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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웃었다. - [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8:36



  


 #3 




 “여길 없앱시다.”


 한 남자가 피노키오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사장님 피노키오는 영업이익이 굉장히 큰 곳인데요?”


 “그러니까, 이곳을 우리 브랜드의 입점지로 만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남자는 당연하다는 투로 말을 한다.


 “이 자리에 있다면, 사람들인 무심결에 들어오고 다른 카페이기는 하지만 들어온 김에 그대로 익숙해질 겁니다. 그러다보면 홍보도 되겠죠.”


 이 말을 하는 남자는, 카페 어린왕자의 회장, 강민용이었다.




 “그래, 입점 지를 정했다고?”

“네. 회장님,”


 “그래, 어디냐?”


 “피노키오가 있는 곳입니다.”


 “!” 


 이윤재 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곳은 경화가 경영을 하는 곳이었다.


 “꼭 그 곳이어야만 하느냐?”


 “왜요? 안 됩니까?”


 “그 곳은 고정 팬이 많다고 들었는데?”


 “예. 그게 장점입니다.”


 이윤재의 얼굴에 고민이 스친다.


 “기획안은?”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나가 보거라.”


 “그럼.” 


 민용이 인사를 하고 윤재의 방을 나섰다.


 “휴. 경화야.”


 윤재가 테이블 위에 액자를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어서오세요.” 


 “여기 신상품 있어?”


 “당연하죠. 사모님.”


 직원이 재빠르게 선혜에게 붙는다.


 “어떤 것들이야?”


 “여기요.” 


 “흠.” 


 선혜가 여기저기 옷들을 막 넘겨본다.


 “뭐야? 옷들이 겨우 이런 것 밖에 없어? 스타일이 별로 다르지도 않고, 신상품도 얼마 없네?”


 “죄송합니다.” 


 매니져가 선혜에게 고개를 숙인다.


 “괜찮아. 다음에 올 때는 신상품 좀 많이 구비해두라고.”


 “예.” 


 선혜가 나가자 매니저가 입술을 내민다.


 “식모 였던 주제에.”


 “식모요?” 


 직원이 매니저에게 다가온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식모라뇨?” 


 “저 사람, 원래 지금 회장님 댁 식모였어.”


 “어머, 정말요?”


 “봉 잡은 거네.”


 “그런데, 지금은 저렇게 거들먹 거리며 다닌 다니까.”




 “어머니. 여기에요.”


 “아유, 애미야.”


 번듯한 펀드매니저인 아들과 커다란 종합병원의 원장으로 있는 며느리를 볼 때마다 선혜는 흐뭇하다.


 “여보, 왜 이렇게 늦었어요?”


 그 때 윤재가 막 들어온다.


 “뭐, 늦어. 이제 약속 시간이구만.”


 “맞아요. 어머님.”


 “저 왔습니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은 민용과 민호이다.


 “어떻게 둘이 같이 오냐?”


 “제가 삼촌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했어요.”


 윤재의 회사에서 사장으로 있는 민용과 서울대학교에 학생회장을 지내고 있는 민호까지, 윤재의 식구이다.


 “준규는 어떻게 된 거냐?”


 윤재가 선혜를 쳐다본다.


 “글쎄요? 오라고는 했는데, 문자 넣어 볼게요.”




 ‘딩동’ 


 “누구지?” 


 준규가 핸드폰을 열어본다. 엄마다.


 ‘아들, 오늘 온 가족 모여서 점심 먹자는 거 잊었어? -맘’


 “휴우.” 


 준규는 그냥 핸드폰을 닫는다. 귀찮다.




 “얘가.” 


 “안 오려나 보지.”


 준하가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어떻게, 가족들 다 모인 자리에서 저만 빠질 수 있어?”


 선혜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이 걸 내가 혼줄을 내야지.”




 “표정이 왜 그래요?”


 신지가 준규의 앞에 앉는다.


 “왜요?” 


 “그냥, 뚱해보여서.”


 신지가 커피를 내민다.


 “이게 뭐예요?”


 “그냥, 마셔봐요. 제가 만든 건데. 어떤지 보게요.”


 “그래요?” 


 준규가 커피를 한 입 마신다. 뭔가 다르다.


 “이거 뭐예요?”


 “로즈마리티에다가 커피를 섞었어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좋은데요?” 


 “그렇죠?” 


 준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선린이가 만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