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여기도 안 되겠지 말입니다.”
“휴.”
민정이 한숨을 쉰다.
“그냥 맡기는 게 어떨까?”
순재의 말에 찬성이 버럭한다.
“지금 이형사님은 그게 말이 되십니까?”
“그냥 내 생각이야.”
“황형사, 이형사님께 무슨 말버릇이야.”
민정이 찬성을 가늘게 흘겨본다.
“그나저나, 이렇게 된다면. 당당히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찬성이 고개를 젓는다.
“그건 안 되지 말입니다.”
찬성이 손가락으로 노반장을 가리킨다.
“빠르기도 하군.”
순재가 고개를 젓는다.
“그럼 어쩌지?”
민정이 울상을 짓는다.
“당당히 숨어서 들어가면 되지 않습니까?”
“왜 이러십니까?”
전경 세명이 민정, 찬성, 순재에게 둘러싸였다.
“우리는 시트팀이다.”
“!”
전경들의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이 곳에.”
“세 분은 이 곳에 오지 않으신다고 들었는대.”
“그러니 부탁이 있다.”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 벗어.”
“!”
“음, 의외로 잘 맞네.”
민정은 옷을 툴툴 턴다.
“이건 좀 작지 말입니다.”
찬성은 옷이 불편한지 얼굴을 구겼다.
“나도 좀.”
순재에게 옷은 너무나도 길었다.
“저희는 어떡합니까?”
팬티만 입은 세 명의 전경이 울상을 짓는다.
“우리가 한 시간 내로 돌아올게.”
민정이 싱긋 웃는다.
“그럼 한 시간 후에 봐.”
“티, 팀장님!”
세 사람은 전경들의 애절한 외침을 무시했다.
윤호가 천천히 돌아섰다.
“윤호야.”
청장이 다시 윤호를 불렀다.
“이 애비는 다 너를 위한 거야.”
윤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아버지.”
윤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저를 위하신 적이 없었어요.”
“!”
청장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아버지는 제 마음도 모르고 어머니랑 이혼을 하셨고.”
“!”
“아버지는 제 허락도 없이 새어머니를 맞으셨고.”
“...”
윤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버지는 제 동의도 없이 다시 새어머니와 이혼을 하셨어요.”
“...”
청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대학에 넣은 원서를 모두 찢어버리셨고, 아버지의 능력을 이용해서 멋대로 저를 법대에 진학시키셨어요,”
“다 너를 위한.”
“저는 사회 복지사가 되고 싶었어요!”
윤호가 악을 썼다.
“그리고 법조인이 되더라도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고요.”
“윤호야.”
“이런 더러운 검사는 싫어요.”
“...”
“이제야 겨우 시트팀 덕분에 검사일이 재미있어지려고 해요.”
“!”
청장의 눈이 동그래진다.
“부탁이에요.”
“흠.”
청장이 전화기를 만지작 거린다.
“아빠.”
“!”
청장의 얼굴이 굳었다.
“윤호야.”
“단 한 번도 부르지 못했어요.”
윤호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있다.
“나는 어른이었어야 하니까.”
“!”
“나는 검찰인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혀서는 안 되니까.”
“무엇들 하는 거야?”
한 형사가 민정 일행을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본다.
“네?”
“어서 수사 안 해? 몇 팀 소속이야?”
형사가 윽박지른다.
“아, 죄송합니다.”
순재가 능숙하게 넘긴다.
“사실은 저희가 몇 팀인지 잊어버려서 말입니다.”
“뭐라고?”
형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그게 지금 말이 돼?”
“그러게 말입니다.”
찬성이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다.
“알겠네, 지금 나도 알 수 없으니, 그냥 알아서 수사하게.”
“예.”
의외로 일이 잘 풀렸다.
“킬킬킬”
사내가 한 사진에다가 가위표를 쳤다.
“그게 뭐지?”
“궁금해?”
사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살인 리스트.”
“!”
범의 눈이 굳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죽일 사람들의 목록이라고.”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민용이 사내에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킬킬킬.”
사내는 그러거나 말거나 웃음만 짓는다.
“언제까지 네 놈이 입을 놀릴지 기대가 되는 군.”
사내가 매섭게 민용을 노려본다.
“이제 사흘이야.”
“?”
사내가 알듯 모를듯한 소리만 지껄였다.
“오늘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유미는 신지의 물음에 여전히 답을 하지 않았다.
“휴.”
신지가 힘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네, 여기 시트팀인데”
“저 자장밥 싫어요.”
유미가 입을 열었다.
“네, 다시 걸게요.”
신지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럼 뭐 먹을래?”
“볶음밥 먹고 싶어요.”
“맛있다.”
