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 사람이 나섰다는 건”
신지의 눈이 어두워진다.
“이 게임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꺼라는 거예요.”
“그래 봤자죠.”
윤호가 큐브를 맞추며 대꾸한다.
“지가 아무리 잘 났어도, 사람 머리 셋을 이길까요?”
“훗.”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렇네요.”
“헤헤.”
민정이 싱긋 웃는다.
“정말 윤호씨는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좀 그래요.”
“하하하”
“푸하하”
“푸키키”
세 사람의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할머니 안 된다니까요!”
민용이 화를 낸다.
“나 돈 있어.”
“그래도 안 되요.”
이런 자린 고비처럼 생긴 할머니가 어디 들어오겠다는 거야?
“여기는 호텔이에요!”
“나도 알아!”
할머니도 지지 않고 맞서신다.
“노인네는 호텔에 묵지 말라는 법도 있는 감?”
“안 됩니다.”
민용은 단호하다.
“이런 곳에는.”
민용이 말 끝을 흐린다.
“이런 곳에는 뭐!”
할머니가 역정을 낸다.
“할머님 처럼 그렇게 추레하신 분이 오는 곳이 아닙니다.”
민용이 단호하게 말한다.
“뭐, 뭐여?”
할머니는 진정 화가 나신 모양이다.
“네 시방 뭐라고 씨부렸냐?”
“당장 나가주십시오.”
민용이 할머니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
“나가십시오!”
민용이 거칠게 할머니를 끌어낸다.
“왠 소란이에요?”
“저것 좀 보세요.”
프런트의 직원이 인상을 찌푸린다.
“왜 저래요?”
윤호가 묻는다.
“할머니라고요.”
“!”
윤호의 얼굴이 굳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머니는 돈이 안 된다는 거죠.”
프런트 직원이 고개를 젓는다.
“하여간 질린다니까요.”
“!”
윤호의 얼굴이 굳는다.
“정말 그 이유에요?”
“또 있어요.”
다른 직원이 끼어든다.
“다른 이유요?”
“저 할머니 가난하게 생겼잖아요.”
“!”
윤호가 보기에도 조금 후줄그레해 보이기는 했다.
“그게 왜요?”
“마음에 안 든다는 거죠.”
“!”
윤호의 주먹이 쥐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사람의 겉모습만 본 겁니까?”
“!”
프런트 직원들이 조금 당황했다.
“지금 겨우 그까짓 이유 때문이라고요!”
“나가십시오.”
“나 묵을껴!”
할머니가 버티신다.
“어서 나가십시오!”
“당신이 나가십시오!”
“누구야?”
민용이 돌아본다. 윤호이다.
“하!”
민용이 코웃음을 친다.
“지금 어줍잖은 감상에 빠진 건 아니지?”
“!”
“당장 끌어내.”
“당신이 나가십시오.”
윤호의 눈이 무섭게 타오른다.
“!”
민용의 얼굴이 차갑게 굳는다.
“뭐라고?”
“최실장님이 나가시란 말씀입니다.”
윤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할머니 이리 오십시오.”
윤호가 할머니의 손을 잡는다.
“너 거기서!”
민용이 뒤에서 악을 쓴다.
“당장 거기 안 서!”
“할머니 신경쓰지 마세요.”
윤호가 생글생글 웃으며 할머니를 모신다.
“야 이자식아!”
윤호가 프런트 직원에게 할머니를 맡긴다.
“잘 설명해드려.”
“네.”
프런트 직원이 놀라며 할머니를 맞는다.
“고맙네.”
“아니에요.”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참 예쁘네.”
“고맙습니다.”
“뭐야?”
민용은 어이가 없다.
“당신이야 말로 뭡니까?”
윤호가 민용에게 묻는다.
“내가 뭘?”
민용은 당당하다.
“돈이 되지 않을 손님 쫓아내겠다는데!”
“저 분도 고객입니다!”
윤호의 주먹이 살짝 쥐어진다.
“당신에게는 거지로 보여도, 고객입니다.”
“하!”
민용이 코웃음을 친다.
“그따위로 했다가는 이 호텔 망해.‘
“아니요.”
윤호는 단호하다.
“라이아의 본분입니다.”
“!”
민용의 얼굴이 굳는다.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
“!”
“모두에게 최고의 공간.”
“!”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
“!”
“모두에게 따스한 공간!”
윤호가 악을 쓴다.
“그게 바로 라이아입니다.”
“웃기지도 않는군.”
민용이 인상을 쓴다.
“너 여기 얼마나 있었어?”
“!”
“얼마나 있었길래! 그렇게 애사심에 불타!”
“그게 잘못인가요?”
그 때 뒤에서 민정이 나타난다.
“!”
민용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제가 보기에는 윤호씨가 옳은 것 같은데요.”
“하.”
민용은 고개를 젓는다.
“두분이서 잘 해보십시오!”
민용이 매몰차게 걷는다.
'★ 블로그 창고 > 블로그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텔, 라이아 - [다섯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
호텔, 라이아 - [네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호텔, 라이아 - [두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호텔, 라이아 - [첫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사랑은 죄다. [마지막 화 + 후기] (0) | 2009.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