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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서민정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22:04



 1화




 “네가 좋아하는 사람, 너랑 잘 맞는 사람들 뽑아가.”


 “아, 알겠습니다.”




 “뭐야?”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그 곳이 도대체 뭐하는 곳이기에 나를 팀장으로 뽑은 거지?”


 민정은 한숨을 내쉰다.


 “휴우,”


 “무슨 걱정 있으십니까?”


 때마침 찬성이 들어온다.


 “찬성아, 너 나 믿지.”


 “당연하지 말입니다.”


 “그러면 만약 내가 팀을 옮기면 나 따라올래?”

 “왜요? 팀 옮기시려고 그러십니까?”


 찬성이 민정 앞에 앉는다.


 “저야, 당연히 서형사님 따라가지 말입니다.”


 “진짜지?”


 “진짜지 말입니다.”


 찬성이 씨익 웃는다.


 “정말 옮기시려나 봅니다.”


 “아, 아마도.”


 민정이 머리를 긁적인다.


 “두 사람 뭐하는 거야?”


 때마침 순재가 들어온다.


 “아 네.”


 “일은 안 하고 저리 노닥거리고들만 있으니.”


 순재가 혀를 찬다.


 “죄송합니다.”


 민정이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


 “이형사님은 왜 이렇게 서형사님을 싫어하실까요?”


 “내가 본인의 기회를 앗아간다고 생각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겠지?”


 민정이 싱긋 웃는다.


 “그래도 멋있는 분이잖아.”


 “이해가 안 되지 말입니다.”


 찬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저는 저리 독선적인 분은 처음 봅니다.”


 “그렇지?”


 민정이 살짝 미소짓는다.


 “정말 너 갈 꺼지?”


 “당연하지 말입니다.”


 민정이 다시금 물어본다.




 “신지야!”


 “어, 민정아.”


 여경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신지다.


 “강력반 형사 일은 어때?”


 “그저 그렇지 뭐.”


 민정이 털썩 주저 앉는다.


 “무슨 고민 있어?”


 “나, 팀장 됐어.”


 민정이 신지에게 말했다.


 “진짜?”


 신지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팀장되기 어렵잖아.”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문제?”


 신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문제.”


 “팀을 꾸려야 해.”


 “그게 무슨 문제야?”


 “내가 알아서 팀을 꾸려야 하거든.”


 “뭐?”


 신지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보통 이렇게 새로운 팀이 생기면 모두 저절로 짜주기 마련인데, 민정에게 맡기다니.


 “팀 이름이 뭔데?”


 “S.I.T”


 “S.I.T?”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무슨 뜻인데.”


 “Science Investigation Team”


 “과학 수사 팀?”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건 이미 많잖아.”


 신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되묻는다.


 “우리는 살인 전담팀이야.”


 “살인?”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과학적으로 연쇄살인을 막는거지.”


 “재밌겠는데.”


 신지는 정말로 재밌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말인데.”


 “왜?”


 “너도 내 팀 해라.”


 “뭐? 나도?”


 신지의 눈이 동그래진다.




 “휴.”


 겨우 두 명이다.


 “못 하겠습니다. 부장님.”


 “해 봐.”


 주현이 끝까지 투덜거리는 민정을 얼른다.


 “벌써 두 명이나 했잖아.”


 “더 이상은 할 자신이 없습니다.”


 “흠, 그래?”


 주현이 눈알을 굴린다.


 “그럼 내가 알아서 팀을 구성해주지.”


 “알겠습니다.”


 ‘탁’


 “휴우.”


 민정이 한숨을 내쉰다.


 ‘탁’


 민정이 문을 닫고 천천히 복도를 걸어간다.


 ‘툭’


 그 때, 누군가가 민정의 어깨를 치고 간다.


 “이봐요!”


 민정이 그 남자에게 소리를 친다.


 “저요?”


 그 남자가 돌아서서 자신을 가리킨다.


 “그래요 그 쪽이요?”


 “무슨 일이시죠?”


 남자가 고개를 갸웃한다.


 “방금 저 치고 가셨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남자가 바로 허리를 숙인다.


 “그럼.”


 사내가 인사를 하더니 사라졌다.


 “뭐야? 저 사람.”


 민정이 투덜거린다.




 “어떻게 됐습니까?”


 “뭐가?”


 민정이 싱긋 웃는다.


 “팀 구성하는 거 말입니다.”


 찬성이 조바심이 나는지 안달한다.


 “부장님이 알아서 해주실꺼야.”


 “그럼 저는 어떻게 됩니까?”


  찬성이 울상을 짓는다.


 “당연히 찬성이는 데리고 가는 거지.”


 “그렇죠?”


 찬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저 두고 갈까봐 식겁했습니다.”


 “치, 내가 찬성이를 어떻게 두고 가냐?”

 민정이 귀엽게 볼을 부풀린다.


 “그러지 말입니다.”


 찬성이도 싱긋 웃는다.




 “뭐라고요?”


 순재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러니까 지금 부장님의 말씀은.”


 “서민정 밑에서 일하라고.”


 주현이 차분하게 말한다.


 “싫습니다.”


 순재의 주먹이 떨린다.

 

“싫어?”


 “저도 형사로써 가오가 있습니다.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


 주현이 코웃음을 친다.


 “이봐요 이형사, 평생 당신이 생쇼해가며 수상일한 댓가가 뭐야? 고작 이거야. 그런데도, 아직 경장은 택도 없지. 이봐요. 당신은 그 S.I.T 가는 게 오히려 득이 될 꺼라고. 그러니까 가요.”


 주현이 짜증을 낸다.


 “그래도 싫습니다.”


 “이봐요!”


 주현이 마침내 자제력을 잃는다.


 “지금 상부의 명령을 어기는 게요?”

 “상부의 명령이라는 거 잘 압니다.”


 순재가 주먹을 쥔다.


 “그리고 제가 힘이 없는 것도 압니다.”


 순재가 침을 삼킨다.


 “하지만 오랫동안 형사질만 했던 늙은이의 알량한 자존심이라도 지켜주시면 안 됩니까?”


 “...”


 주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부장님.”


 사실 이번 일은 이미 모두 다 결정이 난 거야.


 “!”


 순재의 눈이 동그래진다.


 “뭐, 뭐라고요?”


 “이미 팀은 다 꾸려졌다고.”


 “!”




 “야!”


 ‘퍽’


 “아, 왜 때려요?”


 “너 형사 맞냐?”


 민용이 투덜거린다.


 “왜요?”

 “어떻게 범인을 매일 놓쳐.”


 “그럴 수도 있지.”


 민용이 짜증을 낸다.


 “입만 살아가지고.”


 다른 형사가 혀를 찬다.


 “어서 가봐.”


 “어디를요?”


 민용이 고개를 든다.


 “지금 서장님이 부르시네.”


"서장님이요?“




 “이민용 형사?”


 “네. 맞습니다.”


 “요즘 잘 못지내고 있다지?”


 “아, 네”


 민용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겠네.”


 “새로운 기회요?”

 민용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엇인지.”


 “새로운 팀에 넣어주겠네.”


 “!”


 민용의 눈이 커진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고맙습니다.”


 이제 이 빡센 강력반 때려친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