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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라이아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22:49
 



 4화




 “윤호씨 멋있었다면서요?”


 “네?”


 윤호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 난리 났어요.”


 신지가 싱긋 웃는다.


 “프런트에서부터 난 소문이 지금 전 호텔을 흔든다니까요.”


 “헤헤.”


 윤호가 머리를 긁적인다.


 “윤호씨, 인기 너무 많아요.”


 “하하.”


 윤호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전 당연히 할 일을 한 거예요.”


 윤호가 작게 말한다.


 “저도 할머니가 있었어요.”


 윤호의 눈빛이 깊어진다.




 “할머니.”


 “아이고, 우리 윤호 왔어?”


 “응.”


 윤호가 싱긋 웃는다.


 “할머니 나 배고파.”


 “그려, 우리 손주. 할머니가 굴전해줄게.”


 “응.”


 윤호가 싱긋 웃는다.




 윤호의 할머니인 나문희는 어릴 적 주인집 도련님을 사랑한 죄로, 그의 아들만을 잉태한 채, 쫓겨나게 되었다.




 “어디 감히 천한 종년 주제에, 지랄이야! 지랄이!”

 

“아이고, 아줌마.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네?”

 

“됐어, 일 없어 이년아! 당장 나가!”


 “아줌마!”


 문희가 순재의 엄마에게 매달렸다.


 “저 한 번만 봐주세요.”


 “어디서 이게 남의 아들 인생 망치려 들어!”


 여자는 거칠게 문희를 끌어 냈다.


 “당장 나가!”




 그렇게 문희는 혼자 준하를 낳아서, 자수성가 시키고, 홀로 그들의 자식인 윤호를 키우고 있었다.




 “할머니, 엄마랑 아빠는 언제 와?”


 “휴.”


 문희의 얼굴이 쓸쓸해진다.


 “그러게 말이다.”


 문희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것들 한테는 민호 그것만 자식인지.”


 문희가 한숨을 쉰다.


 “하지만 윤호야 기죽지 말어.”


 “응.”


 윤호가 싱긋 웃는다.


 “나에게는 할머니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그려, 우리 손주 내가 지켜줄껴.”




 “그런 생활이 끝난 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였어요.”


 윤호가 물을 마셨다.


 “저는 멍청했거든요.”


 “...”


 신지가 그냥 윤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형은 저보다 한 살 위였는데, 14살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어요.”


 “!”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대학교 정식 교수에요.”


 “..”


 “겨우 스물 두 살에 말이죠.”


 윤호의 눈빛이 슬퍼진다.

 

“그런데 저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


 “엄마랑 아빠도 민호형만 찾았죠. 아이고, 우리 민호, 이쁜 우리 민호 하면서 말이죠.”


 윤호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저에게 유일한 하늘이었던 할머니가 무너져 내린 이후로 저는 계속 아웃사이더였어요.”


 신지가 윤호의 손을 잡는다.

 

“아니.”


 윤호가 신지를 바라본다.


 “윤호씨가 훨씬 훌륭해.”


 민정도 미소를 짓는다.


 “맞아, 나도 윤호씨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그 누구도 그 분에게 그렇게 따뜻이 손 못 내밀었을 꺼야.”


 “헤헤.”


 윤호가 싱긋 웃는다.


 “또 그렇게들 말하니, 기운이 좀 나네요.”


 “그렇지?”




 “하.”


 민용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텔의 최고 목적은 이윤을 내는 게 아니야?”


 민용은 머리를 만졌다.


 “도대체 이윤도 없이 어떻게 호텔을 운영하겠다는 거야!”


 


 “이윤호씨 손님 와요.”


 “네.”


 윤호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윤호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강유미씨 어떻게 된 거죠?”


 “글쎄요.”


 유미가 당황을 한다.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뻔하네요.”


 민정이 차가운 말투로 말한다.

 

 “저 사람 봐요.”


 리무진을 타고, 명품으로 보이는 정장을 입고 있다.


 “돈이 많아 보이잖아요.”

 

“!”


 “돈, 그게 저 사람에게는 가장 소중한 가봐요.”


 “휴.”


 윤호가 고개를 젓는다.


 “저.”


 그 때 어떤 평범한 가족이 찾아왔다.


 “여기가 라이아인가요?”


 “네.”


 윤호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 하룻밤 숙박비가 어떻게 되나요?”


 사내가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하루에 70만원입니다.”


 “!”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그렇게 비싸요.”


 윤호의 눈에 무언가가 스친다.


 “아, 하룻밤에 오만원짜리도 있어요.”


 “네?”


 민정이 반문하자, 윤호가 윙크를 한다.


 “들어오시죠. 잠시 로비에서 기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윤호가 싱긋 웃는다.




 “윤호씨 어떻게 하려고 해요? 그런 방이 어딨어요?”


 “내 방요.”


 “!”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 장난쳐요?”


 “그 분들에게 라이아는 하나의 꿈입니다.”


 윤호가 싱긋 웃는다.


 “그 꿈을 이루게 해드리는 게 내 임무입니다.”


 “푸하하.”

 

갑자기 민정이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왜 웃어요.”


 “대단해서요."


 민정이 싱긋 웃는다.


 “맞네요. 그 말.”


 “그렇죠?”


 두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다.




 “이리로 오세요.”


 윤호가 싱긋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안내한다. 다행히, 직원방이라는 다른 어떤 표식도 있지 않다.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죠?”


 “네?”


 사내가 윤호를 본다.


 “그게 무슨?”


 “침대가 하나뿐이네요."


 윤호는 어차피 혼자 지내기에, 그냥 싱글배드를 주문했었다.


 “침대 하나는 더 드릴 수 있어요.”


 윤호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싱글배드 두 개를 붙이면 세 분이서 주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싱글 베드 하나요?”

 

“네.”


"흠.“


 경리 부 직원이 인상을 쓴다.


 “글쎄요.”


 “부탁해요.”


 “안 되지!”


 그 때 뒤에서 민용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싸구려 손님을 모셨으면 알아서 해야할 것 아니야!”


 민용이 윽박지른다.


 “하!”


 윤호가 코웃음을 친다.


 “알겠습니다.”




 “그래서요.”


 민정이 울상이다.


 “민정씨 침대 잠시만 빌리자고요.”


 “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래도.”

 

“민정씨.”


 윤호가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알았어요.”




 “부탁할게요.”


 “네?”


 직원들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걸 옮겨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 실장님이 오는 지 망만 봐달라는 거죠?”


 “네.”


 윤호가 싱긋 웃는다.


 “괜히 피해주면 미안하잖아요.”


 “그 정도는 해드립니다.”


 직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휴.”


 “진짜 혼자 하는 거예요?”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그럼 누구랑 해요.”


 “저 직원들이요!”


 “훗.”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제 일이에요.”


 윤호가 다시 침대를 민다.


 “저이들에게 피해줄 수는 없어요.”




 “고맙습니다.”


 사내가 손을 내민다.


 “뭘요.”


 윤호가 손을 뒤로 숨기려다 내민다.


 “!”


 사내의 얼굴이 당혹감이 스처간다.


 “설마.”


 윤호의 손이 온통 상처 투성이다.


 “저희 때문입니까?”


 “아, 아니요.”


 윤호가 황급히 손을 뺀다.


 “아유, 죄송합니다.”


 사내가 거듭 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