죄, 죄송합니다.”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한 웨이트리스가 쟁반을 들고 가다가, 갑자기 일어선 손님에게 부딪쳐서, 음료를 손님에게 쏟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웨이트리스는 안절부절 못했다.
“이 것 참 재수가 없어서.”
웨이트리스는 쟁반 위에 있던 행주로 손님의 옷을 닦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죄송.”
“뭐, 하는 짓이야!”
‘짝’
사내의 손이 웨이트리스의 뺨을 스쳐갔다.
“이, 비싼 정장에 얼룩이라도 남길 셈이야! 이 정장 세탁비만 해도, 네 하루 일당보다 비싸! 어디서!”
‘탁’
사내가 다시 손을 올리자, 누군가가 그 손을 잡았다.
“눈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행동입니까?”
“뭐?”
카페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린다.
“뭐야? 눈 병신이었던 거야?”
사내가 입에 비웃음을 걸고 비꼬았다.
“어디, 눈 병신 주제!”
‘퍽’
남자의 주먹이 사내의 얼굴로 꽂혔다.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악!”
남자가 다시 발길질을 했다.
“당신이야 말로, 눈 병신이야! 눈 어디다 달고 다니는 거야! 저 사람 잘 안 보여서, 조심조심 걷던 거 못 봤어!”
카페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죄, 죄송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사내가 사과의 말을 허둥지둥 뱉더니, 뛰쳐나갔다.
‘쨍그랑’
사내는 나가면서, 자신의 안주머니에 있던 지폐 몇 장과 동전 몇 푼을 테이블 위해 거칠게 던져 놓았다.
“괜찮아?”
남자가 웨이트리스의 어깨에 작게 손을 올렸다.
“치워!”
웨이트리스가 남자의 손을 거칠게 처낸다.
“나, 아직 보여! 아직 보인다고!”
웨이트리스가 주먹을 쥐고, 악을 쓴다.
“너 왜 이렇게, 날 비참하게 만드는 건데!”
웨이트리스의 눈에 눈물이 그득하다. 웨이트리스는 씩씩하게 눈물을 닦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는다.
“안 돼!”
남자의 외침.
“악!”
그리고, 그녀의 비명. 바닥에 깨진 컵을 주우려던 그녀의 손이 날카로운 컵의 파편에 베이고 말았다.
“이, 바보야!”
남자가 웨이트리스의 손을 잡고 그녀의 머리 위로 그녀의 다친 손을 올린다.
“너, 그러고 있어!”
웨이트리스가 멈칫하며 사내가 시킨대로 행동한다.
“저기, 신지씨. 구급 상자 좀 가져다 줄래요?”
“네, 준규씨.”
“미련하긴.”
남자가 바닥에 쪼그려 앉는다.
‘쟁, 쨍’
“뭐하는 거예요?”
유리끼리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에 웨이트리스가 묻지만, 사내는 대답이 없다.
“뭐, 뭐하는 거예요?”
“…….”
사내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준규씨!”
신지가 살짝 준규의 어깨를 두드린다.
“아, 고마워요. 신지씨.”
준규가 미소를 짓는다.
“이리와봐요. 선린씨.”
준규가 선린의 손을 이끌고 소파에 앉힌다.
“읏”
준규가 핀셋으로 유나의 손에 있는 유리 조각을 빼낸다.
“가만히 좀 있어요.”
준규가 천천히 식염수를 붓는다. 손이 깨끗이 씻겨나간다.
“아,”
“엄살은.”
준규가 작게 타박을 주며, 빨간 약과 가루 연고를 뿌린다.
“됐어요.”
마지막으로 준규가 반창고를 붙여준다.
“놔, 놔요.”
선린이 황급히 손을 빼낸다.
“까칠하시기는.”
준규가 다시 바닥에 앉아 유리 파편을 줍는다.
“준규씨 가만히 둬요. 제가 할게요.”
“아뇨, 제가 하고 갈게요.”
준규가 미소를 짓는다.
“준규씨.”
“괜찮아요. 신지씨 보던 일 보세요.”
준규가 쪼그려 앉아서 유리 조각을 줍는다.
‘쨍, 쨍’
준규는 모든 뒤치다꺼리를 끝내고, 구급상자를 닫았다.
“신지씨, 저 갈게요!”
“네. 준규씨 안녕히 가세요.”
준규가 손을 흔든다.
“네.”
신지도 같이 손을 흔들어 준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준규가 씩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꼽는다.
‘딸랑’
그가 카페를 나가고, 다시 카페는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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