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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라이아 - [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22:48
 



 2화




 “저, 저기요.”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오늘부터 출근하기로 한 이윤호인데.”

 “아, 신입 사원이세요?”


 “네.”


 직원이 미소를 짓는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직원이 전화기를 돌린다.


 “아, 매니져님.”


 


 “무슨 일이예요?”


 신지가 차트를 넘기며 되묻는다.


 “이윤호씨가 왔는대요?”

 “이윤호씨요?”


 신지가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이리로 오라고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신지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프리어.”


 신지가 입술을 꼭 깨문다.


 “박명수 사장. 다시 내가 이 호텔 꼭 되찾을 꺼야.”


 신지의 눈에서 빛이 반짝인다.


 “우리 아버지의 호텔 나, 신지가 꼭 다시 되찾을 꺼야.”


 신지가 책상 위의 사진을 본다.


 “아빠.”


 신지가 그 사진을 쓸어본다.


 “내가 잘 해낼게요.”



 “올라오시랍니다.”


 “어디로요?”

 윤호가 주위를 둘러본다.


 “따라오십시오.”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안내한다


 “우와.”


 화려한 호텔 내부 장식에 윤호가 탄성을 내지른다.


 “정말 멋있네요.”

 “아, 네, 호텔 라이아가 조금 아름답기는 하죠? 전세계에서 유일한 십성호텔이니까요. 그럴 수 밖에요.”


 직원이 미소를 짓는다.


 “이 라이아에서 일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윤호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헉. 헉. 헉.”


 민정이 시계를 본다.


 “으왓! 늦겠다!”


 민정이 울상이다.

 

“힝.”




 “잠 안 와.”


 잠을 자려고 하면 할수록 눈이 말똥말똥 해지는 민정이다. 마치 소풍가기 전 날 밤의 어린 아이의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자야 하는 데?”


 그렇게 민정은 네 시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하암.”


 기쁘게 기지개를 펴먼서 시계를 본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 일곱시 삼십분?”

 핸드폰 시계를 확인해도 그렇게 쓰여 있다.


 “으악!”


 민정은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여기군.”


 민용이 라이아를 본다. 그리 크지 않다.


 “이게 어떻게 유명한거지?”

 민용이 보기에 라이아는 도저히 10성일 이유가 없어 보였다.

 

“흠.”


 조금 아담하고 예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잠시만요!”

 ‘툭’


 어떤 여자가 민용을 치고 간다.


 “미안해요.”


 “이, 이봐요!”


 민용이 잠시 주저 앉는다.


 “이게 뭐지?”


 다시 일어난 민용의 손에 작은 다이어리가 들려 있다.


 “서민정?”

 민용이 다이어리를 열어보더니 미소를 짓는다.


 “킥, 내 마음에 들었어.”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다이어리를 주머니에 넣는다.


 “이제 나도 들어가볼까?”


 민용이 라이아로 들어갔다.




 “따라오세요.”

 “네.”


 아까 그 여자가 프런트의 직원을 따라가고 있다.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민용이 다른 프런트 직원에게 가서 물었다.

 

“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 스카우트 받고 입사하기로 한, 최민용이라고 합니다.”


 “아!”


 프런트 직원이 바로 자세를 정리한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민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민용을 끌고 가는 프런트 직원이다.




 ‘똑똑’


 “네.”


 신지가 눈물을 닦아낸다.


 “어서와요.”


 “네.”


 윤호가 머쓱 거리며 들어온다.


 “호텔 라이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네.”


 “앉아요.”

 신지가 자리를 가리킨다.


 “네.”


 “차 좀.”


 “예.”


 직원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간다.


 “어때요?”


 “네?”


 “호텔 라이아라는 곳에 대한 생각은?”

 “정말 멋있어요!”


 윤호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진짜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이 곳에서 일하게 된 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워요.”


 그러데 신지의 표정이 조금은 쓸쓸하다.


 “왜 그러세요?”


 “윤호씨, 내가 사실은 미안한 게 있어요.”


 “?”


 윤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이세요?”


 “저 지금 윤호씨 이용하고 있어요.”


 “?”

 신지가 차분히 말했다.


 “이 호텔 저희 아버지가 세우신 거예요.”


 “...”


 “그런데 지금의 사장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어요.”


 “!”


 “지금 저와 그 사람의 경영권 싸움이 치열해요. 윤호씨가 제 편이 되어주세요.”

 신지가 슬픈 눈으로 윤호를 본다.


 “제가 뭘 어쩌면 되죠?”


 “최고의 호텔리어가 되세요.”


 “?”

 윤호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신지씨랑 무슨 상관이지요?”

 “이번 호텔리어들의 대결이 저희 경영권에 대한 마지막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어요. 지금 경영권은 악화될 대로 악화가 되었어요. 지금,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되면 앞으로 다시는 이 호텔을 가질 수 없게 될 꺼예요.”


 “알겠습니다.”


 “네?”

 윤호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도와드릴게요.”

 “유, 윤호씨?”

 어떻게 이 사람 이토록 단순한 거야? 앞뒤 재지도 않고 오케이를 외치는 이 당당함은 뭐지?


 “생각 안 해봐요?”


