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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이야기 - [9화]

권정선재 2009. 3. 13. 23:22
 



9화




 “휴.”


 겨우 따돌렸다.




 “제길.”


 윤호가 작게 욕을 한다.




 “네?”


 해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태후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요?”

 문희도 지지 않는다.


 “민용이도 분명 혼례를 치루지 않았습니까?”


 “허나, 지금은 이혼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하여도, 이미 혼례를 치룬 것이 아니오?”


 “하!”


 문희는 너무나도 강경했다.


 “허나, 태후마마, 무한태자께서는 국내에서 혼례를 치루신 게 아니십니다. 런던에서 제 멋대로 혼례를 치르신 것입니다!”


 해미도 쉽사리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요?”


 “!”


 문희의 눈이 가늘어진다.


 “이 늙은 시애미 말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이렇게 나왔는데 뭐라 하겠는가?


 “실망이오.”

 “태후마마!”

 “내가 아무리 늙었다고는 하나, 이 황실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사람이오. 내 마음대로 하겠소.”


 “!”


 해미의 눈 앞이 아찔하였다.


 “그런 법도가 어딨나이까!”

 “여깄소이다!”


 문희의 눈이 매섭게 해미를 쏘아본다.


 “어찌 그리도, 무한태자를 싫어한단 말이오!”


 “!”


 해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시치미를 떼는 게요?”

 

“!”


 “황후가 무한태자를 싫어하는 것은 이 대한제국 사람들은 모두다 아는 일이오! 어찌 사람이 그러는 게요?”

 “...”


 해미는 한숨만 스며나왔다.




 “그래요?”


 민용이 런닝머신을 달리며, 소식을 듣고 있다.


 “그래서요?”


 민용의 입가에 미소가 띄워진다.


 “어머니가요?”


 민용이 런닝머신을 끈다.


 “훗.”


 민용의 눈이 차갑게 빛난다.


 “이제 곧 제 황실이 되겠군요.”


 이게 내가 가지려던 것들이다.


 “박해미.”


 민용의 눈이 황실을 내려다본다.




 “당신 어머니께 무슨 말을 한 거야?”


 “네?”

 해미는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민용이 싫다고 했다며.”


 “!”


 해미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그러던가요?”


 “어머니가 전화를 넣으셨어.”


 “!”


 해미가 털썩 앉는다.


 “좀 자제해주면 안 돼?”


 “뭘요?”


 “민용이 자식 말이야.”


 “하.”


 해미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이 황실을 그러면, 차자에게 빼앗기자는 겁니까?”

 “...”


 준하는 대답이 없었다.


 “저는 이 황실을 제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해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허나.”


 해미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무한태자 역시도 황태자 자리에 오른다면, 다음 황태자는 뻔한 것이 아닙니까? 저는 제 아이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부인.”


 준하가 해미를 바라본다.


 “내가 말을 했지요?”


 “...”


 “내가 아이들을 지키겠다 말이오.”


 준하가 해미의 손을 꼭 잡는다.


 “나를 믿으시오.”


 “...”


 “부탁입니다. 부인.”


 “폐하.”

 준하가 해미의 눈물을 닦아준다.


 “부인에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 구려.”


 “!”


 해미가 고개를 든다.


 “웃어요.”


 해미가 살짝 미소 짓는다.


 “웃으니 얼마나 이쁩니까?”


 “폐하. 고맙습니다.”


 두 사람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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