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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라이아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22:47
 





1화.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


 윤호가 싱긋 웃는다.


 “하여간.”


 신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치,”


 “뭐가?”

 신지가 볼을 부풀린다.


 “하여간 눈꼴 시게.”

 

 “매니져님도 부러우면 시집 가십시오.”


 윤호가 신지를 놀린다.

 

“하! 저게.”


 신지가 가볍게 눈을 흘긴다.


 “그나저나 최민용씨는 왜 이렇게 안 와?”


 “왔네요.”


 민용이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일이 좀 있어서요.”


 민용이 자리에 앉아서 맥주를 든다.


 “그나저나 우리 정말 오랜만이다.”


 “네.”


 민정이 싱긋 웃는다.


 “매니져님 예뻐지셨어요.”


 “진짜?”


 윤호의 말에 신지가 볼이 발그레해진다.


 “예뻐지기는, 화장을 떡칠했으니까 그러지.”


 민용이 안주를 집어 먹는다.


 “뭐라고요?”


 신지가 가볍게 눈을 흘긴다.


 “왜요? 뭐 틀린 말 했어요?”


 신지가 민용의 팔을 꼬집는다.


 “아, 이제 저 신지씨 부하직원 아니에요.”


 민용이 정색을 한다.


 “하!”


 신지는 화가 나는 지 맥주를 원샷한다.


 “그러다 탈 나요.”


 민정이 말려보지만 역부족이다.




 “두 사람 결혼한다고?”


 “네.”


 윤호가 신지와 민용에게 청첩장을 내민다.


 “두 사람 꼭 와주셔야 해요.”


 “진짜 어제 같은데.”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네?”


 윤호가 반문한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말이야.”


 “아.”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저희들 완전 초보 호텔리어들이었죠?”


 “그렇지.”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 때는 다들 열심히 했었는데 말이야.”


 “나는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거든.”


 민용이 능글거리며 말한다.

 

“최민용씨,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하셔도, 저보다 계급이 낮으시죠?”


 “그럼 뭐해? 이제 우리 같은 부서가 아닌데.”


 모두들 웃음을 터뜨린다.


 “진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러니까요.”


 민정도 신지의 말에 동조한다.


 “난 싫어.”


 그러나 민용은 손사래까지 친다.


 “왜요?”


 “나는 신지라는 상사 생각하기도 싫어.”


 “어쭈?”


 신지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뭐?”


 “심심하면 괴롭히고, 난 싫어.”


 “나도 싫네요.”


 신지도 인상을 찌푸린다.


 “말도 안 듣고, 일도 못하고.”


 “어?”


 민용이 신지를 바라본다.


 “그러면 안 돼지?”


 “뭐가?”

 신지가 민용을 본다.


 “뭐가 그러면 안 되는데?”


 “나 참.”


 민용은 답답한듯 맥주를 마신다.


 “킥.”


 윤호와 민정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에헤, 웃기는 왜 웃어?”


 “맞아. 두 사람 왜 그래?”


 신지와 민용이 까칠하게 나온다.


 “그냥요. 두 사람 너무 잘 어울려서요.”


 “뭐?”

 

“장난해?”

 두 사람 모두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헤헤. 두 사람 지금 너무 똑같아.”


 민정이 배를 잡고 웃는다.


 “아 나.”


 민용이 답답한 듯 맥주만 마신다.


 “나도 불쾌하거든요.”


 신지도 맥주를 마신다.




 “여보세요?”


 윤호가 힘겹게 전화를 받는다.


 “여기 호텔, 라이아입니다.”

 “어디요?”


 아직 잠에서 충분히 깨어나지 못한 윤호가 다시 묻는다.


 “여기 호텔 라이아입니다.”


 “!”


 윤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축하드립니다.”


 “!”


 윤호의 눈이 동그래진다.


 “합격이십니다.”


 “야호!”


 윤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고맙습니다.”


 “자세한 사안은 메일로 보내놨습니다.”


 “네.”


 윤호가 싱글벙글이다.


 “야호!”


 윤호가 방문을 뛰쳐나가서 온 복도로 뛰어다닌다.


 “합격이다! 호텔 라이아에 합격이다!”


 ‘퍽’


 그 때 무언가가 날아와서 윤호를 맞춘다.


 “아!”


 “야, 이 변태야!”


 옆 방에 사는 유미다.


 “내가 뭘?”


 “네가 지금 뭘 입고 있는데?”


 그제야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본 윤호다.


 “!”


 속옷 바람?


 “너 노출증 환자냐?”


 “치.”


 윤호가 입을 삐쭉 거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헤헷.”


 민정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물고 있다.


 “맛있다.”


 ‘따르릉’


 그렇게 혼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민정이 슬라이더를 열었다.


 “거기 서민정씨 전화기인가요?”


 “네? 제가 서민정인데요.”