 “도와달라는 사람을 먼저 도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내게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 살마의 손을 뿌리쳐요.”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저는 저에게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의 손을 치지 않아요. 저를 그 만큼 믿어주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래요?”

 “윤호씨.”


 아직까지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존재하는 구나.


 신지는 새삼 감동을 느꼈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윤호가 머리를 긁적인다.




 ‘똑똑’


 “누구야?”


 낮은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최민용씨 오셨습니다.”

 “최민용씨?”


 낮은 목소리가 조금은 올라갔다.


 “당장 안으로 모셔.”


 직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가시죠.”


 “고맙습니다.”


 민용이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똑똑’


 “네?”

 “서민정씨 오셨습니다.”


 “아, 들어오시라고 해요.”


 서민정?


 윤호가 뒤를 돌아봤다.


 “!”


 아름답다.


"안녕하세요?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신지가 밝게 웃으며 자리를 가리킨다.


 “앉으시죠.”


 “고맙습니다.”


 민정이 싱긋 웃었다.


 “두 사람 인사해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이 쪽은 오늘부터.”


 “안녕하세요? 이윤호라고 합니다.”


 신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호가 자신의 소개를 한다.


 “아, 저는 서민정이라고 해요.”

 민정이 손을 내밀고 윤호가 손을 잡는다.


 “윤호씨 얼굴이 되게 빨게 졌다.”


 “네?”


 신지의 말에 윤호가 당황스러워 한다.


 “혹시 민정씨 좋아하는 거 아니야?”


 “네?”


 윤호의 얼굴이 이제 막 터져버릴 듯한 홍시처럼 붉어진다.




 “처음 뵙겠습니다.”


 민용이 손을 내민다.


 “반가워요.”


 낮은 목소리의 사내가 손을 잡는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습니다.”


 “뭘요,”


 사내가 민용에게 자리를 가리킨다.


 “앉으시죠.”


 “네.”


 민용이 자리에 앉는다.


 “미소 조 차 좀 내와.”


 “예.”


 직원이 문 밖을 나간다.


 “저를 부른 이유가 있을 것 같군요.”


 “하하.”


 사내가 너털 웃음을 터뜨린다.


 “최민용씨에게는 못 당하겠군요.”


 “무슨 일이죠?”


 “이 호텔의 경영권을 확보해주십시오.”


 “!”

 민용의 눈이 굳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호텔의 경영권을 확보해 달라는 말씀입니다.”


 “!”


 민용이 얼굴에 고민이 스쳐간다,


 “이 호텔의 지분을 어느정도 가지고 계십니까?”


 사내가 손가락 세 개를 펴보았다.


 “3퍼센트?”

 “아니, 날 뭘로 보는 게요!”

 사내가 화를 낸다.


 “당연히 30%의 지분은 확보하고 있소.”


 “아.”


 민용이 바로 사과를 한다.




 “아.”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도와줄 건가요?”


 “네.”


 민정이 밝게 웃는다.


 “고마워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까, 양 호텔리어들의 대결이라.”


 “그렇습니다.”


 “흠.”


 민용은 살짝 고민을 한다.


 “할건가?”


 “그러죠.”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재밌어 보이네요.”




 “이 쪽은 오늘부터 일하게 된 이윤호씨.”


 여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잘 부탁드립니다.”

 윤호가 씩 웃자 여직원들이 난리다.


 “이 쪽은 서민정씨.”


 이번에는 남자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잘 부탁해요.”


 민정이 밝게 웃자, 이번에는 남자 직원들이 난리이다.


 “그럼.”


 신지가 이제 접으려는 순간 순재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


 “!”


 신지의 얼굴이 굳는다.


 “뭐지?”


 “뭐야?”


 직원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또 다른 직원입니다.”


 순재가 자리를 비킨다.

 

“안녕하십니까? 최민용이라고 합니다.”


 “!”


 신지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그 최민용?”

 “호텔업계의 마술사?”


 “이번에 신라 호텔로 스카우트 되었다는 사람?”


 “그 최고의 실력자?”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반갑습니다.”

 여 직원들의 얼굴이 굳는다.


 “멋있다.”


 큰 키에 부드러운 말투.


 “최민용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직원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무슨 생각이신거죠?”

 “글쌔”


 순재가 신지의 말에 미소를 짓는다.


 “모르겠군.”


 “정말 이러실 건가요?”


 신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지.”




 “반갑습니다.”

 

민용이 윤호에게 손을 내민다.


 “반갑습니다.”


 윤호가 그 손을 맞잡는다.


 “미인이시네요?”

 민용이 민정에게 손을 내밀며 미소를 짓는다.


 “헤헷 고맙습니다.”


 민정이 밝게 미소를 짓는다.


 “흠.”


 윤호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다.


 “왜요? 이윤호씨는 내가 싫은가요?”

 “아닙니다.”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다만, 기대가 되는 군요.”


 “?”


 민용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최고의 호텔 사냥꾼.”


 “!”


 민용의 표정이 굳는다.


 “그 분이 이렇게 남의 밑에 들어왔다는 사실이요.”


 “훗.”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가요?”

 “그렇네요.”


 두 남자의 눈이 공중에서 부딪친다.


 “재밌겠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표정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