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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3.5 - [4화]

권정선재 2009. 3. 13. 23:47
 


기적이랄까 season 3.5


4화. 신지 민용 이야기 하나.




“으앙”


고요한 집, 들리는 소리.


“오빠 일어나봐.”

“우웅.”

신지가 옆을 흔들어보지만, 민용은 꿈쩍도 안 한다.


“으앙.”

“오빠.”

“나 내일 학교 가야 해. 네가 해.”

“치.”

신지가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준아 왜?”


신지가 안아주자마자 준이가 울음을 그친다.


“엄마가 보고 싶었어?”

“웅.”


준이가 태어난 지 어느 덧, 14개월이 되가고 있었다. 남자 애들은 말이 늦다고 하는데, 준이는 그렇지는 않을 모양이다.


“하암.”

얼마나 안고 있었을까? 준이가 하품을 한다.


“준이 졸리구나. 코 자자.”


신지가 하품을 하며 준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음.”

준이의 숨이 편안해지는 것이 들린다.


“휴.”


신지가 조심스럽게 준이를 내려놓는다. 이제 한시름 내려 놓았다.


“으유.”

신지는 민용을 노려본다.


“하여간, 이런 것도 남편이라고.”

단 한 번도 준이를 밤에 안아준 적이 없는 인간이다.


“그냥 콱!”

신지가 민용의 얼굴에 주먹을 가져다 댄다.


“으휴.”

신지가 침대에 털썩 눕는다.




“준이 애미야, 뭐하니?”

“으음.”

신지가 눈을 부빈다.


“준이 애미야!”

“네.”


목소리도 잘 안 나온다.


“아직 안 일어났니?”

“이제 일어났어요.”

“밥 먹게 어서 내려 오너라.”

“네.”


신지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늦게 잤더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민용은 보이지 않는다.




“왜 이제 내려와?”


민용이 빈정 거린다.


“뭐?”

“하여간 늦잠 꾸러기.”

“그래, 준이 애미야.”


문희가 민용을 거든다.


“좀 일찍 일어나지 그러니?”

“어머니.”

“저 사람이 원래 잠이 많아요.”

신지가 민용을 노려본다.


“밤에 준이가 울어도 한 번도 안 안아주는 사람이.”

“내가 언제?”

“하!”

신지가 코웃음을 친다.


“언제?”

“준이 애미야 그렇게 힘들면, 준이 내가 데리고 잘까?”

“아니요.”

문희에게 힘든 일을 부탁하고 싶지 않은 신지다.


“괜히 생색 내기는.”

‘짝’


신지가 민용의 등을 후려 친다.


“야!”

“하여간, 오빠 진짜 맘에 안 들어.”


“애미야!”

신지가 민용을 힘껏 노려보고는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쟤가 왜 저래?”

“네가 좀 서운하게 하나보다.”

“내가 뭘?”

민용은 신지가 이해가 안 된다.




“하여간.”

신지는 고개를 젓는다.


“내가 저거 같은 인간이 뭐가 좋다고 재혼 씩이나 했나 몰라.”

신지가 씩씩 거린다.


“으유.”

도무지 예쁜 구석이 없는 사람이다.


“무무.”

“아유, 준아.”

준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풀어지는 신지다.


“엄마랑 어디 갈까?”

“끼야?”

“좋다고?”

준이가 배시시 웃는다.


“아유 예뻐라.”

신지가 준이를 꼭 안는다.


“그래, 그렇다 이거지.”

신지의 눈이 빛난다.




“준이야!”

기분좋은 표정으로 옥탑방의 문을 연 민용. 하지만 방에 아무도 없다.


“어라?”

민용이 화장실 문을 열어보지만 거기에도 없다.


“어디 갔지?”


민용이 고개를 갸웃한다.




“어, 작은 엄마, 어디 가세요?”

“어, 민호야. 잠깐 어디 가려고.”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그냥 준이랑 바람이라도 쐴까 해서.”

“잘 다녀오세요.”

“그래, 범이도 잘 놀아.”

“네.”


민호와 범이 손을 잡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는 신지다.


“휴.”

그리고 재빨리 시동을 건다.




“얘가 어디를 갔어?”


“삼촌!”

“왜?”

“올라가도 돼?”

“그래.”

민호가 올라오고 범이 올라온다.


“나 참, 어딜 간 거야?”

“누가?”

민용의 푸념에 민호가 대꾸한다.


“차 타고 어디 가던걸?”

“뭐?”

“준이랑 바람 쐬신다고 하던데요?”

“뭐라고?”

민용이 외투를 집어든다.


“너네 놀고 있어라.”

“삼촌!”

“선생님!”


두 아이는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일이지?”

“글쎄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는 두 사람이다.




“설마.”

민용은 옛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섬칫해진다.


“설마 또 집 나간 거 아니야?”

“아유, 민용아 왜 이렇게 설치니?”

“엄마, 신지 못 봤어?”

“준이 애미? 못 봤는데?”

“나 참.”

“왜 그러냐?”

“이 사람 또 집 나간 거 같아.”

“뭐?”

갑자기 들린 순재의 목소리에 민용이 움찔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아버지.”

“무슨 소리냐니까?”




민용이 자초지종을 다 설명하기도 전에 순재가 발로 민용의 정강이를 깐다.


“이 미련한 놈.”

“아니, 아버지는 왜 발로 차고 그러세요?”

“네가 한심해서 그런다.”

“그래 준이 애미가 어디로 갔을 거 같니?”

“모르겠어요.”

“아유.”

문희가 발을 동동 구른다.


“걔가 또 어디를 갔을까?”

“사내 녀석이 얼마나 변변치 않으면, 마누라가 또 도망을 쳐.”

“아버지!”

“아유, 여보!”

“흐음.”


순재가 못마땅한 듯, 인상을 쓴다.


“빨리 찾아 오너라.”

“저도 그러고 싶어요.”

“말로만 그러지 말고, 일단 나가!”




“꺄아!”

“준아 좋아?”

“꺄울.”

준의 미소를 보니 신지도 기분이 좋아진다.


“읏차!”

이게 얼마만의 자유인가? 신지는 한 팔을 창틀에 걸치고 시원하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꺄우, 바다다.”


준이가 더듬더듬 말하는 것을 보니 신지는 흐뭇하다.


“그래 바다야.”

“무무, 파래여.”


“응 바다는 파란 색이야.”

준이가 언제 이렇게 컸는 지 신지는 신기하기만 하다.

“아유 예뻐라.”


신지가 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보세요?”

윤호가 민정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에요?’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신지 전화 없었어?”

“신지 전화요?”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신지가 왜요?”

“없어졌어.”

“!”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윤호가 입모양으로 다시 묻는다.


“신지가 없어졌대.”


“!”

윤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디 있는 지 몰라요?”

“그러니까 전화 했지.”

“아.”

“알았어, 연락 오면 전화 줘.”

“네.”


민정이 전화를 끊는다.


“선생님.”

“휴.”

민정이 한숨을 쉰다.


“다시 가야 하나?”

“금방 돌아오겠죠.”

“그런가?”

윤호는 조금 불안하다.




“얘가 도대체 어디를 간 거야?”

민용은 애가 탄다. 민정에게도 가지 않았다니.


“하아.”


민용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