 민정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거기 어디죠?”


 “아 여기는 라이아입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은 밝게 들렸다.


 “아, 무슨 일이시죠?”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것도 알려주나?


“축하합니다.”


 “네?”


 여자는 민정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말을 했다.


 “무슨 말이세요?”


 “합격입니다.”


 “!”


 민정이 스푼을 내려놓는다..


 “저, 정말이에요?”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예, 정말입니다.”


 민정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정이 한동안 수화기를 붙들고 있다.


 “야호!”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 라이아에 취직이 되었다고?


 민정은 꿈만 같았다.


 “헤헤.”


 민정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띄워진다.




 “유후.”


 윤호가 이 것 저것 옷을 대 본다.


 “무슨 일이야?”


 민호가 TV를 보면서 묻는다.


“나 취직했어.”


 “취직?”


 민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어디에?”


 “라이아.”


 “응.”


 민호가 무덤덤히 TV를 본다.


 “뭐?”


 그러더니 벌떡 일어난다.


 “어디?”


 “히.”


 윤호가 뒤 돌아서 브이를 그린다.


 “호텔 라이아.”


 “서, 설마.”


 윤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대한민국의 최고 호텔 라이아 말이야.”



 “네.”


 민용의 눈이 반짝인다.


 “스카웃이요?”

 “연봉은 지금의 두 배를 드리죠.”


 “흠.”


 민용이 잠시 고민에 빠진다.


 “호텔 라이아라.”


 “이 곳 조선호텔보다 더 나으실 겁니다.”


 “그런데 어쩌나?”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신라에서도 나보고 오라고 하던데?”


 “!”


 남자가 잠시 흠칫한다.


 “얼마를 제시하던가요?”


 “연봉이 5억 +알파”


 “!”


 사내의 얼굴이 굳는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글쌔”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됐습니다.”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민용이 오히려 당황한 눈치이다.


 “뭐하는 거야?”


 “저희 라이아가 그토록 굽힐 필요는 없을 듯 하군요.”


 사내가 정중히 목례를 한다.


 “그럼 이만.”


 “이, 이봐!”


 “네?”


 사내가 살짝 몸을 튼다.


 “무언가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좋아 내가 졌어.”


 사내가 빙긋이 웃는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5억”


 “4억 8천,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짜기는.”

 

 민용이 고개를 젓는다.


 “오케이.”


 민용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단한 사람이군. 이름이 뭐야?”


 “염승현이라고 합니다.”


 승현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민용에게 손을 내민다.


 “라이아에 직원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쳇.”


 민용이 승현이 내미는 계약서를 받는다.


 “라이아는 정말 대단한 인재를 데리고 있군.”


 민용이 싸인을 하고 승현에게 그 계약서를 넘긴다.


 “그나저나 얼마까지 계약 대상이었던 거야?”


 “십억이요.”

 “!”


 민용이 눈이 동그래진다.


 “뭐라고?”


 “저도 지금 큰 도박을 했습니다. 지금 최민용씨가 잡지 않았다면, 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승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내가 바보짓 한 건가?”


 “그런가요?”


 “나 참.”


 민용이 어이 없다는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되었나?”


 “올해 신입 사원들을 모두 채용했습니다.”


 “누군가?”


 신지가 차트를 넘긴다.


 “이윤호씨.”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남자가 조금 굵은 목소리로 묻는다.


 “아직 어리지만, 굉장히 유대관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흠.”


 “활달하고, 대학교 내에서도 엄청난 친구 수를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프런트에 세워 볼 예정입니다.”


 “신입을 프런트에 세우겠다고?”


 남자는 다소 못마땅한 듯 하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마음에 안 들어.”


 “흠.”


 “또 다른 사람은?”


 신지가 다시 차트를 본다.


 “서민정 씨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또 왜지?”


 “면접시 그 밝은 미소가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인 듯 합니다.”


 “미소?”


 남자가 고개를 갸웃한다.


 “미소라는 게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신지는 고개를 젓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합니다.”


 “흠.”


 남자는 고민을 한다.


 “그래서 어떤 부서에 배치할 꺼지?”


 “역시 프런트입니다.”


 “흠.”


 사내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지금 장난하는 건가?”

 “네?”


 신지가 반문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장난해!”

 사내가 악을 쓴다.


 “사. 사장님.”


 “지금 신입들을 그렇게 프런트에 세워서 문제라도 생기면 어쩔꺼야!”

 “그, 그럴 일 없도록, 주의를.”


 “시끄러!”


 신지가 입을 다문다.


 “그 둘 절대로 프런트에 세우지 말고.”


 사내가 고민을 한다.


 “그래 프리어로 고용해.”


 “네?”


 신지가 눈이 동그래진다.


 “그게 뭐죠?”


 “프리 호텔리어.”


 “...”


 “자네가 그토록 자신이 있다면 말이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