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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웃었다. - [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8:35
 




 #2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서울, 그리고 명동. 굉장히 복잡한 이 카페는 선린이 일하는 곳이다. 카페 이름은 피노키오답게, 카페는 굉장히 앙증맞고, 그렇기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카페를 방문해보기를 원하고, 실제로도 방문을 한다.


 “무엇을 드릴까요?”


 “이걸로 주세요.”


 손님이 메뉴를 가리키자, 선린이 그 메뉴표식을 손으로 더듬는다.


 “바나나핫초코와 치즈머핀 2개, 아이스 민트 세트요?”


 “네.” 


 선린이 밝게 미소를 짓고 인사를 한다.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돌아서고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는 선린이다. 이 일, 많이 힘들고 고되다. 다행히 사장님 덕에 메뉴판에 모두 점자판이 생기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점자를 읽는 것도 어렵고, 사람의 표정을 보지 못한 다는 사실도 힘들다.


 “휴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겨우 사물의 윤곽만 구분되는 지금, 선린에게 이 일은 보람도 있지만 힘든 게 더 크다.


 ‘딸랑’ 


 “저 왔습니다!”


 또, 그 사람 강준규이다.


 “안녕하세요?”

 신지가 밝게 준규에게 인사를 해준다.


 “네, 신지씨도 안녕하세요. ”

 준규는 소파에 앉는다.


 “여기, 주문이요.”


 “선린아, 주문.”


 신지는 바쁜 모양인지 선린에게 주문을 부탁했다.


 “휴.” 


 선린은 기분이 나빴다. 자신에게, 동정을 주는 그가 정말 밉다.



 “선린씨!”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전히 선린은 주문을 받지 않았다. 선린을 부르는 신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뭐해요?” 


 “네.” 


 선린이 크게 심호흡을 한다.


 “휴우."


 그래, 어차피 주문 받는 건데 뭐.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 


 준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똑똑’ 


 선린이 테이블을 살짝 두드리지만, 여전히 준규는 반응이 없다.


 “이봐요!” 


 “아,” 


 그제야 준규는 선린을 봤는지 선린을 향해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 그래봤자, 선린은 그 미소를 볼 수 없겠지만.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음, 꺄라멜 마끼야또와 치즈 케이크와 치즈 쿠키 주세요.”


 “알겠습니다.” 


 선린이 공손히 절을 한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여튼, 저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치즈케이크 하나, 치즈 쿠니 하나, 꺄라멜 마끼야또 하나요.”


 “네.” 


 선린이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다.


 “왜 그래?”


 “그냥요.” 


 신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선린을 바라본다.


 “준규씨가 싫니?”


 선린이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왜 그래?”


 “동정, 같아서요.”


 선린의 고개가 떨구어진다.


 “제가 눈은 보이지 않더라도, 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제가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좋죠. 그런 사람이 좋죠.”


 선린이 무릎 위에 손을 얹어 꼬옥 쥔다.


 “그런데, 저는 사랑할 자격이 없잖아요.”


 선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어차피, 내가 버림받아질 것 다 알면서……. 사랑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런 거 잖아요. 언니.”


 선린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 내린다.


 “어차피, 헤어질 게 분명하잖아요.”


 신지가 선린을 꼭 안아준다.


 “아니야, 아니야, 안 그래.”


 신지의 목소리도 물기에 젖어있다.


 “울지마, 울지마, 선린아. 우리 선린이 울지마.”


 신지가 선린을 꼭 안아준다.




 “바보.” 


 준규가 작게 읊조리며 돌아선다.


 “내가 아껴줄게요.”




 준규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게요.”



 “선린누나 다 만들어졌는데.”


 선재가 선린을 작게 부른다.


 “그래요?” 


 선린이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언니, 나 눈 괜찮아?”


 “조금 부었어.”


 선린이 살짝 입을 내민다.


 “추해?” 


 “별로.” 


 선린이 웃는다.


 “다녀 올게.”


 “그래.” 


 선린이 선재가 내미는 것을 받아든다.


 “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서빙을 한다는 것은.


 “헤헤.” 


 하지만, 일을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