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먼저 물 한 잔만 주세요.”
신지가 급히 물을 떠다준다.
“여기.”
“고맙습니다.”
유미가 천천히 물을 마신다.
“휴.”
유미가 크게 심호흡을 내쉰다.
“사실 그 사람과 저는 아는 사이에요.”
“!”
신지의 눈이 굳는다.
“뭐라고요?”
“우리 너무나도 친한 사이에요.”
“!”
유미가 너무나도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그 사람과 저는 동갑이에요.”
“!”
신지의 눈이 멈춘다.
“그러면 그 사람도.”
“네. 정상적이었다면 아직 고등학생이었겠죠.”
“!”
유미의 얼굴에 쓸쓸함이 엿보였다.
“그런데 참 불쌍했어요.”
“?”
신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이지?”
“왕따였어요.”
“!”
유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아이 왕따였어요.”
“...”
신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외로웠을 거예요.”
유미가 애써 눈물을 삼킨다.
“아마, 사랑 받아 본 적도 없었을 꺼예요.”
유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더러워!”
한 소녀가 한 소년의 어깨를 민다.
“꺼져!”
다른 아이들도 소년을 마구 밀쳐낸다.
“이, 이러지마.”
소년이 머리를 움켜쥔다.
“그렇다고 못 때릴 줄 알아?”
아이들은 더 악랄하게 소년을 밟았다.
“악!”
소년이 비명을 지르면 지를 수록 아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갔다.
“얘, 얘들아. 너희들 왜 그래?”
소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물었다.
“왜냐고?”
한 소녀가 거만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러더니, 정색을 하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너는 더러우니까.”
“!”
소년의 얼굴이 굳었다.
“뭐라고?”
“병신같은 귀머거리 엄마에, 넌 아빠도 없다며?”
“!”
소년의 주먹이 쥐어졌다.
“쓰레기.”
“!”
그 때 한 사내 녀석이 그 소년의 머리로 더러운 구정물을 부었다.
“!”
소년은 너무나도 놀랐다.
“킥, 이제 널 깨끗이 씻겨줄게.”
그러더니 몇몇의 사내 녀석들이 화장실 변기 닦는 솔을 들더니, 소년의 얼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시, 싫어.”
소년이 입을 열자 한 소년이 그 아이의 입에다가 솔을 집어넣었다.
“!”
소년의 눈에 슬픔으로 눈물이 차 올랐다.
“웁.”
“킥킥”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나도 신나는 모양이었다.
“시, 싫어.”
소년의 애처로운 울부짖음을 그 어떤 아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랬어요.”
말을 끝낸 유미는 오히려 말을 하기 전보다 더 차분해져 있었다.
“그랬구나.”
신지의 얼굴에도 쓸쓸함이 가득하다.
“그러니까, 그 당시 동창들을 죽이고 있는 거라고?”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곳도 이제 발전을 했어요.”
유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떠나갔고, 정작 남아있는 아이들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아요.”
“...”
“그런데 그 절반도 되지 않는 아이들 중 대다수가 이번에 죽임을 당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는 남자 아이들은 이길 자신이 없었는지 단 한 명의 사내 아이도 죽이지 않았어요. 오직 타겟은 여자아이들 뿐이었죠.”
유미의 말에 신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이제 사내 아이들도 죽일 꺼에요.”
“!”
유미의 말에 신지가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여자아이 중 남은 것은 저와 두 명의 친구들 뿐이에요.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는 이미 경찰들이 붙었을테니, 당연히 사내 아이들에게 눈을 돌릴 수 밖에요.”
“음.”
신지가 신음을 흘렸다.
“그럼 어떡하지?”
“저 그 아이가 사는 곳을 알아요.”
“!”
유미의 말에 신지가 고개를 든다.
“뭐라고?”
“킬킬킬”
사내가 돌아왔다.
“오래 기다렸나?”
사내가 민용과 범을 살펴본다.
“언제가지 묶어둘 셈이야?”
민용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사내에게 물었다.
“글세”
사내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킬킬킬”
사내가 민용과 범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죽으면?”
“!”
민용의 눈이 굳는다.
“농담은 안 좋아한다고.”
“킬킬킬, 그게 과연 농담일까?”
민용은 농담이 아닐 꺼라고 생각했다.
“어디 다녀오는 거야?”
범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킬킬킬, 알아서 뭐하게?”
사내는 여유롭게 받아 넘겼다.
“또 다른 살인을 하고 돌아오는 거냐?”
“킬킬킬.”
사내는 범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 쓰레기야!”
“!”
범이 이 말을 입에 담자 갑자기 사내의 얼굴이 굳었다.
“너 뭐라고 했어! 이 개자식아!”
사내가 갑자기 범에게 달려들어 목을 졸랐다.
“윽!”
범이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김형사!”
“아무리 네가 아등바등 해도 넌 쓰레기야.”
“히익. 난 쓰레기가 아니야.”
사내의 눈이 광기로 번뜩인다.
“그만 둬!”
민용이 소리를 쳤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사내가 민용을 본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냐고?”
사내가 자리에 앉아서 바나나 우유를 빤다.
“킬킬킬.”
사내가 슬픈 눈으로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당장 앞장 서!”
“아뇨.”
유미는 고개를 젓는다.
“야!”
신지가 악을 쓴다.
“당장 그 사람들 살려야 할 것 아니야!”
유미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어요.”
“?”
유미가 다시 차분히 물을 마셨다.
“내일 내 생일이야.”
“어?”
소년은 당황했다.
“왜? 싫어.”
소녀가 세침떼기처럼, 생일 초대장을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소년이 황급히 그 초대장을 잡는다.
“가 갈게.”
“그래.”
소녀가 싱긋 웃는다.
“휴.”
소년이 무릎을 붙잡고 앉는다.
“뭘 사가지고 가지?”
‘딩동’
“우리 유미 친구니?”
집 안에서 문이 열리고 나타난 사람은.
“!”
“엄마?”
여자는 황급히 아이를 내쫓았다.
“어디 오는 거야!”
“!”
아이의 얼굴이 굳었다.
“유미만 보고 갈게요.”
“!”
여자의 얼굴이 굳었다.
“유미랑 아는 사이니?”
사내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안 돼!”
여자는 단호했다.
“엄마? 무슨 일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뒤에서 유미의 목소리가 나서 사내 아이가 아는 척 하려고 했지만 여자는 아이를 끌고 나갔다.
“다시는 이리로 오지 마라!”
“!”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아.”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아이의 상처, 작은 게 아닐 꺼예요.”
유미의 얼굴에도 쓸쓸함이 남아있다.
“그런데 왜 도와주지 않은 거지?”
신지가 묻자 유미가 미소를 짓는다.
“저도 사람이었나봐요.”
유미의 미소가 다소 쓸쓸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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