유미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조금은 말하고 싶어진거야?”
“아니요.”
유미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휴.”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언젠가는 말을 하겠지.”
이제는 신지도 덤덤해졌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탁’
신지가 나가자 유미가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강창석.”
유미가 어떤 이름을 하나 내뱉는다.
“개자식.”
“휴.”
“어떻게 되어가나?”
주현이 신지에게 묻는다.
“여전히 말을 하지 않네요.”
“그래?”
주현은 아쉬운 표정이다.
“그나저나 시트팀이 어디갔는지 아나?”
“시트팀원들이요?”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겠느데요.”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주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설마 아니겠지?”
“여기지 말입니다.”
찬성이 한 지점을 가리킨다.
“여기서 마지막 교신이 있었다고.”
민정이 골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다소 어두운 골목이었다.
“목격자가 있을 리 만무하군.”
“그렇지 말입니다.”
“잠깐.”
순재가 벽에 다가가서 무언가를 살핀다.
“이것 좀 봐.”
피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묻어있다.
“이거 최형사 피 아니야?”
“최형사님이요?”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렇다면 다치셨다는 이야기인가요?”
“으.”
민용이 신음을 내뱉는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범이 이제 듣기 싫다는 듯 투덜거린다.
“뒤통수가 너무 아파서 그런다.”
민용도 이제 참지 못하겠는지 범에게 말한다.
“뒤통수요?”
“응.”
“잠시 돌아보십시오.”
민용이 머리만 돌린다.
“!”
범의 눈이 굳는다.
“왜 그래?”
“뒤통수가 온통 피 범벅이십니다.”
“어?”
민용의 눈이 동그래진다.
“진짜야?”
“예.”
“젠장.”
민용이 욕을 내뱉는다.
“그 놈이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다쳤나보군.”
“이러다가 돌아가시는 거 아닙니까?”
“재수 없는 소리 하기는.”
민용이 고개를 젓는다.
“다행히 멀쩡하네.”
민용의 표정이 조금 침울해진다.
“왜 그러십니까?”
“정말 저 사람이 어리다면.”
“?”
“무언가 상처가 있지 않을까?”
“네?”
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다수의 연쇄살인범들은 어떤 공통의 상처들을 지니고 있어.”
“공통의 상처요?”
민용이 눈을 지긋이 감는다.
“부모의 이혼.”
“...”
“부모의 폭력.”
“...”
“아이들의 왕따.”
“...”
범이의 안색도 어두워진다.
“힘들겠군요.”
“아마 이 사람도 그런 상처 중 하나를 지닌 사람일 꺼야.”
민용의 눈이 다시 생기를 갖는다.
“내가 보기에는 그래.”
“그래요.”
범도 수긍을 한다.
“여기 흔적이 있습니다.”
찬성이 한 표시를 가리킨다.
“이게 최형사의 피라고 확정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안 믿는 거 보다야 낫지.”
순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민정도 고개를 끄덕인다.
“따라가 보죠.”
“제길.”
범이 몸을 틀어보았지만 절대 손목이 풀리지 않는다.
“휴.”
“안 되나 보네.”
민용도 고개를 젓는다.
“미치겠네.”
“흔적이 끊겼습니다.”
“흠.”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모르셔도 됩니다. 킬킬킬”
사내가 한 사내 앞에 서 있다.
“무슨 꿍꿍이인지.”
사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부탁할 게 있어.”
“부탁이요? 킬킬킬.”
사내의 눈이 빛났다.
“무엇이든지 말씀만 하시지요.”
“뭐냐면 말이지.”
사내가 귀를 가져다 댔다.
“이 녀석 어디 간 거지?”
“또 사람이나 죽이고 있는 거 아니야?”
두 사람의 가슴속으로 불길한 생각이 떠돈다.
“뭐라고?”
주현은 지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니까 시트팀 팀원들이 전경들의 옷을 갈취해갔다는 말인가?”
“예.”
주현은 이마를 잡았다.
“그 것들 미친 거 아니야?”
“...”
“당장 수색해!”
“그, 그 것이.”
형사가 말을 흐린다.
“무슨 일이야?”
주현이 노발대발 했다.
“이미 잡입했다고 합니다.”
“!”
주현이 걸음을 멈춘다.
“뭐라고?”
“이미 수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잡아들이면 되잖아!”
“그게.”
경찰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뭐?”
“언니.”
“응?”
신지가 졸다가 깨어난다.
“유미야 뭐 먹고 싶어?”
유미가 고개를 젓는다.
“말이 하고 싶어요.”
“!”
신지의 눈이 빛난다.
“무슨 이야기?”
유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
신지가 유미를 바라본다.
“무슨 이야기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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