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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웃었다.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8:34



  

#1 




 “휴우” 


 여전히, 어렵다. 혼자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은.




 “맛 없어.”


 가스 불을 키기도 위험하고, 칼을 쓰기도 힘들어서, 사먹는 것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는 것이 어느 덧 5년이 다 되어 간다.


 “선린언니, 이거 먹어 봐.”


 고등학생부터 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슬이는 참 착하다.


 “이게 뭔데?”


 “요구르트.” 


 슬이가 입가에 미소를 베시시 물고 있다.


 “그래?” 


 선린이 그 요구르트를 살짝 만진다. 따뜻하다.


 “이거 왜 이래?”


 “응, 따뜻한 요구르트야.”


 “따뜻한 요구르트?”


 선린이 요구르트를 한 입 떠서 입 안에 넣었다.


 “우와.” 


 “맛있어?” 


 “맛있다.” 


 “그래?” 


 따스함이 온 몸으로 퍼졌다.


 “고마워. 슬아.”


 “뭐가?” 


 선린이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나 챙겨주잖아.”


 “치, 내가 언니를 뭘 챙겨주냐고 그래?”


 슬이의 얼굴에도 예쁜 미소가 걸린다.


 “나, 이제 갈게.”


 “그래.” 


 “고마워!” 


 “잘 가! 언니.”


 두 사람 모두 밝게 미소를 지었다.


 ‘딸랑’ 


 선린이 편의점에서 나가자 준규가 나타났다.


 “갔어?” 


 “응.” 


 준규가 편의점 뒤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하나를 뜯는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뭐가?” 


 준규가 무심히 우유를 마시며 대꾸한다.


 “언제까지, 선린이 언니 뒤에서 숨어서 그림자놀이만 할 거냐고! 바보 천치 등신처럼 말이야.”


 “왜 화를 내고 그러냐?”


 준규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다.


 “한심하니까, 그런다.”


 슬이가 작게 투덜거리며 창고를 뒤적거린다.


 “보는 내가 다 답답하다니까. 정말 나보다 오빠인데, 이럴 때 보면 꼭 중학생 아이 같아. 어쩜 그렇게 단순한지.”


 슬이가 투덜거리면서 봉투에 빵을 담는다.


 “이거 가져가.”


 “이게 뭐냐?”


 준규가 빵 봉투를 받는다.


 “그거 유통기한 하루 박에 지나지 않은 거니까, 먹어도 상관없을 거야. 가서 애들이랑 나눠 먹어.”


 “이거, 먹어도 되나?”


 준규가 빵을 하나 꺼내더니 여기 저거 뜯어본다.


 “먹기 싫음 말고.”


 슬이가 다시 빼앗으려고 하자, 준규가 몸을 뒤로 뺀다.


 “치사하게 줬다가, 뺐냐?”


 “하여간, 미워 죽겠어.”


 슬이가 살짝 눈을 흘긴다.


 “무섭네.” 


 준규가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빨리, 가기나 하셔, 장사도 안 되는 공짜 손님이.”


 슬이가 준규의 등을 떠민다.

 “알았다고, 간다고.”


 “잘 가!”


 준규가 어느정도 멀어지자 슬이가 손을 흔든다.


 “고마워!” 


 슬이가 준규가 작아질 때까지 손을 흔든다.





 “안녕하세요!” 


 “어머, 선린씨,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신지가 선린에게 다가와 부축을 해준다.


 “어제 많이 놀랐을텐데, 괜찮아요? 손도 괜찮고?”


 “그럼요.” 


 선린이 밝게 웃으면서, 에이프런을 둘렀다.


 “뭐하는 거야?”


 “일 해야죠.”


 “무슨 말이야. 오늘은 좀 쉬어요.”


 “언니, 혼자서 힘드시잖아요.”


 선린이 씩씩하게 웃으며 대걸레를 집어든다.


 “악.” 


 그러다가, 앞에 있던 물걸레통에 걸려 제대로 넘어지는 우리의 선린이다.


 “그렇게, 내가 그냥 쉬라고 했잖아.”


 선린이 무릎을 만지작 거린다.


 “괜찮아요?” 


 “아, 네.”


 선린이 씩씩하게 웃는다.


 “제가 다 닦을게요.”


 “진짜 말 안듣는다.”


 신지가 대걸레를 툭하고 던져둔다.


 “선린씨 좀 앉아있어요.”


 “어, 언니.”


 “내가 닦아도 30분도 안 걸려요. 선린씨 그냥 푹 쉬세요.”


 “시, 신지 언니!”

 신지가 밝게 웃는다.


 “대신, 나중에 나 맛있는 거 사줘요.”


 “네.” 


 선린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