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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웃었다.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8:36
 


  



 #4 




 “그거 선린이가 만든 거예요.”


 준규가 커피를 마시다가 멈칫한다.


 “제가 주제 넘어 보이시죠?”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


 신지가 준규를 바라본다.


 “선린이 좋다고 하셨죠?”


 “네.” 


 준규가 고개를 끄덕인다.


 “선린이도 준규씨를 좋아해요.”


 “...” 

 “다만.” 


 신지가 말을 흐린다.


 “다만 뭐요?”


 “준규씨가 자신을 버릴까봐 걱정을 해요.”


 “그런 걱정을 왜 하는 거예요?”


 “당연하잖아요.” 


 신지가 준규의 얼굴을 본다.


 “자기는 장애인이니까.”


 “...” 


 준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군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준규가 입을 열었다.


 “본인이 장애인이라서 저를 멀리할 수 밖에 없는 건가요?”

 “그럴 지도요.”


 “그게 도대체 왜 이유가 되는 걸까요?”


 준규가 신지의 얼굴을 바라본다.


 “굳이 왜 헤어질 걱정을 미리 하죠?”


 “아프니까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진짜 사랑을 하면 너무 아프니까, 미리 예상을 해야 하잖아요.”


 신지의 미소가 슬프다.


 “그런데, 준규씨랑 사랑을 하면 진짜 사랑을 할 것 같으니까.”


 “...” 

 준규가 대구를 하지 않는다.


 “준규씨가 보여줘요.”


 “...” 


 준규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주제 넘게 말이 길어졌네요.”


 신지가 멋쩍은 듯 미소를 짓는다.


 “고맙습니다.” 


 준규는 미소를 짓는다.


 “뭐가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할 지 알았어요.”


 준규의 눈이 반짝 거린다.


 “더 사랑하고, 더 예뻐할 거예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요.” 


 신지의 미소가 행복해 보인다.


 “아뇨. 고맙긴요.”


 “고마워요. 선린이 사랑해줘서.”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선린이 제 친동생이나 매한가지거든요. 잘 부탁해요.”


 신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하여간 준규 녀석.”


 선혜가 외투를 벗으며 투덜거린다.


 “그만해라. 여보.”


 “뭘 그만해?”

 진아가 준하를 보며 투덜거린다.


 “어떻게 어머님, 아버님 다 계신대서.”


 진아는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는 듯 냉수를 연신 들이킨다.


 “별로 흥분 할 것도 아니잖아.”


 “흥분할 게 아니라니?”


 준하의 말에 진아가 더 흥분을 한다.


 “어쩌면, 후계자 자리 도련님께 빼앗길 지도 모른다고!”


 “그게 중요하니?”


 “당연하지!” 


 진아의 눈이 타오른다.


 “당신 얘기해봐.”


 “뭘?” 


 준하가 진아를 침대에 앉힌다.


 “나랑 왜 결혼했니?”


 “뭐?”

 “사랑해서니?” 


 진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준하의 눈을 본다.


 “사랑해서라고 생각하니?”

 “아니라고 생각해.”


 “알면서 왜 물어?”


 준하의 눈이 슬프게 변한다.


 “나는 당신이 날 사랑하는 줄 알았어.”


 “사랑이 그렇게 중요해?”


 진아가 준하의 눈을 본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당신에게 부족한 것 있었어?”


 “아니.” 


 “그런데 뭐가 문제야?”


 “그래도, 사랑을 한다는 건.”


 “당신 그렇게 감상에 젖지마.”


 진아가 준하 옆에서 일어나 화장대로 간다.


 “두 집안의 결합이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여보.” 


 “당신은 날 사랑해서 결혼했니?”


 “...” 


 준하는 대답이 없다.


 “그럼 당신은 바보인 거야.”


 진아가 방을 나간다.


 “바보?” 


 준하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바보였나봐. 나는.”


 준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