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똑똑’
“들어오세요.”
조금은 강인하게도 보이는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입니다.”
“아, 어서 오십시오.”
한 사내가 중년 부인의 방으로 들어온다.
“런던은 어떠셨습니까?”
“재밌더군요.”
사내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형수. 아니 황후께서는 여간 잘 지내신 게 아니신가 보군요.”
“저야 늘 그렇지요.”
중년 여인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한국에는 어쩐 일이신지?”
“이제 한국에 돌아오려고 합니다.”
“!”
여인의 얼굴이 굳는다.
“한국에 돌아오신 다는 건?”
“이제라도 황권의 정통성을 확보해보겠다는 것이죠.”
“!”
“태후마마 납셨습니다.”
“!”
여인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드시라 하시게.”
‘드르륵.’
“오, 무한태자. 보고싶었소.”
“예. 어마마마.”
사내가 그녀를 안는다.
“그간 무고하셨나이까?”
“예. 제가 무슨 일이 있을 것이 있나요?”
여인은 눈물을 찍는다.
“나도 참 늙었지요. 고작 이런 일로 눈물을 다 흘리고 말이죠. 일단 제 별궁으로 드시지요. 여기서 이렇게 서서 이야기를 나눌 것은 아닐 듯 보입니다.”
“그래요. 런던은 어떻던가요?”
“아름다웠습니다만, 서울만 못 하더군요.”
“그래요?”
문희는 눈을 지긋이 감는다.
“예전에는 참 외국도 많이 다녔는데, 그 때 런던에는 쎄느 강이 흐르고 있었죠.”
“한강이 더 넓고 아름답더군요.”
“그렇기야 하지요.”
문희가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면 무한태자는 이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겁니까?”
“아마도,”
민용이 해미를 바라본다.
“그러할 것입니다.”
“…….”
해미가 입술을 꼭 깨문다.
“그럼 이리로 들어와요.”
문희가 미소를 짓는다.
“이곳 황실로 말이죠.”
“마마!”
해미가 새된 비명을 지른다.
“그, 그것은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예?”
“마마, 이 황실에는 오직 한 분의 태자만이 계실 수 있습니다. 지금 태자는 선인태자인 이민호입니다.”
“그렇군요.”
문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추존이라도 되지 않을까요?”
“!”
해미의 얼굴이 굳는다.
“추존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유종께서도, 건강이 많이 나쁘다고 들었습니다.”
“…….”
“어차피 황제는 필요한 것이 아닙니까?”
“…….”
해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혹시 모르지요.”
민용이 해미를 바라보았다.
“여황제가 꿈이신지.”
“태자!”
문희가 민용을 나무란다.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요.”
“예. 알겠습니다.”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서운한걸요?”
해미가 민용을 바라본다.
“아무리 저를 좋아하지는 않으신다고 하지만, 이렇게 강하게 저를 내치려고 하시다니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
해미가 작게 주먹을 쥐었다.
“민용이 자식이 왔다고?”
“마마, 말씀을 높여 하십시오.”
“여기는 우리 둘 뿐인데 무슨 상관이야?”
준하는 투덜거린다.
“그런데 그 자식은 어떻게 나 보러 안 오냐?”
“여기 왔습니다.”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문으로 들어선다.
“어, 민용아.”
“형, 오랜만이야.”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 잘 지냈냐?”
“나야, 뭐 그렇지.”
민용이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형수.”
“네.”
“그렇게 싫은 티 내지 말아요.”
“…….”
해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훗.”
“상감.”
“예.”
문희의 표정이 간절하다.
“어찌 안 되겠습니까?”
“그리하여도, 제가 형인데 어찌. 아우를.”
“그런가요?”
문희가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면 진정 무한태자는 궁궐 밖에서 살아야 한다는 겁니까?”
“괜찮습니다.”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저 밖에 경희궁에서 살지요.”
“!”
해미의 얼굴이 굳었다.
“경희궁이라니요?”
“무슨 문제라도?”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그 곳은 차기 황제가 될 태자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저도 태자입니다.”
“!”
해미의 얼굴이 떨렸다.
“맞군요.”
“예, 황후마마.”
“!”
“태후, 어쩌시겠소?”
문희가 해미를 바라본다.
“그 것도 안 되겠소?”
“…….”
해미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그럼 경희궁으로 가시는 겁니까?”
“예.”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훗.”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대단하시군요.”
해미가 낮은 목소리로 대꾸한다.
“어마마마께서 그리 제 편을 드실 줄이야.”
“잔인하신 분입니다.”
해미가 날카로운 눈으로 민용이를 쏘아본다.
“아무리 그리 말씀하신다 하셔도, 저는 지금의 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
해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기대하시지요.”
“절대 아이들은 다쳐서는 안됩니다.”
“훗.”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글쎄요.”
“!”
“그게 될까요?”
“만일.”
해미가 주먹을 쥔다.
“아이들이 다치면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
“만에 하나라도, 아이들이 다친다면.”
“…….”
민용이 해미를 본다.
“당신을 죽여버리겠습니다.”
해미가 이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간다.
“후후후, 무섭군.”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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