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이검사님.”
“괜찮아요?”
윤호가 따스히 묻는다.
“네.”
윤호의 얼굴이 붉어진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그 뒤를 민용이 쓸쓸하게 보고 있다.
“제길.”
범이의 인상이 잔뜩 구겨져있다.
“그 차는 뭐지?”
‘부웅’
뒤에서 자동차 소리가 났다.
“휴우.”
범이가 한 숨을 쉬는 순간.
‘퍽’
범이는 정신을 놓고 말았다.
“왜 안 받지?”
“왜요?”
시트 팀원들은 모두 당황했다.
“전화를 안 받아.”
“아까 어떻게 되셨습니까?”
찬성이가 민정의 옆에 걸터앉는다.
“본인이 혼자서 잡는다고 하던데.”
민정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무슨 일이라도 당하신 것 아닙니까?”
“말이라도 할 소리가 있고 안 할 소리가 있네.”
순재가 찬성에게 작게 타박을 준다.
“아, 알겠습니다. 이형사님.”
“그러면, 위치 추적도 못 하는 거야?”
민용이 민정에게 물었다.
“네, 김형사는 그런 거 거추장 스럽다고 안 하고 다니잖아요.”
“뭐?”
민용의 눈이 동그래진다.
“나는 죽어도 차고 다녀야 한다며.”
“너야 사고 치니까.”
주현이 지나가면서 민용이 머리를 민다.
“반장님!”
“그나저나, 범이 어쩌지?”
민정이 손톱을 깨문다.
“윽.”
범이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네가 형사란 말이지?”
아까 그 사내다.
“원하는 게 뭐야?”
“킬킬킬.”
사내의 입에서 괴상스러운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떻게 할까?”
사내가 칼 끝으로 범이의 단추를 하나씩 뜯었다.
“!”
이내 범이의 상체가 벗겨졌다.
“킬킬킬”
사내가 칼등으로 범이의 몸을 긋는다.
“읏.”
범이는 차가운 감촉에 몸이 움츠러든다.
“킬킬킬”
사내의 입에서 웃음이 끈임없이 흘러나온다.
“신지야, 이 학생 좀 진정시키고 물어볼 것 좀 물어봐.”
“응.”
신지가 담요를 챙겨든다.
“이리 와요.”
“네.”
유미가 종종걸음으로 따라간다.
“괜찮아요?”
“네.”
유미가 미소를 짓는다.
“이것 좀 마셔요.”
신지가 따뜻한 코코아를 내민다.
“고맙습니다.”
유미가 한 모금을 마신다.
“휴,”
신지가 유미의 머리를 쓸어준다.
“앗.”
“미, 미안해요.”
유미가 신지의 손을 쳐낸다.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언니.”
유미가 가늘게 떨고 있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요.”
신지가 유미의 앞에 앉는다.
“김형사는?”
민용이 고개를 젓는다.
“젠장.”
민정이 머리를 손으로 헝큰다.
“어쩌지?”
“당장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찬성이 민정을 바라본다.
“물론, 나도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민정은 답답하다.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찾을 수 없어.”
“...”
“서형사님 너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
윤호가 커피를 건넨다.
“이 검사님.”
“지금 이검사님께서는 그런 말씀이 나오십니까?”
찬성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앉아.”
순재가 낮게 말한다.
“혹시 이검사님께서 무슨 생각이라도 하고 계십니까?”
“아니요.”
윤호는 고개를 젓는다.
“죽음이 두렵지 않아?”
“두렵지 않아.”
사내의 말에 범이가 당당히 대꾸한다.
“킬킬킬.”
사내가 칼날로 범이의 몸을 긋는다.
“읏!”
범이의 입에서 신음이 번져나오고, 사내의 칼끝을 따라 범이의 몸에 붉은 색 길이 생겨난다.
“이래도 두렵지 않나?”
“흣.”
사내가 조금 더 깊게 칼을 그었다.
“헉.”
범이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벌써 죽으면 재미가 없잖아.”
사내의 입에서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사람 아는 사람이었어?”
벌써 두시간째 유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학생.”
여전히 유미는 묵묵부답이었다.
“진짜, 답답하네.”
신지가 냉수를 마신다.
“최형사.”
“네.”
민용이 민정을 바라본다.
“지금 당장 이 학교들로 가세요.”
민용이 고개를 갸웃한다.
“범인은 다시 나타날 거에요.”
“하지만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았잖아요.”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범인은 하루에 한명씩 사람을 죽이고 있어요.”
“...”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김형사를 죽였다면.”
민정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 녀석, 그렇게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민정의 눈에 믿음이 가득 차 있다.
“휴.”
신지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쉰다.
“학생 도대체 언제 입을 열거야?”
“...”
신지가 빤히 유미를 바라보았다.
“학생.”
“...”
“학생의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어요.”
유미의 눈이 가늘게 떨린다.
“학생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요.”
“...”
“그런데 그 사람을 살리지 않을 건가요?”
“...”
유미가 주먹을 쥔다.
“학생의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형사를 살릴 수 있다고요.”
“킬킬킬.”
“어디 가는 거야?”
범이가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사내에게 말을 건넨다.
“킬킬킬 네가 알아서 뭐하게?”
“개자식아!”
사내가 미소를 짓는다.
“정말 내게 그런 거야.”
사내가 소금을 한 움큼 집는다.
“!”
범이의 눈이 고통이로 멈춘다.
“고통을 즐겨봐.”
사내가 범이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향해 소금을 뿌렸다.
“악!”
범이가 비명을 질렀다.
“킬킬킬.”
사내가 문을 닫고 나갔다.
“아니, 뭐 그 놈이 바보도 아니고.”
민용이 고개를 젓는다.
“미치겠네.”
민용은 핸드폰을 꺼낸다.
“응?”
그 때 민용이 무언가를 발견한다.
“거기 누구야?”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이상하네.”
분명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는데.
민용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닌가?”
민용이 무전기를 꺼내서 키는 순간.
‘퍽’
무언가가 민용의 머리를 강타했다.
“응?”
민정이 무전기를 든다.
“여기는 본부, 최형사 무슨 일인가?”
“지지직, 지지직, 따리라라 따리라리라 따라리라 따라리라...”
“?”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게 뭐죠?”
“이건 엘리제를 위하여 아니에요?”
“엘리제를 위하여?”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최형사가 왜 이 노래를 들려주죠?”
“팀장님.”
“아 나순경.”
민정이 반갑게 혜미를 맞는다.
“무언가 중요한 정보 얻어왔어요?”
“네.”
혜미가 품에서 종이봉투를 꺼낸다.
“범인이 들고 있는 흉기의 양식과, 흔적이요.”
민정이 종이를 연다.
“칼은 조금은 특별한 회칼이고.”
민정의 눈이 멈칫한다.
“사건 현장에서 항상 틀어져 있던 음악.”
민용도 그 쪽지를 본다.
“!”
“무슨 일인데 그래?”
순재도 다가온다.
“나도 봐요.”
윤호도 민정의 뒤에 선다.
“사건시에 켜져 있던 음악이.”
“엘리제를 위하여?”
시트팀의 얼굴이 굳어졌다.
“최형사!”
민정의 입에서 안타까움 외침이 번졌다.
'★ 블로그 창고 > 블로그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사 서민정 - [일곱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
형사 서민정 - [여섯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형사 서민정 - [네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형사 서민정 - [세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형사 서민정 - [두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